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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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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데이즈전

  • 전시기간

    2012-03-10 ~ 2012-05-20

  • 참여작가

    강덕봉/김건주/김봉태/김현숙/김형관/노상균/두민/박상희/변대용/신종식/심승욱/유재흥/이기일/이슬기/장준석/한경우/홍경택/황인기

  • 전시 장소

    포항시립미술관

  • 문의처

    054-250-6000

  • 홈페이지

    http://www.poma.kr

  •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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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고 색다른 재료인 플라스틱을 통한 다양한 시도의 미술의 흐름은 물론, 동시대 문화의 여러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플라스틱 같은 세상이다. 오늘날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처럼 인공과 성형을 통한 복제, 변형, 대량생산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고분자 합성수지가 결합되어 숱한 일상의 물건들로 주조하고 있는 20세기 대표적인 산업 발명품이기도 하지만 대량생산과 인위적 성형으로 특징 지워지는 현대 물질문화를 은유하면서 현대문화의 속성들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에 이어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플라스틱은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단순한 물건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빠른 성장의 신화를 거듭해야 했던 우리의 경우 플라스틱은 치열하기만 했던 한 시대의 애환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한 플라스틱 특유의 형형색색의 빛깔은 현대문화의 감수성을 그대로 지시한다.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속성이 이질적이고 가변적인 이 시대의 문화의 결마저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가볍지만 단단하기에 모순적이지만 현실적인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현대문화를 드러내기도 하고, 착색이 쉽고 풍부한 광택을 가지고 있어 요란하고 삐까뻔쩍한 묘한 대중문화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무한한 성형의 가능성으로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공시대, 성형시절plastic days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물질문화의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는 이러한 플라스틱의 시대적인 의미를 주목하고자 한다. 인공적인 반복과 자유롭고 가변적인 성형, 그리고 대량생산, 소비로 특징 지워지는 현대문화의 어떤 양상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이 가진 풍부한 맥락 말이다.



플라스틱의 영향은 시각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아크릴acrylics, 비닐vinyl, 에폭시수지epoxy resin, 폴리우레탄polyurethane, 실리콘silicon, F.R.P.섬유강화플라스틱fiber reinforced plastics 등 이미 알게 모르게 다양한 플라스틱 관련 재료들이 예술 속에 침윤되어 있다. 가볍고 쉬운 변형이 용이한 플라스틱은 그 재료적인 특성만으로도 가변적인 형태들을 계속해서 창조해내야 하는 현대 예술의 각별한 총애를 받은 지 오래이다. 동시에 재료적인 의미 이상이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플라스틱plastic의 어원은 ‘무엇을 형성한다 혹은 성형하기에 알맞다’는 뜻을 가진 희랍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조형 예술도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다시 말해 어떤 형태를 만든다고 할 때의 조형도 플라스틱이란 표현을 쓰는데, 이번 전시에서 플라스틱이란 단어를 전시의 주요 매개로 삼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조형예술이란 물질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사물에 형태를 부여하고 표현하여 이를 시각적으로 호소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술의 조형성은 유형무형의 동시대 예술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이라는 동시대 문화의 주요 매개물을 통해 미술에서의 조형성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보고자 한다. 조형성은 인간의 심미적이고 창조적인 욕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면에서 예술에 있어 꾸준히 지속되는 본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물질성의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술에 있어서의 감각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이고 현실화 된 예술의 조형적인 문제를 되짚어봄으로써 현대예술 속에서의 조형성과 마주하는 다양한 감각적 소통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촉각적이고 질료적인 조형성을 담아내고 있는 플라스틱한 이 시대의 조형예술을 펼쳐냄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감각 소통을 꿈꾸는 것이다. 여기에 플라스틱이라는 현대문화의 대표적인 물질성을 매개로 하여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작품들을 펼쳐봄으로써 현대문화 속에서의 조형예술의 위상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플라스틱의 덧없고 인위적인 일회적인 속성도 그렇지만 대량화된 반복과 복제, 아울러 성형으로 대변되는 인공적인 측면 또한 플라스틱이 함의하는 동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특성들이다. 가짜가 판치는 시절,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쉬운 복제의 속성은 시대성의 의미를 획득한다. 여기에 세상의 도처에 자리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일상적인 면모들 역시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플라스틱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이 시대의 변화무쌍한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또한 플라스틱은 역설의 풍경이기도 하다. 가볍지만 강하고, 싸고 쉽게 수많은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가소성plasticity, 다시 말해 외력에 의해 형태가 변한 물체가 외력이 없어져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 성질은 자연으로 순환하지 못하고 인공적인 세상 속에 머물러야 하는 이 시대의 슬픈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자연에서 태어났지만 인공적인 세상을 확대재생산해 내고, 탄력적인 형태를 그토록 쉽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지 못한 모순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로 인해 이 요란한 시절의 속내를 닮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플라스틱 없이 현대문명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은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현대문명 그 자체이기도 하다. 덧없는 예술의 운명 또한 저 플라스틱처럼 많은 쓰임을 갖고 있으면서도 얄궂기만 한 잉여적인 속성으로 인해 모순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원본성이 사라진 시대에 복제에 복제를 거듭나야 하는 이 시대 예술의 운명들 말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손쉽고 색다른 재료인 플라스틱을 통한 다양한 시도의 미술의 흐름은 물론, 동시대 문화의 여러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플라스틱한 시대에 대한 성찰까지 할 수 있는 각별한 기회가 되길 희망해본다.





이번 전시는 아크릴, 컬러 테이프, 시트지, 에폭시, 플라스틱 블럭, F.R.P.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다양하게 플라스틱을 이용한 작품들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재료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내용적이고 의미론적인 면에서의 플라스틱한 미술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모색하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들의 작업들과 만날 것이다. 1, 2전시실은 평면 작업을 위주로 하여 각각 추상과 구상 계열로 묶어질 수 있는 작업이 펼쳐질 것이며, 3, 4 전시실은 입체, 설치 작업을 근간으로 하여 공간이 구성될 것이다. 미술관 내의 전시실을 이어주는 사이 공간에도 전시의 동선을 고려한 작업들을 배치하여 봄 시즌 미술관의 화사한 분위기와 대중적인 소통도 각별히 배려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플라스틱의 형형색색의 느낌으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작업의 내용적인 다채로움과 진중함으로 전시의 전체 형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가볍지만 강하고, 발랄하지만 견고한 저, 플라스틱, 처럼, 말이다.

(포항시립미술관 민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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