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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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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겸 화가 그리고 문필가인 조영남의 전시회가 오는 4월5일부터 24일까지 수성아트피아와 동원화랑 공동 주최로 개최된다.

 조영남을 보면 참 재능이 특출한 예인(藝人)이라는 생각에서 감탄을 하게 되는데 물론 이 점은 가수로서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술의 영역에도 고스란히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경력란을 보면, 본격적인 미술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고1때 교지 제작의 삽화 담당으로 발탁되었다는 사실과, 고3때 미술부장을 역임했다는 것이 미술과 관계되는 기록일 뿐, 그 후엔 별다른 미술 수업을 받은 흔적이 없다. 음악은 정식 음악대학을 다녔으니까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나 미술은 순전히 독학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어느 한쪽의 기량이 승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쪽은 위축되는 것이 통상인데, 그의 경우는 두 영역에서 다 같이 뛰어난 역량을 보이고 있어 타고난 예인이라는 감탄을 절로 하게 한다. 여기서 예인이란 후천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타고난 재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음악과 미술에 다 같이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게 될 '조영남 전’은 그간 작가 조영남이 보여줬던 다양한 작품들을 그림, 음악,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집약해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지금껏 그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어버린 화투그림과 바둑알 그리고 소쿠리 등의 오브제 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세계와 그의 문학세계를 미술작품으로 표현한 작품등도 함께 전시된다. 

 화투장을 콜라주하든, 태극기를 그리든, 바둑알을 콜라주하든, 그가 지금까지 작업해 온 평면 회화에서 공통되는 것은 일루전(Illusion)의 탈피다. 언제나 직접적 현실로 되돌아와 있다. 화투장, 태극기, 바둑알은 그 자체가 이미 현실의 물체다. 

이처럼 조영남의 그림은 극히 예술적으로 보이지 않는 소재들만을 골라 작품화시킨다. 즉 그의 작품은 세상을 뒤엎는 일종의 혁명의 도구였다. 

 화투그림을 그린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 그의 오브제들은 조영남을 대표하며 조영남의 작품을 칭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고 미학적 형태를 성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기보다 현실 그대로를 화면에 끌어들인 것이다. 이 점에서 조영남의 그림은 처음부터 오브제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옛 가옥의 나무 문틀과 놋요강을 결합시킨 일련의 오브제 작품이나 깡통을 펴서 용접하여 형태화한(번쩍 번쩍 빛나는 금단추가 달린 학생 제복을 입고 싶어 안달했다는 중학 시절을 회상하고 만든) 로봇 인간까지, 한결같이 강한 입체성의 맥락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조영남의 작품세계는 게시적이며 유희적 측면과 함께 대단히 다채롭고 깊은 뜻이 있다. 예를 들어, 바둑의 -그 스스로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흑백 돌을 그 상징적인 의미와 별 상관없이 아주 한국적 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림 모티브로 사용한다. 또한 한국 시골의 초가집이나 옛날 오두막집 그림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상당히 로맨틱한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그림들은 지금도 사라져가는 한국의 오래된 문화를 재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조영남이 그리는 향토적 그림은 아물거리는 듯한 흐릿한 색채를 사용한다. 마치 잊혀져 가는 오래된 기억의 빛바랜 사진처럼. 지난 수년 동안 그려진 이런 작품들은 60代 중반의 한 남자가 자기 문화의 우수성 혹은 문제점을 살피면서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것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삶의 도약을 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전시에서는 그림, 음악, 문학 등 각 테마별로 평면 혹은 오브제로 조형화된 작품 60여점과 설치작품 5~6점 등이 전시되며, 이번 전시와 더불어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는 4월 17일 (오후7시) 조영남 콘서트도 함께 개최되어 더욱 풍성한 행사로 자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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