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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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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내용

_ 소통의 두 시선

각각의 색을 담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 신민주 작가의 작품에서는 너무나 다른 두 대상이 각자가 품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마음을 창을 통해 서로 바라볼 수 있다고 여겨진다. 본래 ‘창문’은 안과 밖에서 반대편에 있는 곳을 응시하기 마련. 사람들은 안에서는 밖의 풍경을 밖에서는 안의 모습을 궁금해하며 각자의 반대편에서 심미안을 찾는다. 그렇듯 그녀가 말하고 있는 ‘마주보기와 바라보기’라는 두 시선은 건너편의 대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작은 시작점일 것이다. 그 이해에서 비롯된 두 이야기들이 겹쳐져 생기는 친밀감과 의외의 어울림은 정형화된 사각 틀을 넘어서 그것을 지켜보는 또 다른 시선에게 진실을 건넨다. 이것이 관계로 맺어지고 자연스레 소통의 시작으로 연결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에서 안하무인의 강박증세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멜빈이 그가 좋아하는 레스토랑 종업원 캐롤에 의해 천천히 주변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게 된 것처럼, 작가는 대단한 무언가가 어느 것의 관계를 연결하거나 리드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창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거나 혹은 서서히 알지 못하는 사이에 스며드는, 소소하지만 차곡히 쌓여야만 느낄 수 있는 진정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그녀에게 ‘그리기’라는 행위는 단순한 페인팅의 개념이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리기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나’ 자신의 자아를 통해 끊임없이 저 건너 누군가에게 말하고 상대방의 말에 끄덕이며 동조해 주는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저 너머의 이야기에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어떠한 심미안을 그려볼 수 있을지 진심으로 소통하는 시선을 갖는 시간이길 기대해 본다.


김 현 아 (갤러리 온 큐레이터) 



작가노트


삶, 마주하기와 바라보기

누군가의 작품과 마주 선 순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이입될 때가 있다. 그때의 색과 선과 구도는 단순히 캔버스만을 채우지 않는다. 맞은편에 서서 바라보는, 인간의 영혼 속 빈 공간으로 깊고 깊이 스며들어 서서히 물들이기 시작한다.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들추거나 일깨워놓거나 격렬하게 뒤흔들어놓는 감정적 위무의 방식으로.         

그런 뜻에서 내게 ‘그린다’는 행위는 여전히 내 안의 나를 드러내는 완전한 노출의 작업이다.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 슬픔, 어둡고 습기 찬 벽과 벽 틈에 끼어져 버린 듯 알 수 없는 갈망과 결핍에 늘 목마르고 허기졌던 시절, 만남과 그림은 내게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때 만나고 스쳐간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통해 바라본 것은 제 각각의 색의 이야기를 담은 채 안으로 굳게 닫힌 창(窓)들이었다. 

방어적으로 닫혀 진 수많은 창문들은 파스칼 레네의 소설 <레이스 뜨는 여자>를 떠올린다. 

세상이란 공간에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타인에 의해서만 존재가 흔들림 당하는, 

가장 가까운 거리의 관계들에게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이들의 무력한 침묵과 공허하고 신산스러운 삶의 풍경. 모든 색과 빛이 차단된 듯한, 각각의 창문과 창문 너머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에 대한 상상력은 곧 스스로의 내면의 관조적 명상과 성찰로 이어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떠안은 생의 무게와 내 안의 삶의 무게가 열렬히 조응하는 동안 서로를 향해 스며드는 연민과 동류의식은 언제나 ‘그리고 싶다’ 혹은 ‘더 그리고 싶다’라는 내 가장 오랜 욕망의 발화점이 되어주었다.  

그리하여 내게 ‘그리기’의 또 다른 의미는 세상을 향해 반쯤 열려 있는 ‘나’ 라는 ‘창’을 통해 관계와 관계의 소통에 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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