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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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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P L A N T 에서는 여덟 번째 전시로 유승호의 { 유치한 YOOCHIHAN}을 선보인다. 


종이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며 그렸던 문자 산수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유승호가 한국에서 5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문자 산수와는 달리 여러 가지 총천연색과 형광색이 어우러진 아주 ‘쎈’ 색감으로 표현된 땡땡이 그림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유승호의 작품은 여러 가지 방식의 드로잉을 통해서 언어와 글자 유희, 혹은 언어의 여러 가지 층위로부터 비롯된 야릇한 위트와 유머를 가득 머금고 있다. 산수화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동양화의 새로운 시각과 젊은 비전을 제시한 바 있으며, 언어 유희로 점철되는 다른 글자 작업들은 그를 한국의 새로운 팝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이번 땡땡이 작업 역시 산수화, 언어 유희와 같은 커다란 그의 작품 주제 속에서 나란한 맥락을 이루고 있으나, 시각적으로 매우 다른 형식으로 탄생되었다. 이는 사실상 흑백으로 표현된 글자 그림과 거의 유사한 시기 혹은 그보다도 먼저 창조 되었으나 글자 그림의 그림자에 가려 세간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업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라기보다는 초기 작업의 형식을 빌어 좀 더 세련된 그만의 새로운 시각언어를 창조한 것에 해당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크기로 제작된 <뇌출혈> 역시 한국말의 뇌출혈과 영어에서의 natural 이 비슷한 음으로 들리는 것에서 착안하여 글씨와 글자들이 변하는 과정에 대해서 형광색 점들을 통해 열거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그 과정과 개연성은 특별히 논리에 근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람객들은 그 과정을 어려움 없이 이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화려한 발색의 형광 칼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밑그림 혹은 드로잉처럼 느껴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Jeff Wall>은 사진 작가 제프 월의 개인전 엽서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작품이 시작되었다. 제프 월의 유명한 사진 한 점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실제 엽서 이미지와 매우 유사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서 작가만의 변형과 보탬을 통해 재해석으로 그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엽서 안의 사진 이미지는 3차원의 완결되어 보이는 형태를 띄고 있지만 화면 안의 이미지들을 모두 최소 단위인 픽셀 즉, 점들로 환원시킴으로서 완벽한 2차원의 평면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거의 모든 작품들을 소위 땡땡이라고 불리는 점들로만 이루어지게끔 하였는데 이는 그림이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임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서서 작가의 땀으로 영근 이미지 구조체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점은 더 이상 면으로 가는 선을 보좌하는 요소로서의 점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화면 가득히 드리워진 점들이 모두 붓으로 그린 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순간부터 몸과 눈을 더욱 바삐 움직이며 작품을 관찰하게 된다. 작가의 진지함과 그 공의 아우라를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덧 작품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유치하고도 발랄한 그의 유머 덕분에 실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의 작품 세계로 빠져보자! 얼마나 심오한지 그리고 또 얼마나 유치한지 마음껏 누려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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