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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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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그려온 작가 정명조의 4년 만의 개인전 


가나아트는 한복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극사실적인 화풍으로 그려온 작가 정명조의 기획초대전을 개최한다. 정명조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중앙미술대전에서 수상하였고 국내외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해외 유수의 아트 페어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6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왕후의 적의[翟衣]와 활옷 등을 정교하게 재현한 대작을 포함, 궁궐의 여인, 양반집 규수, 기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총 20 여 점의 신작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옛 여인들의 형상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마치 사진처럼 완벽한 재현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  화려한 한복의 아름다움과 단아한 자태, 그 이면에 암시된 내면


보자기 등 전통적인 소재와 문양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왔던 정명조는 대학원을 졸업한 2000년 즈음, 우연히 학교 부근 한복집 쇼윈도에 걸려있던, 전통적으로 재현된 원삼에 매료된 후로 줄곧 한복 입은 여인상에 몰두했다. 현대인들에게 한복은 친숙한 동시에 어느덧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되었다. 작가는 비단의 광택과 질감, 화려한 금박 무늬와 섬세한 자수, 각종 장신구를 극사실 기법으로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작품의 내용과 더불어 조선시대 전통 의복의 원형을 새롭게 감상하는 기회이자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인물화이면서도 뒷모습에만 집중된 화면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화려한 의상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한편 익명의 존재로서 살다간 여인들의 내면으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 원색의 한복과 대비되는 어두운 단색조의 배경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여인의 숙명적 삶과 침묵, 공허함 등을 암시하며 화면에 긴장을 더한다.



■  유교문화적 전통에 고착된 여인의 삶과 한계를 넘어서는 의지 


이번 전시에는 선비문화의 전통을 떠올리는 흰 캔버스의 여백과 붓글씨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모습이 새롭게 선보인다. 이 서체는 추사 김정희, 퇴계 이황 등 옛 선현의 것으로, 작품의 맥락 안에서 가독성을 지니기보다는 유교 전통 아래 남성 문화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 즉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가치와 문화 속에 살아온 여인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존 작품에서 화려한 전통 의상과 어두운 배경을 병치시켜 외형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내면의 고통과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의 이중적 공간을 만들어 냈다면, 신작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 문화가 팽배한 현대 사회 속에서도 당당히 빛나는 여성의 존재를 그려내고자 하였다. 이로써 잊혀져 가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동시에 뒷모습의 자태로 은근하게 표현된 여인의 내면을 탐구했던 작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위상, 독립적이고 강인한 주체적 여성상을 암시함으로써 작품에 시각적, 내용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





“ 나의 그림을 처음 대면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게 처음으로 던지는 질문은 왜 뒷모습을 그리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아왔던, 사람을 그린 그림들은 대부분 얼굴이 보이는 그림들이었기 때문인지 뒷모습이 적잖이 당황스럽고 그 이유가 매우 궁금한 모양이다. 나는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이런 호기심을 보이는 것이 반갑다. 왜냐하면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조금 더 길게 그 사람을 그림 앞에 세워 둘 수 있고, 게다가 그 호기심에 답해줄 사람마저 없다면 그는 이런 저런 상상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누군가 내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할 때 마다 차라리 답해주지 말고 보는 사람 마음대로, 그리고 느끼는 대로 상상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어쩌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오히려 내가 인식하지 못한 것들까지 더 많은 이야기들을 그들이 읽어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그 궁금증에 살짝 답해준다면 이렇게 얘기 할 수 있겠다. 내가 그리는 것은 인물화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뒷모습은 ‘아름다운 것’ 의 표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이 드러나게 되면 사람들은 그 인물에 집중하게 되고 호기심을 발동해 다른 의미를 읽는데 소홀해지므로 그림은 그저 한복을 입은 여인을 그린 인물화가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

- 작가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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