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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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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현展

KING  11월13일(목) - 12월 20일(토)

작  가ㅣ손동현

기  간ㅣ 11월13일-12월10일 

장  소ㅣ 갤러리2 (문의전화: 02-3448-2112)

시  간ㅣ 화-토 10:00am-6:30pm

오프닝ㅣ 11월 13일(목) 7pm


전시내용

한국화의 전통 초상화 기법과 대중문화의 인기 아이콘을 결합하여 동양화의 새로운 장을 펼친 손동현의 개인전이 갤러리2에서 11월 13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개최된다. 손동현은 한국적 양식의 초상화로 배트맨, 로보캅, 슈렉 등의 할리우드 인기 캐릭터를 재현한 시리즈에서부터 전통 문자도에 나이키, 버거킹, 스타벅스 등의 유명 브랜드 로고를 대입한 로고타입 시리즈 등을 선보여 왔다

그는 매체와 장르의 구분이 허물어진 현대미술에서 동양화가 지닌 장르로서의 한계를 우리 고유 문화 정체성의 상실과 미국 문화의 지배라는 시대적 문제와 동일시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회화 방법론과 문화 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손동현은 동양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은 젊은 작가로 평가 받는다. 오늘날 수많은 동양화 전공 작가들이 제작하는 비슷한 형식의 작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손동현이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그가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찾고 시대 정신을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태도에 있다. 

손동현은 이번 개인전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지배했던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물이 가진 상징성을 한국의 전통 ‘왕좌’와 연결 짓는 신작 15여 점을 선보인다. <KING>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전시의 작품들에 대해 작가는 더 이상 ‘계급’이 존재하지 않았던 1989년에 스스로를 ‘왕’으로 칭한 마이클 잭슨의 인물화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상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그 넘치는 사랑을 갈구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다.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원하면서, 그의 음악과 세상을 향한 자세는 변화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상징하듯 그의 모습 역시 변해왔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나쳤던 변화는 나아갈 방향을 잃게 했고, 결국 자신을 잃게 했다. 돌이켜 볼 때, 그의 정신세계가 대중의 욕망만을 좇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변화해온 모습 그 자체는 대중의 뒤틀린 욕망을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손동현은 이번 신작에서 각각의 캐릭터/대상을 담았던 이전 작업들과는 달리 마이클 잭슨이라는 한 인물의 초상만으로 좀 더 긴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작가가 생각하기에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반세기에 걸친 대중문화사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 마이클 잭슨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은 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며 새로운 시대에 영감이 되는 이른 바 살아있는 역사인 것이다.

신작 KING 시리즈에서 작가는 새로운 주제와 소재를 도입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품의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제발(題跋)이 사라졌다. 이전 손동현의 초상화에서는 음차할 때 기표와 기의가 서로 부딪치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했었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그보다 초상화 자체에 집중했다. 또 한가지 눈여겨볼 것은 마이클 잭슨이 앉아 있는 의자들이다. 작품 속 마이클 잭슨은 모두 우리가 그의 앨범이나 뮤직비디오에서 본 듯한 익숙한 의상과 포즈로 의자에 앉아있다. 그가 앉은 의자들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그것은 마이클 잭슨이 스스로를 ‘왕’으로 칭하게 된 전환점을 상징한다. 작가에 따르면, 이는 마이클 잭슨 생애 중 하나의 터닝포인트인 1989년 Artist of the Decade 수상식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그를 ‘The King of Pop, Rock and Soul’이라고 소개하고 마치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이미테이션 어머니’처럼 모시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부터 대관식을 받고 스스로를 ‘왕’으로 칭하게 된 전환점인 것이다. 그 이후 마이클 잭슨은 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듯 무대 액션과 의상 또한 점점 권위적으로 변해갔다. 그리하여 작가는 1989년 이전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전통 초상화에서 호피가 깔린 의자에 화문석(花紋席) 바닥에 발을 올린, 태자(혹은 반가의 인물)시절에 앉는 의자를 사용하고, 1989년 이후는 붉은 ‘어좌(御座)’에 자리하고 있다.

각각의 <Portrait of the King> 작품을 관찰하면, 아직은 짙은 피부 톤의 마이클 잭슨은 줄무늬에 비스듬한 자세로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듯 앉아 있는가 하면, 팔짱을 낀 근엄한 자세로 앉아 있기도 하다. 왕이 된 이후 그의 모습은 완벽한 백인 피부와 머리색으로 붉은 바탕의 금색 디테일의 어좌에 앉아 더욱 더 자신감에 찬 포즈로 왕의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 

지금 마이클 잭슨을 돌아보는 것은, 그가 기록의 사나이이거나 스캔들 메이커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동안 ‘대중음악이 패션, 영상, 과학 그리고 태도(attitude)와 어떻게 만났는가’에 관한 역사이기도 하다. 요즈음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은, 그저 잠시 세상을 비추다 떨어져버린 비운의 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만들었던 ‘대중문화의 왕이 되는 길’위에, 여전히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르려 발버둥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모습들을 한동안, 아니 언제까지라도 보게 될 것이다.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이, 마이클 잭슨의 역사 또한 대중문화 안에서 되풀이 되고 또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손동현)

갤러리에 들어서면 관객은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물이 대중문화의 아이콘, ‘왕’의 풍채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의 전성기 때로 이어진 후, 우리가 기억하는 그의 데뷔시절인 흑인 꼬마의 모습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손동현은 대중에 의해 왕으로 추종 받다가 대중에게 버림받은, 대중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의 아이콘 그 자체인 마이클 잭슨을 통해 이 시대에 현존하여 우리들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이슈들과 감정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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