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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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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고백적인 이야기로 전시장을 마치 연극무대처럼 연출하는 조각가 천성명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2008년 10월 10일부터 11월 16일까지  갤러리 터치아트(헤이리)에서 열린다. 

지난해 여섯 번째 개인전에서 시작된 ‘그림자를 삼키다’를 마감하는 이야기로, 정오 무렵 숲을 헤매다가 지독하게 ‘상처’받은 자아와 대면하게 되는 소년이 저녁을 지나 새벽까지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작가 천성명이 계획하고 있는 총 3부의 거대한 이야기 중 1부가 완성되는 셈이다. 


‘정체성찾기’라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잊혀졌던 ‘나’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끔 하는 동화작용에 불씨를 만든다는 것이다. 관람자들은 전시장으로 들어선 순간 전혀 색다른 공간과 시간으로의 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우선 네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1층 주전시장과 지하전시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최소한의 스토리라인을 형성한다. 1층 전시장에는 벽을 향해 서서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소년, 숲 속에서 심장이 파헤쳐진 채 버려져 있는 소년이 들개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숲을 질주하며 탐욕스럽게 먹이를 찾아 헤맸을 들개들의 표정엔 그저 냉혹함만이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지하로 이어져 자신을 방관하기만 하던 새들을 죽여 삼킨 소년이 넋 나간 표정으로 서있다. 불끈 쥔 주먹, 한손에는 칼이, 한손에는 죽은 새를 들고 있다.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을 터이며, 자신을 방관하는 새를 죽여 삼켰으므로 이제 승리의 기쁨을 느낄 만도 한데 표정은 여전히 어둡고, 눈은 초점을 잃고 있다. 숲은 조용하고 새들의 피비린내가 느껴진다. 


1층, 바깥공간과 소통하는  전시장에는 이야기의 에필로그처럼 상징적인 자소상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모양을 한 샴쌍둥이, 나를 찾고자 하는 욕망을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나와의 싸움에서 수없이 얻어터지고 심장마저 찢기는 아픔을 간직한 소년들이 있다. 


그리고 지하 대나무 정원에는 다음 이야기를 암시라도 하듯 물고기 머리를 안고 있는 소년과 등불을 들고 있는 여자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길도 좌표도 없는 숲 속을 무작정 헤매다가 만나게 되는 희망의 단서이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피투성이가 되었던 작가의 분신들에서 실낱같은 치유의 흔적과 다소 얼굴표정이 밝아진 여자아이들을 통해 희망의 기미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아직 새벽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연극을 보듯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작가는 일정한 이야기 구조 속에 관람자들을 가두어 놓기를 원치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지도, 해답을 갖고 있지도 않다. 관람자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다양한 인물들과 대화하면서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며, 또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새로 쓸 수 있다. 비유와 상징이 많은 이야기 속에는 그만큼 사유의 여백이 넉넉하다. 


두 번의 전시로 연출된 이야기와 전시에서 미처 다 표현해 내지 못한 행간의 내용을 담아 책으로도 함께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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