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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전 : 회혼례回婚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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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도상과 유희적 바느질의 관계성 조율


조동석│갤러리 스페이스 아침 디렉터, 큐레이터




옷장 깊숙한 곳에서는 간혹 유행이 지난 빛바랜 이불이 발견되곤 한다. 거기에는 지나간 세월이 흠뻑 젖어 잘 포개져 있다. 포개진 만큼이나 소중한 추억이 숨겨져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아마도 서로 남남이던 남녀가 하나가 되는 부부의 연이다. 이제 그 이불은 아름다운 사건을 안고 있는 원앙금침鴛鴦衾枕이라는 이름을 달고 화려하고 수많은 도상이 한데 어울려 노닐고 있는 공간으로 변신을 꿰기 시작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외형적인 도상은 동물과 식물들이 중심적인 맥락으로 이야기구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인연보다는 자연의 순수한 순리적 측면의 굴레와 세상을 포옹하는 대자연의 범주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지 말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자연의 상징적 도상을 빌려 해체하고 분리하는 과정단계를 거치는 행위는 순수한 결정체를 자아 중심적 입장에서 정제시키는 연산행동으로 결부 지을 수 있다. 정채희는 먼저 상징적인 도상을 일원적인 개념에 기초한 형상의 카테고리(상징성 편련)만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이원적인 개념으로 이야기구조의 서사적 카테고리(기억 편린)로 변환시켜 그녀만의 사각 카테고리(무의식의 주관적 영역)에 가두는 작업을 한다. 이는 전통도상을 조형적 해석 방법분야에서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대상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마음의 상태에 유입시키고자 할 뿐이다. 감정의 변화무쌍함과 대상물의 영원불변의 관계 속에서 그녀의 감정세계를 펼치고 있는 것이며, 도상의 상징적 이원론인 세계를 선의 유희적 표현과 감성색채의 다양성으로 구체화 및 독립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녀는 ‘회혼례回婚禮’에 등장하는 도상의 상징성 일원론과 이원론의 중복적인 두 가지 접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서사적 카테고리로 분리하는 ‘상징적 관점의 본질적인 차이관계 와 상대적 대치관계’ 나머지 다른 하나는 모든 사각의 카테고리 하나로 연결하는 시키는 ‘상징적 유희적 행위인 바느질 조율의 일원적 관계’로 관계의 간극에서 일어나는 관계성을 초점에 두고 있다.




“회혼례에 내재된 순수한 아름다운 적승赤繩”은 인생에 있어 숭고한 인연의 고리를 다시 맺는 혼례의 의식이며, 그녀에게는 상징적인 도상 간 관계성의 명제에 차용되어지는 대상물의 모토가 되고 있다. 60년을 동반한 부부가 다시 한 번 혼례의례를 치르는 것으로 회고와 사랑을 재확인하는 아름다운 본질적인 연결 관계의 시작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의 부모 이야기가 전시 주제의 모델이 되고 있기에 자신의 존재적인 관계도 또한 증명하는 투사적 행위가 된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도상의 대상물은 부모에 대한 경의와 기원의 표현으로 주관적인 기억편린의 도상과 더불어 찾은 것이다. 도상의 형태는 혼례에 관련된 각종의 문양에서 발췌된 것으로 매우 장식적이며 상징적인 도상으로 이루어 진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부부의 관계적 의미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가 보자기 형태에 자수로 놓아져 있듯이 ‘만복지원萬福之源’은 조선시대의 박세무가 편찬한 ‘동몽선습童蒙先習’의 한 부분으로 부부가 모든 복의 근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 등장하는 도상들은 부부의 연을 묶는 끈으로 차용되고 있다. 그 밖에도 이불, 베개, 방석 등 혼례의 규범적 상징성을 담아 오고간 물건에 숨겨진 도상의 상징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불에서의 외형적인 형태미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모아주는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부부를 한 공간으로 모이게 하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을 의미하는 곳으로 신성하며 순수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상이 가지는 혼례의 본질적인 관계부분의 상징적인 도상을 가시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녀에게 도상의 상징적 특징은 부모의 맹목적인 사랑에 대한 반사적인 행위로 자신의 근본에 대한 잠재적인 상징을 복선으로 안으며 풀어가고 있다. 이러한 자신과의 관계적 감성적인 코드의 상징성은 2006년 전작 ‘자운유월紫雲遊月’에서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직접적으로 표면화 되어왔었다. 옻칠의 순수한 검은 세상 위에 자신을 들어내듯이 달과 꽃, 식물의 상징적인 형상성으로 빌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상징의 대상을 대부분 하나, 둘의 관계로 넓은 세상 안에서 그녀가 처해 있는 상황을 전개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연이라는 관계와 관계 사이를 도상의 교차관계로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산과 산, 달과 나무, 이름 모를 풀과 풀 잎사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아가는 나뭇가지들은 수많은 교차관계를 유지하면서 단단한 유착구조를 형성해냈다. 구조적인 교차관계는 이제 상호 보호적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인 관계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유착관계구조에서 피어나는 그녀의 구속적인 조형어법은 세상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의 현실적인 현상론에서 벗어나 특정한 자아적관계의 사고억압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상의 유착과 보호관계가 아닌 사고의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균형을 위한 안정을 찾기 위한 방어적 기제로 억압하는 심리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실에서의 시각적인 사고 부분보다도 무의식의 감정이입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주관적인 입장에서의 구조적관계를 토로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사고억압론은 사실적인 시각의 사고부분을 좁히는 반면, 감정적인 사고부분을 확대시키면서도 자아 중심적으로 한 새로운 세계의 규범을 형성해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로 서로의 관계를 이루면서 짝을 이루고 있으며, 두 번째로 화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중앙구심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구조를 펼치는 안정적인 공간구성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억압론은 신작 ‘회혼례’에서는 점진적으로 장식성과 상징성이 강한 도상들로 구체적인 표현양상을 띠고 있다. 일차적인 외형측면에서는 부부의 적승관계를 내포시켜 인연 및 모든 사물의 관계성을 심도 있는 관철로 더욱 가중시켰으며, 이차적인 내부적 측면에서는 중심체로 이루어졌던 공간을 원앙금침의 사각형 구조적 개념을 결부시켜 강렬해진 관계의 간극 간의 균형미를 더욱 강조시켰다





“기억 편린의 사각 카테고리를 이어주는 필筆의 바느질 묘법”은 적승의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둘씩 이어가는 연결고리를 상징적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원앙금침과 보자기의 사각형과 삼각형의 외형적인 형태미는 양면성의 극과 극의 위치에서 절대적인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을 통한 공간구성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점은 그녀 스스로가 중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공간을 운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강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사각의 공간분할은 자신의 본질을 인식시키고 유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계산된 것으로 그로 인하여 다시 자신에게 복속시키고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일련의 과정행위는 중간적인 입장을 고수하기 위한 발현으로 보인다. 다시 공간의 이야기 구조로 넘어가면 60년의 긴 세월의 회고하는 과정에서의 도상들은 그녀가 보고 느끼며 자란 기억의 편린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모의 회고적인 도상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감성에 입장에서 생성되고 색채가 입혀진다. 이것은 부모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더듬어 순수한 감정으로 다가간 1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부모를 바라보고 형성된 도상들이지만 결국에는 자기중심적인 관찰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도상들은 부모역시 같은 감수성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기억의 편린의 중심에 자신을 내세우고 있는 장치적인 요소이다. 전체적인 사각프레임의 공간은 마치 피라미드를 위에서 내려 보는 듯 면을 쌓아 올리고 있는데 중심적인 화면을 부각시키면서 층마다 다른 이야기의 카테고리로 구성해내고 있다. 중심을 이루는 사각은 주로 실체적인 형상을 갖는 꽃, 자동차, 안경, 구두, 우산, 사다리 등의 일상의 기억편린이나 십장생의 개념적인 상징적인 도상 그리고 인간의 움직임들 모은 추상적인 형상들로 공간을 윤회적으로 이동하듯 배치시키고 있다. 또한 방석의 사각프레임을 보면 중심의 금박의 작은 점 형태를 중심으로 군상의 형상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반복적인 관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한 층면에서만 존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주위로 감싸고 있는 단색의 크고 작은 사각층면과 사각내부에서 나누어지는 삼각층면의 보이지 않는 보호와 억제세계의 완충적인 힘의 완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사각과 삼각의 형태는 근원적인 작은 우주를 숨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징적 도상의 색들이 서로 다른 카테고리를 하나로 모으고 결속시키는 장치는 유희적 바느질의 작은 점선들의 연결성을 들 수 있다. 바느질의 규칙적이며 일률적인 연속성의 유희적 행위개념은 인생의 연속성과 결부되어지고 있다. 즉 하나 하나 꿰어가는 느림의 미학과 인생편린들을 이어주는 통로의 창구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바느질의 실은 하나의 시간이며 길로 차용되어 분리되어진 공간을 이어주고 있으며,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의 수로로 전체를 하나로 응집하는 역할을 부여 받고 있다. 어머니의 두터운 손길 끝에서 시작되어 연결되어지는 필의 바느질 묘법은 인생의 안정감과 느림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시화하고 있으며, 그녀 역시 삶의 조율에 있어 이어가고 싶은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색채향연이 들려주는 클래식 앙상블”은 부부인생의 종합적 관계성을 음악 선율의 조화적 관계에 비추어 보고 있다. 재료의 다양한 활용능력은 그녀에게 감수성을 한층 밝게 비출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전작에서 옻칠은 치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작업으로 지극히 정제된 화면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반면, 신작에서는 한지에 옻칠을 비롯하여 색연필, 분채, 파스텔 등의 재료를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이전과 색다른 심도 깊은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다양한 채색기법활용은 사실적인 묘사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이어졌는데 원앙금침의 외형인 경우 이불이 깔려있는 환각을 갖기에 충분하다. 사실적 묘사기법을 살펴 볼 때 현실에서 비추어지는 상징적인 도상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면의 표면적 의도와 조우시키기 위해 강도를 높여 주기에 이른다. 특징적으로 특유의 한지의 특성을 이용한 구기거나 찢어내며 뭉개버리는 인위적 크랙을 내는 작업은 그녀의 다양한 감성의 표출방법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는 시시각각 다른 양상을 보이는 심리상태를 색채로 말하기에 수많은 재료를 더하고 지우고 하는 반복적인 행위가 자신에게 감정에 솔직하게 대응하는 방법으로 적용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행동양상은 강렬한 색채가 아닌 깊고도 지속적으로 우러나오는 감흥의 색채의 향연으로 모아지게 된다. 한지의 여린 섬유질의 얽히고설킴에서 스며드는 침투성 색상과 색연필의 직접적인 표면적인 선묘법은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적인 관계를 만들어낸 클래식 앙상블을 만들어내었다.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도상의 상징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회혼례’의 기억편린들을 멈춰진 시간의 장소로 끌어와 그녀 관점아래에 비추어지는 기억의 모습으로 되살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관계적 상징성을 염두에 두어 온 도상들이 즐비해 있으며, 그들을 사각 내부의 카테고리에서 감싸 안아 서로 교차적 관계와 유기적 관계를 맺게 하고 있다. 관계 사이에서 그녀는 적극적 개입을 피하고 한걸음 뒤로 물어나 되묻고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자한 바램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결국 전체측면에서는 사회내부의 관계적 보호감성의 안정감을 얻는 동시에 반면 억압 체제의 관계구조를 접하게 된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내재 되어 있고 부분측면으로는 모든 관계의 간극이 생성되는 관찰자 입장에서 관계 간의 조우를 조화롭게 운용하겠다는 그녀의 확고하고도 유연한 자유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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