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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달항아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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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라는 찬사와 현재 해외 박물관 및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넉넉한 형태미와 어진 선으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박영숙의 백자 달항아리 전시
오늘에 새롭게 태어난 백자달항아리
정양모│국립중앙박물관 전 관장


18세기 조선조 예술의 위대한 걸작인 백자 달항아리의 조형정신을 이어받은 오늘의 달항아리가 지금여기에 새모습을 선보이려 하고있다. 나는 1960년 초부터 우리 예술문화의 큰 흐름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에 대하여 여러모로 끊임없이 생각 하여 왔다. 큰 달항아리(높이 40cm이상)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루만져보고 들여다보고 실측하고 사진 찍고 口部(입, 주둥이, 아가리, 구연부)와 몸체, 굽다리 등을 면밀하게 비교 분석해 보고 그려보고 또 다른 여러 항아리들과 비교해 보기를 수 없이 거듭하였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가슴에 담아서 내 가슴에 있는 조형을 종이에 그려보기를 수만 번도 넘었다.



어떤 미술품도 그러지만 항아리도 보면 볼수록 전에 미처 보지 못하던 새로운 조형적 특징과 새로운 생김새와 새로운 세부의 생김새, 형태가 눈에 들어오고 이들이 서로 매우 흥미 있게 어우러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이해는 한두 번 가지고는 되지 아니 하고 수십 번 수백 번을 보아도 그래도 미진한 구석이 있다. 달항아리는 아무 문양도 장식도 없는 상황에서 발산하는 숨겨진 아름다움과 그 시대정신을 가슴에 담아야 달항아리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 장식도 꾸밈도 없이 그저 원만하고 너그러우면서도 참으로 준수하게 잘생긴 항아리이다.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과 고난과 역경을 너그럽게 포용하고도 유유자적하는 仙境에 이른 신선의 그 마음에 비길 수 있을 것인가? 혜곡 최순우 선생은 우리 달항아리를 ‘어느 나라 항아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정형의 원’, ‘우리의 폭넓은 흰 빛의 세계에서 우리민족이 성정과 그들이 즐기는 색채’, ‘신기하고 천연스러움’ 등으로 표현하였다.



수화 김환기 선생은 ‘나의 예술은 모든 것이 조선백자와 백자 항아리에서 나왔다.’, ‘둥근 항아리는 하늘과 한 쌍이다.’,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것 같다’, ‘미묘한 변화를 창조한다.’, ‘따사로운 체온을 느낀다.’, ‘산산이 부서진 파편도 빛을 발한다.’, ‘우리자기의 대표다’, ‘백색은 모든 복잡을 함축해 미묘하다. 우리의 고유한 특징이고 전통이다.’ ‘나는 아직 우리 항아리의 결점을 보지 못했다. 둥글다고해서 다 같지 않다. 그 흰 빛깔이 모두가 다르다.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 그렇게 미묘하고 그렇게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고요하기만 한 우리 항아리엔 움직임이 있고 속력이 있다. 그 살결에는 따사로운 온도가 있다. 실로 조형미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과장이 아니라 나의 美에 대한 開眼은 우리항아리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둥근 항아리…아직도 아직도 조형의 전위에서 있지 않을까’. 두 분 선생님은 우리 달 항아리가 지니는 뜻과 아름다움을 예리하고 명쾌하게 밝히셨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달항아리는 내면적으로는 18세기의 시대정신을 함축하고 있으며 외형적으로는 18세기가 지향한 모든 아름다움을 집약하여 기막히고 훌륭한 조형으로 탄생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18세기의 우리의 총 조형역량을 달항아리로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달항아리는 풍만한 것 같지만 준수함이 생명이다. 口部가 크고 굽이 좁아서 수평선위에 둥실 떠 있는 것 같고 下胴이 약간은 훌쭉하여 준수한 형태로 둥싯 떠 있는 것 이다. 항아리의 위아래를 붙여 만들고 나무 물레 위에서 口部와 몸체와 굽을 깎아 내면서 두께가 문제가 되어 장작 불 속에서 어느 곳인지 모르게 주저앉기도 하고 튀어나오기도 하고 터지기도 하면서 不定形의 원만하고 너그러운 형태가 된다. 그뿐 아니다 환원번조가 위주이지만 가마 속에서 자연히 일어나는 불의 마술적 매력을 아무도 짐작할 수 없어 그 색상 또한 천태만상이다. 어느 달항아리를 보아도 비슷한 것은 있어도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것은 不定形과 마찬가지로 다양성이다. 질(백토로) 형태를 만들기 까지만 사람의 능력이고 초벌하고 유약 입히고 본벌 번조하여 어떠한 형태가 나오던지 어떠한 발색을 하던지 그것은 전적으로 자연의 영역이다. 우리는 그것을 마음 놓고 자연에 맡긴다. 여기에 흙과 유약의 맛이 더해져서 기막힌 달항아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미술에는 리듬이 있다. 달항아리가 연출하는 리듬은 형태에서는 그 선이 굵고 유연하지만 不定形에 다양한 색상과 흙맛과 유약의 맛이 어우러져 나타내는 선율은 아주 잔잔하지만 그곳에 강약이 있어 굵은 선과 흔연히 어우러져 기막힌 화음을 이룬다. 이것은 가야금과 거문고와 북과 장고와 깽깽이와 퉁소와 꽹과리와 징 등의 멋진 합주에서 만들어지는 화음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 박영숙의 달항아리는 본인의 지도가 있었지만 이 엄청난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본인이 권유해서 하자한 것이 아니다. 어떤 기회에 작가 박영숙씨와 그 부군과 본인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선백자의 이상인 백자 달항아리를 만들어 보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거의 동시에 나왔던 것이다. 작가 박영숙씨는 그 부군의 후원으로 조선백자가 지니는 정신과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내기 위하여 이십여 년 간 한결같이 온갖 정성과 각고의 노력을 쌓아왔다. 나는 박영숙 공방이라면 백자 달항아리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박영숙 작가도 나의 조언을 털끝만한 이의 없이 받아들여 서로의 믿음과 작가 박영숙의 끈기와 인내가 오늘의 놀랄만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조선조 18세기 달항아리의 조형 정신을 이어 받아 현대에 되 살려 보려고 하는 시도는 감히 누구도 엄두조차도 내기 어려운 생각이고 작업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시도는 불굴의 의지와 굳은 신념과 실천 의지와 끝없는 믿음과 18세기의 달항아리를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하지 아니하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항아리는 무엇을 많이 담을 수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풍만하여 뚱뚱하기만 하면 둔하여 준수함이 사라지고 또한 그 기능을 다하기도 어렵고 그것이 놓이는 장소의 분위기와 어울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또한 현대 우리생활 공간이 옛보다 훨씬 넓어져 여유가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조선조 달항아리 보다 훨씬 크면서 풍만함 보다는 준수함에 무게를 두어 몸체의 폭보다 키가 좀더 큰 것을 지향하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항아리는 열에 하나가 남아서 그 잘생긴 자태가 햇빛을 보게 되었으며 그 높이가 모두 54cm를 넘어 66c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이것은 18세기의 너그럽고 원만하고 잘생긴 백자 달항아리가 새롭게 탄생한 것으로 박영숙 작가는 참으로 엄청나고 훌륭한 일을 해낸 것이다. 이들 새 항아리는 우리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와 서로 훌륭한 선후배가 되어 우애를 나누고 우리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형 역량을 온 세계에 각인시키면서 길이 보존되리라 믿어 의심치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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