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오감의 투영’
2025년 하반기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2025. 07. 16 (수) ~ 2025. 07. 22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2025년 하반기 갤러리 도스 ‘오감의 투영’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이영주 ‘그날의 거울‘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 전시기간: 2025. 07. 16 (수) ~ 2025. 07. 22 (화)
2. 전시 서문
필연적 고통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삶에서 쌓이는 인간관계는 필연적이다. 누군가를 자의로 만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원치 않는 관계에 놓일 때도 있다. 살면서 알아가는 새로운 이들은 소통할 경험을 선사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회의적이고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본격적으로 임할 때 이러한 일들은 더욱 빈번해지고 커다란 정신적 소모를 일으킨다. 이영주 작가는 관계의 딜레마와 극복의 어려움을 주제로 모든 이가 삶에서 공통으로 접하는 무력감을 표현한다. 달갑지 않은 경험에서 난처함과 고난을 얻었던 기억은 딛고 일어설 의욕조차 무색할 정도로 큰 파장을 가져온다. 작가는 위기에 놓인 채 부담과 무력감에 휩싸인 자아를 작업하면서 가감 없는 솔직한 모습을 구현한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사실적으로 구사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본인에게 가하는 자기혐오의 현상과 감정이 미치는 파급력을 시각화한다.
화면은 인물의 몸짓이나 표정을 확대하여 조성된다. 주체가 되는 대상이 여백 없이 주요 공간을 전부 차지하도록 하면서 관객은 프레임 속으로 더욱 몰입할 수 있다. 큼지막하게 표현되는 인물은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일루전을 유도한다. 나아가 전신을 전부 노출하기보다 얼굴이나 눈, 상반신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집중적으로 드러내면서 작품이 지니는 서사를 더욱 개성 있게 보여준다. 탁한 눈동자, 갈 곳을 잃은 손가락, 무거운 머리를 몸에 기대고 있는 제스처는 트라우마에 잠식된 감정을 여실하게 담고 있다. 무력감에 빠져 허망해하고 마음의 상처로 인해 의욕을 잃은 인물들은 작가의 자아를 반영한다. 작품은 흐릿한 경계와 소멸해 가는 색채의 특성을 활용하여 회복의 의지를 억지스럽게 꾸며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적 면모를 고루 나타낸다. 관계에 염증을 느끼고 그 염증이 끝내 스스로를 파고들게 하는 자기혐오는 자해를 유발하고 이러한 자해의 결과가 화면에서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동양화의 고전적인 기법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다양하게 교차하는 색감의 다채로움을 입체적으로 작용하게 한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피부의 울긋불긋한 붉은 톤 또는 명암의 대비는 물감을 지속적으로 쌓는 채색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작품 특유의 침잠된 색조는 탁하고 거친 느낌의 채도가 아닌 부드럽고 맑은 수분이 한 겹씩 누적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머리카락의 짙은 색감 또한 옅게 만든 안료를 여러 번 올리면서 빛의 반사된 효과를 촉진한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작품 하나하나를 마주하며 자신의 서사를 투영하게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감정의 여파가 커질수록 정신은 점점 지배당하고 결국 신체의 모든 것이 잠식되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과거의 기억으로 존재하지만 크고 작은 역할로 꾸준히 작용하면서 기약 없이 삶 속에 함께한다. 심각한 내상은 결코 달갑지 않은 경험으로 남지만, 서서히 무뎌지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하면서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완전히 잊히지 않는 화상처럼 자리할 것이다. 앞날을 위해서 각자의 아픈 화상을 잘 다스려야 하지만,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진솔한 내면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 사람이기에 아픔을 겪고 상처 입은 순간을 기억하며 회상하는 것 또한 사람의 필연적인 모습임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띠고 있는 인물들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보기를 바라며, 지극히 사적인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공유받는 시간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Blue #2-1
장지에 먹과 채색, 162.2×130.3cm, 2023
Blue #5
장지에 먹과 채색, 112.1×162.2cm, 2024
Blue #2-2
장지에 먹과 채색, 162.2×130.3cm, 2023
Blue #5-1
장지에 먹과 채색, 112.1×162.2cm, 2024
Blue #6
장지에 먹과 채색, 130.3×97.0cm, 2024
Blue #6-1
장지에 채색, 72.7×60.6cm, 2024
3. 작가 노트
‘꽤나 오랫동안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곤 했다. 언제나 의도치 않은 상황에 놓여지고 이유 모를 관계에 직면해 시험에 드는 기분이었다. 이러한 반복되는 경험들은 나를 화나게도 하고 슬프게도, 우울하게도 만들었지만 그 마지막은 언제나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무력감은 나를 아주 무겁게도 짓눌렀다. 더 이상 다시 일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해보려는 시도 조차 겁나게 만들었고, 자기혐오에 빠져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했다. 이 무력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극복하지 못 한 채로 안고 살아가며, 또 다시 저 깊숙한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나의 작품은 무력감에 빠져 천장만 바라보던 그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의 작업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수반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트라우마는 인간관계에서 시작하여 그 범위를 확장하여 트라우마 그 자체이며, 감정은 무력감에 가깝다. 무력감은 트라우마를 맞이하게 되어 더 이상 나아갈 힘 또는 희망이 사라진 상태의 감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이 휩싸인 자아를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화면 안의 인물을 클로즈업하여 큰 화면에 빈틈 없이 채워 넣으면서, 예민한 색감으로 묘사하여 표현하고 있다. 인물을 극적으로 확대하여 관람자와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하고자 한다. 이러한 착각을 통해 화면 속 인물과 친밀하게 감정을 공유하면서 그를 강조하여 보여준다. 인물의 텅 빈 눈빛과 무겁게 늘어져 기댄 자세를 통해 무언가에 빗대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여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색감과 모호해지는 경계들은 나아갈 의지를 잃고 자아의 상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트라우마와 같이 극심한 스트레스의 상황을 대하는 자세는 다양하다. 특히나, 무력감은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힘을 잃었지만 그 힘의 화살은 자신에게 돌리게 한다. 그렇게 돌아선 화살은 자책과 자기혐오로 변화하고 그로 인한 자세들이 작품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자기혐오는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띄우며 눈에 보이는 상처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을 긁어 상처를 낸다던가, 꼬집거나 털을 뽑는 것 등의 형태를 띄고 있다. 나의 작품은 그 안에서 드러나는 무력감과 상처들을 통해 우리의 지난 아픔을 직면하고 서로 공유하는 공간이 된다.
4. 작가 약력
이영주│Lee Young Ju
1998 출생
2023 ~ 덕성여자대학원 미술학부 석사 수료
2023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2017 경기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개인전
2025 그날의 거울, 갤러리도스, 서울
그룹전
2024 4보다 넓고 6보다 짧은, 디멘션 갤러리, 서울
2023 Gardening, 라운드코너, 서울
2023 방백, 갤러리 라보, 서울
2022 아시아프, 아트페어, 서울
2022 안견미술대전 수상전, 서산시 문화회관, 충남 서산
2021 청송야송미술대전 수상전, 군립청송야송미술관, 경북 청송
2021 경기미술대전 수상전, 양평군립미술관, 경기도 양평
수상
2022 안견미술대전 특선
2021 청송야송미술대전 한국화부분 우수상
2021 경기미술대전 특선
아트페어
2024 아시아프, 서울
2022 아시아프,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