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갤러리 도스 기획
윤아인 ‘피지 않던 꽃도 피었다: 고목의 일기’
2025. 06. 18 (수) ~ 2025. 06. 24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윤아인 ‘피지 않던 꽃도 피었다: 고목의 일기’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 전시기간: 2025. 06. 18 (수) ~ 2025. 06. 24 (화)
2. 전시 서문
결핍의 철학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회에서는 다양한 인식과 시선이 존재한다. 특정한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은 대부분 인류가 살아가면서 만들어진 사회적 통념으로 이해하게 된다. 사적인 영역을 벗어난 대중화된 기준은 처음부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중 심리에 맞추어지기도 한다. 화려한 장식과 같이 누군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들은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반면 어딘가 결핍이 있어 보이는 조금은 낡고, 부차적일 것만 같은 대상은 문제적 시선을 받는다. 사회는 마치 그들이 어떤 잘못을 한 것처럼 인식하면서 그들과 본인을 분리하기 시작하고 소외된 대상은 점점 도태된다. 윤아인 작가는 삶의 이러한 구조를 일반적인 관점에서 전복하여 바라본다. 나아가 작품을 통해 완벽하지 않은 결핍의 존재에서 알 수 있는 진정성과 연약함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가간다.
작품에서는 주로 노인들이 등장한다. 나이가 들며 깊어진 주름과 노화로 얻게 된 각종 질병으로 나약해진 사람들은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한다. 모든 이가 지금의 젊음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지만, 그것은 현재의 순간에서 막연할 뿐 전적으로 공감하기에 어려울지 모른다. 작가는 인간이 노화하는 현상을 자연의 본질적인 섭리로 이해한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자연의 세계에서 인간은 늙어가고 그다음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인 철학은 작품에서 누적된 시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남는 흔적으로 보인다. 작가는 스스로 받아들인 삶의 본질을 공유하고 사람이 필연적으로 지니는 연약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관객이 자아를 통찰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은 강하지 않다’라는 이론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외를 상징하는 작품을 마주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하도록 만든다. 결핍은 곧 세월이 지나면서 개인과 사회가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포용한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존재들을 작품의 중요한 위치로 전환하면서 지나가는 시간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초연한 자세로 임한다. 사회적으로 규정한 미의 기준은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놓이게 된다. 작가는 유동적인 자연적 구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결핍에 잠재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 속의 진실성을 모색한다. 작품은 형태의 단순한 모방을 넘은 소멸의 의의와 사라지는 것으로부터 기인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표상하고 있다.
아름다움의 정의를 재해석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환심을 사거나 예쁜 작업처럼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의 잣대로 평가받고 평가하는 고정관념의 굴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사회가 정의하는 소위 예쁘고 멋진 것들은 결국 일정한 프레임 내에서 가장 쉬운 방식으로 적용되며, 때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모할 수 있다. 작가는 불완전한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다양한 재료와 소재로써 시각화한다. 작업은 인간의 존재론적인 미학과 이것을 복합적으로 흡수한 새로운 시점의 예술이 되며 커다란 시간의 흐름에서 자연의 섭리를 외적인 미로 판단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향후 우리 모두가 포용해야 할 중요한 가치 판단의 토대이며 주의 깊게 눈여겨봐야 할 내재적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작품을 마주하면서 가려진 시야를 넓히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느낀 삶의 성찰을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특정 대상에서 나아가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서사를 헤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른 목소리
Oil on canvas, 72.7×50cm, 2024
주사가너무아파죽는줄알았다너무맛고십지않타언제까지마자야하는지
연필, 콘테, 유토, 162.2×103.3cm each, 2024
격리
연필, 콘테, 29.7×21cm, 2024
보이지 않는 눌림
Oil on canvas, 90.9×72.7cm, 2024
숨결의 지도
FRP, 50×55×65cm, 2024
숨을 삼킨 고목
Oil on canvas, 116.8×91×50cm, 2025
3. 작가 노트
피지 않던 꽃도 피었다: 고목의 일기
우리는 흔히 “ 멋지다 “ 라는 말을 할 때 쿨하고 세련된, 화려하거나 매끈한 것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이런 통속적인 멋짐에 회의를 느낀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소위 멋지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며, 사회가 외면하거나 불편해하는 대상들이다. 그것들은 어딘가 슬프고, 거북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에서 깊고 진실된 본질적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것들은 인간의 삶과 흔적, 취약함, 사회가 가진 이면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대 사회는 결점과 불완전함을 제거하려 애쓰며, 완벽함이라는 이상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그러나 결점 속에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 나의 그림과 조각에서는 그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말라 비틀어져 찢어진 것을 버려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속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상상한다.
<주사가너무아파죽는줄알았다너무맛고십지않타언제까지마자야하는지>는 노인의 실제 일기 속 문장이다. 요양원과 같이 격리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고통 반복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문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화와 죽음에 대한 대화는 불편한 주제로 여겨지고, 이는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생명의 질과 존엄성이 부족한 사회로 나아가게 만든다. 작업에서 주제로 선정한 요양원은, 필요한 의료 서비스와 돌봄을 제공하는 중요한 시설이지만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단순히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할 수는 없다. 작업 속 노인들은 수많은 검버섯, 주름과 함께 축 늘어져있으며 알 수 없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쳐다보는 ‘응시’가 아닌, 지친 눈길을 허공에 잠시 올려두고 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은 나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인간은 노화하며, 자연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된다. 이 피할 수 없는 변화를 통해 생명이 가진 본질적인 연약함을 작업으로 드러낸다. 자연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작업 속에 담아 그것이 인간 존재와 어떻게 맞닿아있는지 형상화한다. 이러한 형상화는 단순한 재현에 머무르지 않으며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의 감정, 그리고 자연의 순환을 결합시킨다. 이 결합 속에서 시간 속에서 남겨진 흔적과 인간과 자연의 존재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고스란히 남는다. 이러한 것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그것이 단순히 상실을 의미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과 재생을 상징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4. 작가 약력
윤아인│YOON AIN
2025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조소전공 & 인문예술미디어학부 졸업
2021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2018 예원학교 졸업
E mail kinge22@naver.com
Insta @u___nain
2025 갤러리 도스 개인전
2025 갤러리 코사
2024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전시: 예?>
2024 이화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교류전
2023 서울캠퍼스타운 × 박스퀘어 개관기념전
2023 이화여자대학교 <이 작품을 주목한다>
2022 갤러리 볼록
2022 갤러리 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