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도재홍 사진전 - 소백 청연 사흘 초평

전시 기간: 2025. 6. 12 – 6. 28

전시 장소: 두성페이퍼갤러리(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23길 41)

관람 시간: 10:00 – 17:00(일요일 휴관)

오 프 닝 : 6월 12일(목) 17:00 

전시 개요 

어피스오브서울이 주최하는 도재홍(Jaehong DO) 사진전 <소백 청연 사흘 초평>이 오는 6월 12일부터 6월 28일까지 두성페이퍼갤러리에서 열린다. 

30여 년간 활발하게 활동해온 도재홍은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한 명으로, 2002년부터 몽골과 네팔의 자연을 주제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Mongolia 360° Land Art Biennial>에 참여했으며, Mongolia UMA Art Gallery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소백 청연 사흘 초평>는 작가가 20여 년간 몽골과 네팔에서 촬영한 작품들을 모아 선보이는 전시로, 도재홍 작가 고유의 시선과 자연의 빛을 감상할 수 있다. 눈으로 덮인 대평원 소백(素白), 거대하게 편평한 청연(靑煙), 굽이굽이 흘러 넘치는 모래 언덕 사흘(沙屹), 그리고 싱그런 푸른빛 대지 초평(草坪), 네 가지 색 수묵화 같은 농담의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동강국제사진제를 이끌어온 김희정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두성종이, 홍디자인, 선일상사가 후원한다. 전시 작품 중 일부는 두성종이의 프리미엄 인쇄용지 ‘반누보’와 ‘블로커’에 디지털 프린트하여 선보인다. 

거대하게 편평하고, 무심하게 단순한 사진들이 한 장 또 한 장. 눈으로 덮인 대평원, 물결치듯 자잘한 결을 만들며 굽이굽이 흘러 넘치는 모래 언덕, 싱그런 초록빛 대지 위에 들이닥치는 성난 구름의 행진 등 수묵화 같은 농담의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몽골의 고비(Говь, ‘황무지’라는 뜻)에서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 끝도 없이 펼쳐진 몽골의 대평원과 붉은 기운이 굽이치는 사구에서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 하늘을 덮을 만큼 수백 수천 개의 조명을 세워도 사람은 만들어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빛의 힘, ‘공간’이라는 단어로 담을 수 없는 대자연의 웅장함과 위대함이 한 겹의 거름망도 없이 그대로 그의 몸 위에 내리 꽂혔다고 한다. 몽골의 평원에서. 

그 빛을 한 번 보고 나니 그가 그동안 해왔던 일,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내는 티끌 같은 조명으로 사진을 찍는 게 힘들어졌다. 갓 딴 사과의 싱싱함도,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여러 해에 걸쳐 공들여 만들어낸 호텔의 고급스러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몽골로, 또다시 몽골로. 발이 저절로 몽골로만 향했다. 

대평원 한가운데 발을 단단히 박고 서서 카메라를 들었다. 스튜디오에서 일할 때는 빛을 만드느라 밤을 지샌 날이 숱하고, 한 끗 모자란 조명 때문에 애태운 날들이 많았는데, 그곳에서는 빛이 주는 순간들을 그냥 박기만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그 자리에 섰다. 하루도, 한 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자연 앞에서 마음이 바빠졌다. 이 모든 걸 담으리라. 깜깜한 스튜디오 안에서 최고의 조명을 위해 홀로 사투를 벌이던 시절의 그 고집스러움이 몽골에서 또 슬그머니 올라왔다. 지나가던 바람이 그의 머리 위를 쓱 훑으며 그를 말렸다. 평원을 내달리던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뾰족뾰족하던 신경들이 가라앉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평원, 그곳에서 자연의 빛을 만났다.

- 신혜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