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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민경∙김기찬 드로잉전: 구체적 진술과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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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개요


• 전시제목 : 구체적 진술과 은유

• 참여작가 : 감민경, 김기찬

• 전시장소 :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172-1 The SoSo 5층

• 전시기간 : 2022. 10. 29 (토) _ 11. 25 (금) 13:00_18:00 월, 화 휴관


10월 29일 더 소소에서 감민경, 김기찬 2인전 《구체적 진술과 은유》가 개최된다. 주변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재로 삼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소박한 재료를 사용하는 회화, 드로잉을 선보인다. 두 작가의 작품은 섬세하고 다양한 모노톤의 변주로 일상의 풍경을 묘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쌓아온 작업세계를 바탕으로 2022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드로잉 대작을 선보이기도 한 감민경 작가와 더 소소에서 첫 외부전시를 하게 된 학생신분의 김기찬 작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거침없는 선과 큰 스케일을 가진 감민경의 작품과 아주 작은 종이에 섬세하게 그려진 김기찬의 작품이 보여줄 대비와 조화는 감상의 큰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드로잉의 깊은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구체적 진술과 은유》는 11월 25일까지 갤러리 소소의 서울 전시관 더 소소에서 만날 수 있다.

 

2. 전시서문


담담한 풍경, 격렬한 깊이


하얀 종이에 목탄과 연필로 그어진 검은 선들이 형태와 명암으로 풍경을 만든다. 감민경과 김기찬, 두 작가는 가장 소박한 재료가 사용되는 회화, 드로잉으로 만났다. 주가 아닌 주변의 것, 매일 다니며 무심코 흘려버리는 것들에 시선을 보내는 이들의 작품은 《구체적 진술과 은유》라는 제목으로 같은 공간에 자리하게 되었다. 시간을 두고 볼수록 점점 더 자세한 풍경이 되는 이들의 모노톤 드로잉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크고 작은 화면과 진하고 연한 선처럼 다양한 사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윽고 작품의 소리와 공명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들의 진술은 담담하다. 감민경의 작품 속 어딘지 모를 풍경은 꿈결처럼 아련히 종이 위에 나타난다. 목탄의 거친 선들은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풍경이 되어 그곳에서 일어난 누군가의 조그만 일들을 작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모두가 본 풍경이며 누구라도 겪었을 일들이다. 너무나 작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하는 김기찬의 작품은 평범한 거리의 풍경을 정갈하게 담고 있다. 어제 지나갔던 아파트의 놀이터, 누군가의 낙서가 있는 강가의 다리, 어둑한 저녁에 지나간 파출소 앞, 밤새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인 주차장은 특별한 일 없이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모습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풍경들은 담담하게 그날의 일들을 말하고 있다. 


그 속의 은유는 격렬하다.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운 감민경의 선들이 거대한 풍경이 되었을 때, 평범한 인간의 몸은 역사가 된다. 작가의 힘이 실린 선을 따라 자신조차도 자세히 본 적 없는 속살에 새겨진 인생의 파고를 만나고, 힘겹게 넘어야했던 거대한 둔덕과 깊은 어둠을 지나간다. 이름모를 곳에서 일어난 누군가의 일은 나의 기억과 겹쳐지며 삶을 지배하는 강렬한 사건이 되기도 한다. 김기찬의 작은 풍경 속에서 수천 번 수만 번 그어진 섬세한 선들을 인식하게 되면,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에 쌓인 수많은 시간이 한꺼번에 닥쳐온다. 누군가 살았었고 지금도 누군가가 살고 있을 아파트 벽의 균열, 어제 지나간 그 골목을 지나쳐갔을 수많은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담담한 풍경을 뚫고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렇게 이들의 풍경은 격렬한 깊이를 지니고 있다.  


아주 구체적으로,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뚜벅뚜벅 걸어와 내 앞에 선다. 어떠한 포장도 없이 맨 얼굴을 보이고 있는 이 그림들 앞에서 나를 덮고 있던 모든 가장들을 벗는다. 작품과 마찬가지로 맨 얼굴이 된 나는 비로소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별일 아닌 듯, 그냥 그런 이야기인 듯 조곤조곤 말하는 풍경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하루하루 견디고 있는 삶의 무게를 마주한다. 그 하루를 조용히 안아준다. 이것이 《구체적 진술과 은유》에서 감민경과 김기찬이 만들어내는 담담하고도 격렬한 공명을 만나는 순간이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3. 작가약력


감민경

감민경(b.1970)은 개인의 서사와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해 새로운 상황과 환경, 사람 사이에서 발견한 일련의 장면을 표현한다. 작가의 작업에서는 인체의 일부가 마치 풍경의 한 시점처럼 드러나기도 하는데, 감민경은 이와 같은 일상적 단편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 새로운 세계와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두는 데 관심이 있다. 부산, 일본, 독일 등 국내외 여러 레지던시를 거치며 거주지의 변화를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개인전 《나는 그의 은유였다》(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1), 《잃어버린 밤》(갤러리조선, 2019), 《지붕없는 기억》(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2018)을 비롯해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부산현대미술관, 2022), 《기억의 주름》(해동문화예술촌 아레아갤러리, 202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3년 15회 부산청년미술상, 2005년 5회 하정웅 청년작가전에서 수상하였으며, 미술은행,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이인, 부산문화재단, 부산지방법원 등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기찬

김기찬(b. 1996)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시간대의 거리나 평범한 건물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작가는 대상의 모습을 촬영한 후, 촬영한 이미지를 재단하여 종이와 연필을 사용해 작업한다. 김기찬의 작업은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톤과 밀도의 차이로 인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작은 화면에는 마치 사진과 같은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세종대학교 회화과 학사 졸업 후 현재 동대학원 석사에 재학 중인 작가는 단체전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전시회》(세종아트갤러리, 2020), 《따옴표 열고 온점》(세종아트갤러리, 2022)에 참여했다. 《구체적 진술과 은유》는 더소소에서 개최되는 작가의 첫 외부 전시로, 작가는 다양한 밀도와 질감으로써 일상 속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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