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전시상세정보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한선주 : 불멸낭만-먼지로 쓴 시

  • 상세정보
  • 전시평론
  • 평점·리뷰
  • 관련행사
  • 전시뷰어





한선주  Sunjoo Han
불멸낭만  Poems of immortal dust



2021.12.22-12.26

학고재 아트센터


2022. 1. 4- 1. 16

개나리 미술관




코로나 이래로 급변한 사회문화현상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에 침잠해 있지만 그 압력의 틈새에서 ‘인간이라는 낭만’은 존재하고 있다. 이 시대의 정서적, 심리적으로 소멸해가는 낭만의 종말을 유보시키며 덧없는 존재가 한 편의 시로 남을 수 있는 낭만성에 관하여 조명한다.


그동안 한선주의 작업이 짓누르는 듯한 무게의 슬픔과 그 해소의 과정을 서사적으로 표현하였다면, 이번 전시는 다소 명랑한 밝기의 슬픔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본 전시에서 표현한 슬픔은 자신을 둘러싸고 억압했던 외력에서 벗어난 후 바라본 자신의 세계관과 존재감, 인생감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작가가 상실과 허무감를 애써 제거해 나가며 무가치한 시간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슬픔에 대해 접근했다면, 이번 전시는 오히려 그 덧없음과 화해한 듯 흘러가며 어떤 가치에도 거주하지 않는 입장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도달하려고 분투했던 작가의 강렬한 열망이 놀랄만치 허무하게 증발해버린 듯해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타자를 향한 그리움과 끝내 버리지 못하는 소원들을 담채보다 옅게 하여 감추려 들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작품들은 한선주가 끌고 나가는 주요서사의 일부로써, 단편적으로 개입되는 낭만적 사색의 순간들을 묘사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작가의 사색이 어느 철학적 지점에 안착했다기 보다 그에게 새로운 차원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또 그 속에서 자신의 것을 소화시키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시각화 된 것으로 말이다.    


심심한 듯한 작가의 그림에서 예상 밖으로 발견하는 낭만과 내면 깊숙이 가라앉은 천진함을 마주하고, 먼지로 쓴 시 같은 그녀의 낭만이 어떻게 불멸이란 단어로 해석되고 있는지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노트


내가 그리고자 했던 낭만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담백한 맛이 난다. 과거의 작업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무게나 열기가 증발해버린 듯한 느낌이다. 물 위로 부는 바람에서, 살며시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에서, 별빛이 스러지며 내는 청각적 심상에서 내가 정의한 낭만이 새롭게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 낭만은 결코 감상적이지는 않다. 나는 우주적 관점과 영원의 시선에서 찰나에 스친 인생의 유한성을 낭만과 먼지로 해석하였다.


먼지로 쓴 ‘불멸낭만’이란 시는 먼지와 불멸이란 단어가 충돌하면서 기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불멸과 영원의 무게를 먼지처럼 느끼는 것은 유한한 인간이 자신의 전부로 겪는 시간의 총체가 결국 덧없는 찰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낭만적이고자 하는 이유는 영원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원과 불멸, 완전이라는 단어는 유한한 존재가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개념이다. 나는 네 글자의 조합이 창출하는 뜨거운 열망과 완벽한 실패의 직조가 인간의 삶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에 이따금씩 찾아오는 낭만적인 순간들이 한 숨에 실려 사라지듯, 우리의 존재 또한 “광막한 우주 변두리 창백한 푸른별”에 잠시 있다 사라지는 먼지 한 올에 불과하듯, 우주와 영원의 시선이 바라본 각자의 인생은 불멸이 경험한 낭만의 순간으로 남는다.


나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그려진 빈 집을 차용하여 종이집으로 각색했다.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빈 종이집으로 한지의 피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인간존재의 덧없음과 가벼움, 고독함과 쓸쓸함을 말하려 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물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비유한다. 물 위를 떠다니는 종이집의 가벼움과 종이집이 젖기까지의 짧고 위태로운 시간을 통해 인생의 유한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종이집과 일맥하는 방식으로 표현한 빈 땅은 내 자신이 처한 모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로 읽힌다. 그러나 그 모호함 속에 서있는 화자는 체념과 방랑 없이 매일매일 비질을 하고 석등에 불을 키며 자신의 근원을 기억하려 한다.





한선주_끝없는세계2_121x60cm_2021_한지에 수묵담채




한선주_초대2_120x60cm_2021_한지에채색



한선주_그것은 마치 이슬 끝에 매달린 달그림자 같은 것_120x60cm_2021_한지에수묵담채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