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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한풍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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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설명  


절기의 흐름에맞춰 각기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계절은 삶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채로운 정서를 부여한다. 그 중에서도한 해의 끝과 시작에 자리한 겨울은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들을 오롯이 품어내어, 일상 안에서의 깊은사색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롯데갤러리 겨울기획 ‘설한풍정 雪寒風情’은 계절이 자아내는 정취를 다채로운 시각에서담아본 자리이다. 함박눈 내려 더욱 예스러운 허름한 국밥집, 쌓인눈 단정히 녹아드는 고즈넉한 산사, 칼바람 끝에 매달린 고들고들 시래기, 첫눈을 향한 소녀의 설렘, 무등산의 웅장한 설경과 공사장의 겨울, 그리고 눈 내리는 날의 젊음의 공허까지, 7인의 참여 작가는 삶가까이에서 바라본 계절의 서정을 작품으로 구현해낸다. 


공사장의 겨울 풍경을 담은 고마음은 재개발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변화하는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다. 포장에 둘러싸인 공사 현장이 거대한 선물처럼 보였다는 작가는 새로운 장소에 대한 낯섦과 기대를 파스텔톤 위주의색감과 단순화 시킨 화면에 투영한다. 길가에 버려진 곰인형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캐릭터로 현대사회의관계상실과 고립 등을 이야기해온 윤석문은 우리 모두가 이 겨울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 내리는 밤길을 걷는 인형들을 표현하였다. 작가는 “삶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인형들의 형상은 곧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고 말한다. 유화의거친 질감과 특유의 서정성으로 감성 짙은 회화를 선보여온 이관수는 운주사의 겨울풍경과 오래된 국박집, 잔불이꺼진 연탄 등을 그려냈다. 현대식 아파트를 원경으로 자리한 허름한 국밥집은 펑펑 내리는 함박눈과 램프불빛으로 인해 포근한 서정을 자아낸다. 


완성도 높은 기법으로 함축적인풍경과 인물화를 그려온 조정태는 산사의 겨울과 해무가 내려 앉은 겨울바다, 눈비가 내리는 겨울 숲을 담았다. 어스름 동이 트는 암자의 마당에는 쌓인 눈이 녹고 있다. 요사채로스며드는 새벽빛과 녹아 내리는 눈은 산사의 풍경에 고즈넉함을 더한다. 오래된 골목길 풍경을 담아온 조현은 쌓인 눈에 비친 나무 그림자와 겨울 시래기, 눈 오는 날의 학동 풍경을 표현했다. 매서운 바람을 감내한 시래기는긴긴 겨울이라는 시간성을 함축하고 있고, 눈밭에 비친 나무 그림자는 푸르스름하면서 청명한 겨울 공기를감싼다. 


조각의 입체성과 회화의평면성을 조화시켜 부조 형식의 회화를 선보여온 채경남은 첫눈의 설렘을 조각으로 풀어냈다. 첫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날 반려견과 함께 첫눈을 만끽하는소녀, 첫눈 오는 날 눈밭에 드러누워 하늘을 향해 미소 짓는 아이까지 첫눈의 순수함과 동심을 따뜻한질감의 테라코타 작품으로 표현했다.      


진경산수의 정신과 미학에 천착, 우리 땅을 그려온 최진우는 화폭 안에 겨울 무등산을 담았다. 천왕봉과 안양산에서 본 무등산과 정상 저 아래의 구비구비 산세를 따뜻하게 품어내어, 모산(母山)으로서의 무등의숨결을 드러냈다.  

                                                                              

어느 때부터인가, 좀처럼 눈이 귀한 겨울이다. 춥고 시릴 수 있는 풍경이지만, 생의 따스함과 평온함을 향한 그 마음이 간절한 연말연시, 감성 가득겨울 풍경을 통해 의미 깊은 사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본 전시의 참여 프로그램으로 <행운의 연하장 보내기>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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