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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대: 실상 Le Temps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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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안종대 개인전, 《Le Temps》
장    소 가나아트센터 전관 (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28)
주    관 가나아트
일    시 2019. 6. 21 (금) – 2019. 7. 14 (일) (총 24일간)
오 프 닝 2019. 6. 21 (금) 오후 5시
출품작품 평면작품 20점 및 설치작품 3점




전시 소개
가나아트는 실상(實相) 연작을 통해 시간과 실존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다뤄온 안종대(安鍾大 b.1957) 작가의 개인전, 《Le Temps》을 개최한다. 안종대는 파리국립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 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오브제를 활용한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천, 종이, 쇠, 나무, 말린 식물 등의 일상적인 오브제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러운 풍화에 노출시킴으로써 실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그 변화의 편린들을 작업으로 엮어 실상의 개념을 구현한다.

實相 Le temps, 2016-2019, Mixed media, 110 x 255.5 cm


예술관
안종대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재능을 보여주기 보다 테크닉을 감추고 철학을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명료하지만 작업 안에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 하며, 시대가 변하면 옛 것이 되고 마는 현실 삶의 일희일비 그 너머의 것, 보다 전체적이고 본질적인 주제에 대해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본질적인 부분에서 고뇌가 해소되고 철학이 바로 서야 현실 삶에서의 갈등도 해소될 수 있으며, 이를 돕는 것이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상 연작의 주제의식은 이러한 예술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實相 Le temps, 2018-2019, Mixed media, 106 x 102 cm


실상 _조화의 시간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모두 실상(實相)이라는 제목을 붙이지만, 불어로는 Le Réel(실상)과 Le Temps(시간)을 병용하고 있다. 매 순간 만물을 변화하게 만드는 시간의 흐름 안에 절대적이고 완결된 상태의 실체(實體)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축적된 시간의 흔적들을 어느 한 순간의 상(像)으로서 목격한다. 즉, 눈에 보이는 실상(實像)은 결국 허상(虛像)과도 같으며, 작가에게 있어서 실상은 시간과 밀접한 개념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종대의 실상이 그저 만물이 시간 앞에서 결국은 바스러져 사라진다는 허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나무나 쇳조각, 태양의 열기와 빛, 빗물과 이슬, 흙의 흔적들, 이들은 음양오행의 원소들로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로 영향을 미치고 조화를 이룸으로써 매 순간 '새롭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낡음'보다는 '숙성'에 가깝다. 실상이라는 단어에는 모양 상(像)과 형상 상(狀) 외에도 서로 상(相)을 사용하는, '모든 것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뜻하는 한자어가 함께 쓰인다. 안종대의 實相은 단순히 사물의 외형이 낡아지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만물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화와 순환에 의해 변화한다는 우주의 진리, 혹은 하나의 개체나 개인이 세상과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존재의 방식에 대한 탐구이다.

實相 Le temps, 2006-2019, Mixed media, 204 x 212 cm


소재와 기법 _오브제
안종대 작가는 재료의 선택에 대해 말할 때 '만난다'는 표현을 쓴다. 길을 걷다 만났던 나뭇가지, 프랑스의 화방에서 만났던 아프리카 마, 주방에서 만났던 깨진 그릇 파편 등, 그의 작업에 사용되는 오브제들은 모두 작가의 일상에서 소소한 인연을 맺게 된 것들이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직접 작품으로 제작되기도 하지만, 캔버스 천이나 색지를 야외에 펼쳐 놓을 때 누름쇠 대신 사용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색지에 놓였던 깨진 그릇은 햇빛을 가리어 탈색된 색지 위에 말갛게 흔적을 남기며, 캔버스 천 위에 놓였던 나무는 빗물의 흐름을 변화시켜 얼룩을 남긴다.


實相 Le temps, 2008~2019, Mixed media, 130 x 127.2cm


전시 구성
1전시장의 색지를 이용한 빛 작업은 숨김과 드러남의 미학을 통해 실체의 허상성을 역설한다. 겉으로 드러난 색지는 점차 밝아지지만 그 미세한 변화는 눈으로 감지할 수 없으며, 이따금씩 색지가 바람에 흩날려 가려진 밑색이 드러날 때에나 그 변화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실체는 실상을 가리고 왜곡하며 그로부터 점차 멀어질 뿐인 허상인 것이다.

2전시장은 물을 이용한 작업들을 중심으로 소개된다. 야외의 공간에 펼쳐놓은 캔버스가 비바람을 맞는 동안 축적된 흙먼지는 물의 흐름과 정체에 의해 자연스러운 무늬를 형성하며, 흩뿌려진 못은 녹으로 문양을 새겨 넣는다. 물의 흐름과 흙먼지가 만들어낸 무늬들은 특유의 고색과 음영을 통해 깊고 중후한 공간감을 형성하며, 작가는 그 위에 선을 긋거나 오브제를 배치하여 자신이 바라보는 실상의 우주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3전시장은 그 실상의 우주를 전시장으로 확장한다. 안종대 작가는 평면 작업 외에도 대형 걸개그림과 조각, 설치작업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실상 연작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3전시장은 캔버스 작업을 중심으로 소개했던 차분한 분위기의 1, 2전시장과는 사뭇 다른 공간이 될 것이며, 작가 안종대를 가장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實相 Le temps, 2018-2019, Mixed media, 136 x 146 cm


안종대 작가는 오랜 시간 실상이라는 주제를 다뤄왔으며, 오브제의 자연적인 풍화를 이용하는 작업인 만큼 기다림의 시간도 길다. 그러나 한결 같은 그의 작업에도 작은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오브제의 구성은 이전 작업보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이고 있으며, 한 작품 내에서 여러 기법과 오브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등, 오브제들을 작품으로 재구성함에 있어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오브제들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도록 인위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그의 작업방식에 있어서 이러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자연이 오브제를 작품으로 만드는 도구로서 자신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실상을 탐구해온 시간 동안 자신 안에 그 철학이 완전히 내제하게 되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며, 이 자체가 안종대가 말하는 실상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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