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상반기기획전
휴머니즘 - 인간을 위한 흙의 시 展
HUMANISM - Poem of Earth for Human
○ 전 시 명 : 휴머니즘 - 인간을 위한 흙의 시
○ 전시기간 : 2018. 4. 6. (금) ~ 9. 2. (일)
○ 오 프 닝 : 2018. 4. 5(목)
○ 장 소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 참여작가 : 한국 및 영국 10명(9팀)
- 한국 : 고사리 레볼루션(김진, 백경원), 맹욱재, 석창원, 우관호, 윤정선
- 영국 : 크리스티 브라운(Christie Brown), 클레어 투미(Clare Twomey),
이바 마스터만(Eva Masterman), 피비 커밍스(Phoebe Cummings)
※ 무료관람일 : 문화드림데이(매월 둘째 주 토요일) , 문화가있는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이 전시는 한국과 영국의 상호 교류 활성화를 위하여 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양국의 동시대 도자예술을 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최근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 회복에 대한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고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폐해들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 어느 시기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난민문제, 인종차별, 기아, 질병, 전쟁, 환경파괴, 강제철거와 해고 등 인권을 위협하는 많은 사회 정치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휴머니즘 - 인간을 위한 흙의 시》展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비슷한 관심사(인간, 사회, 환경, 소통, 공동체)를 주제로 작업하는 10명(9팀)의 작가를 선정하여 소개한다. 이들은 오랜 세월 인류가 이룩한 눈부신 업적의 이면에 감춰진 어둠과 그림자 즉, 전쟁과 학살, 환경 파괴와 사회 문제 등을 작업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하여 대중에게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제안을 담고 있다. 특히, 클레어 투미와 이바 마스터만이 진행한 지역공동체 도자프로젝트(생명 교환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양국에서 약 260여명이 참여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 지역, 문화, 세대를 초월하여 진행되었으며 작가와 참여자, 미술관과 시민, 가족 간의 소통과 유대감을 유발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의 행동 참여 혹은 사고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는 점이다. 중앙홀에 설치된 우관호의 작품 <일만 개의 선물>은 작가의 선물을 매개로 인류간의 소통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생명 교환 프로젝트>는 작가가 던진 질문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이바 마스터만과 크리스티 브라운은 사물, 인간, 동물과의 소통과 교류에 대한 작품을 전시하며, 클레어 투미의 <교환>은 관람객들에게 사회를 이롭게 할 한 가지씩의 선행을 독려하고 있다. 석창원과 윤정선은 인간의 내면과 본질,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품을 선보이며, 고사리 레볼루션(김진, 백경원)은 노동자의 불합리한 해고와 처우, 오늘날 사회 속에서 노동자의 사물화에 대한 우려와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피비 커밍스와 맹욱재는 환경파괴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것을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인간 뿐 아니라 자연에 속한 모든 존재와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 이번 전시가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관호 Woo Kwanho
우관호는 사람과 예술, 작가와 관람객,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이 일상으로 들어가 소통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전시 작품을 선물로 증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선물은 작가가 만든 다양한 크기의 어린아이 두상과 일본의 타누키(너구리)로 관람객은 마음에 드는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두상은 인간의 본질을 의미하고 타누키는 본능을 의미한다. 관람객은 선물로 받은 작품을 일상의 장소 혹은 상황 연출을 통해 사진을 촬영한 후 작가에게 장소와 이름을 적어 보낸다. 사진을 받은 작가는 페이스북, 인스타, 위챗 등 SNS에 업로드 하여 전 세계인과 공유한다.
이번 전시에서 중앙홀의 탑 구조물에 설치된 세라믹 오브제는 지난 세기부터 현재까지 지구에서 일어난 전쟁과 학살 등 인류가 벌인 참담한 사건에 대한 은유적 표현을 담고 있다. 탑 구조물에는 검게 탄 수 만개의 어린아이 두상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 검게 탄 세라믹 오브제에서 전쟁으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들을 떠 올리게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탑과 둥근 구조물에 사용된 약 10만개의 세라믹 오브제는 지역과 국경, 문화와 인종을 넘어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 사이의 교류와 소통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성 회복과 인류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염원이 서려있다.
이바 마스터만 Eva Masterman
이바 마스터만의 작업은 스튜디오 내부의 사물과 환경, 창작자의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들과 자신이 만든 창작물 그리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사물과 창작물을 적당한 곳에 위치하도록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최적의 위치를 찾아낸다. 그렇게 놓인 것들은 시각적으로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준다. 이바 마스터만은 영국에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세라믹 오브제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찾아낸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가구, 선반, 기타 도구들과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어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 ‘나를 만지고 사용하세요(Touch Me Use Me)’라는 제목처럼 공간에 설치한 오브제들과 관객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관객들은 오브제를 매개로 작가와 사물과의 관계를 이어 나간다. 이것은 전시 기간 내내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의 공유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이 만든 세라믹 오브제를 통해 작가와 사물, 사물과 사람, 사람과 작가와의 관계를 이어가며 연대를 맺는다.
크리스티 브라운 Christie Brown
오랜 시간 인간을 탐구해 온 크리스티 브라운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하며 인간의 내면을 동물의 얼굴로 형상화 한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결합된 혼종의 조각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그의 혼종 조각들은 물리적 혹은 정신적 상처를 내포하고 있으며 사회적 취약자 혹은 소외된 자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과 불완전성에 대한 그의 사유는 관객들의 감응을 불러온다. 이번 전시 작품 <앰비카의 꿈>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전시 공간 ‘앰비카 P3’의 공간적 해석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된 작업이다. 이 공간은 스와라지 폴 경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앰비카 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다. 크리스티 브라운은 앰비카가 생전에 좋아했던 런던 동물원을 배경으로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동물원을 거니는 풍경을 연출하였다. 작품 <앰비카의 꿈> 속으로 초대된 관람객들은 앰비카와 어린 아이들이 펼쳐놓은 세계에서 영원의 시간을 경험하며 함께 여행하게 된다.
클레어 투미 Clare Twomey
클레어 투미의 <교환 Exchange>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13년 런던의 파운들링 미술관에서였다. 파운들링 미술관은 런던 최초의 고아원을 공공미술관으로 만든 것으로, 그녀는 파운들링 미술관의 독특한 역사와 전통을 상기하며 이 작품을 제작했다. 그녀가 설치한 작품은 1,550개의 커피잔으로 그릇의 표면에는 영국 전역에서 수집한 다양한 선행이 기록되어 있다. 선행의 내용들은 ‘크리스마스에 당신의 집을 열어주세요’, ‘감사 편지를 보내세요, ‘친구나 가족에게 편지를 쓰세요’, ‘정기적으로 빅이슈 구매자 되세요’, ‘자선을 위한 마라톤에 참가하세요’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일부터 ‘고아 입양’처럼 평생 헌신이 필요한 일도 있다. 클레어 투미는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으로 하여금 한 가지씩의 선행을 하도록 당부하여 사회와 인간을 이롭게 변화시키는 프로젝트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석창원 Seock Changwon
석창원은 도자와 회화로 선과 악, 이성과 감성 등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그의 세라믹 오브제에 그려진 섬세한 그림들은 전쟁과 평화, 광기와 순수, 욕망과 도덕이 교차하고 있다. 흙은 감정이 가장 잘 전달되는 재료이기에 흙으로 자화상을 만든다는 석창원은 작업 과정에서 표현하려는 대상과의 동일시 혹은 감정 이입을 통해 섬세한 표현을 시도한다. 인간의 신체부위 중에서 얼굴은 인간의 본성, 원초적인 욕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이처럼 <자화상> 시리즈는 현대인의 억압된 욕망과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그의 도자 조각에는 어김없이 노랑나비가 등장 한다. 유충이 나비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날개를 얻어야 비로소 다른 세계로 진입할 수 있으며 자유와 꿈, 이상을 향해 날아갈 수 있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나비는 고통과 번뇌의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존재로 고정관념과 한계를 타파하고 자아성찰을 통해 피안의 세계로 향하는 작가의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윤정선 Yoon Jungsun
윤정선은 여성의 공간, 꿈, 기억 등에 관한 개인적 사유를 회화와 세라믹 오브제로 표현한다. 그녀의 회화에는 주로 아이들과 뒷모습을 한 여성이 등장한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거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며, 이러한 구도는 작가의 회상으로부터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 고독한 여인의 모습이 그려진 빛바랜 회화는 세라믹 오브제가 더해짐으로써 한껏 감정을 고조시킨다. 회화에 부조로 결합된 세라믹 오브제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리석이나 화석처럼 보이며 그 흔적의 시간만큼이나 여성의 깊은 상처를 담은 듯 표현하였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작가의 내면이 투영됨과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윤정선은 이번 전시 작품 <정원사의 기억>에서 꿈의 상실감과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한 외로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고사리 레볼루션(김진, 백경원) Gosari Revolution(Kim Jin, Baek Kyungwon)
고사리 레볼루션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혁명을 이루어 보자는 취지에서 김진, 백경원 두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은 한국과 영국의 도자 산업을 조사하며 발견한 공통점을 작업의 소재로 활용하였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도자 제조업에서 여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전문 기술직보다는 단순 반복 노동에 더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영국 스토크 온 트렌트 도자 공장의 경우 도자 산업이 부흥했을 때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80% 정로도 높았으나 산업이 하락했을 때는 여성노동자 위주로 대거 해고를 당하였다. <그림자 노동자 I>는 영국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와 현실에 대한 작업으로 도자 장식의 주요 소재인 그리스 로마의 신화 속 인물들을 여성 노동자로 등장시켜 노동의 가치를 격상시킨다. <그림자 노동자 II: 당신의 도구들>은 청주에 소재한 ‘한국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장인이지만 이름 없는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고사리 레볼루션은 노동자의 도자기 제작 방식을 똑같이 따르며 수작업으로 이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행위를 통해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며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대중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피비 커밍스 Phoebe Cummings
피비 커밍스는 가공되지 않은 흙을 사용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식물의 형태를 만든다. 그녀의 작업은 인류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급격한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지구를 파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으며, 무분별한 개발 위한 환경파괴와 이로 인한 생태계의 손실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피비 커밍스는 지구의 생태계를 대표하여 다양한 식물의 형태를 모아 새로운 종의 식물을 만든다. 흙으로만 구성된 이 섬세한 식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변형되고 부서져 가게 된다. 변형되어 가는 과정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작품이 해체될 경우 가능하면 재활용하여 다음 작품을 제작한다.
맹욱재 Maeng Wookjae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구제역으로 인해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동물을 대량으로 죽여 땅속에 매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처 죽지 못한 동물은 생매장되었으며, 땅속에 묻힌 많은 동물의 사체는 2차 오염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인류는 효율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 가축 사육 방식을 발전시켰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의 식량을 충족하기 위해 비인도적 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량 생산을 위한 가장 흔한 방법은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 가두어 키우는 공장식 축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AI와 같은 질병이 생길 위험이 크고 한 번 발생하면 빠르게 퍼져나가 거의 모든 가축을 도살해야만 하는 재앙이 발생하게 된다. 맹욱재 작업의 근간은 이처럼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발생한 생태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다. 그는 설치 작품 <3개의 정원>에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생물들의 변이를 보여주며 인간중심적 환경에서 생명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서로 다른 3가지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또한 현 시대에 직면한 생태위기의 극복을 위해선 인간 중심주의에서 생태 중심주의로의 변화와 함께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