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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전 : Noir et Bl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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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의 예술세계로의 첫 걸음


1964년 4월 25일 서산에서 태어난 박동수는 파리 8대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0년, 그는 프랑스에 터를 잡고 그곳에서 아틀리에를 열었다. 이것은 회화로부터 전위적인 실험주의 비디오 설치작업까지 이르는 기나긴 풍요로운 창작기간의 시작이었다.
 그의 작품들을 처음 접할 때 우리가 느끼는 경이로움은 액션페인팅이나 조각 작품에서와 같이 그의 작품이 뿜어내는 에너지로부터 비롯된다. 박동수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폭파하는 듯 한 에너지는 작가에 의해 완전히 제어된 듯이 보인다. 폭파라는 단어는 그리 과한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작가 박동수는 대우주적인 차원에서 행성간의 충돌에서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에서는 동시에 역동성과 균형, 레디메이드와 즉흥성을 느낄 수 있다.





박동수, 그곳에, 각 40×40cm(×2ea), 캔버스에 아크릴,수채화, 2015




 그러나 그의 작품들 전체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다듬어지지 않은 우주발생론은 이상하게도 신체기관, 세포, 수정기관과 같은 내적세계와 소우주적 세계와 맞닿아있다. 아크릴, 유화물감, 크레피, 한지, 먹물의 밀도 높은 혼합물을 이용하여 표현된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벡터들은 이 작품들에 밀도와 불투명함을 부여한다. 그의 작품들 중 수많은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딱딱한 껍질과도 같은 이 두터운 층은 마치 용암의 겉면과 같이 보인다. 박동수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원초적 에너지, 욕망, 폭력과 무의식의 힘의 장소인 이 세상의 기원이라는 테마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상을 그려내기 위하여 박동수가 선택한 방식은 구상도 비구상도 아니다. 전위적 회화에 가까운 그의 성찰은 구상과는 대비된다. 그러나 그가 상징을 배척하는 것이라면, 이는 또 다른 상징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그의 회화가 완전히 비구상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예술적 언어를 수 없이 곱씹으면서 구상과 비구상, 두 세계 사이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머무르는 것, 바로 이것이 박작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 상징이란 명백히 규정된 표지판대로 해석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오히려 상징을 계기, 도구, 관객의 마음속에 즉각적으로 질문들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보아야 한다.





박동수, 그곳에, 각 74×47.5cm(×3ea), 캔버스에 아크릴,수채화, 2015




 가장 보편적이고 원형적인 형태이자 박작가가 자주 이용하는 원과 정사각형을 예로 들어보자. 이 형태들은 길을 잃은 우리의 시선을 작품에서 보여지는 형태 없는 용암의 가장자리로 이끌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비구상적이고 추상적이고 자기지시적인 그림을 보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우리는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된다. 관객은 예기치도 않은 곳에서 불쑥 찾아드는 감각적인 불안에 의해 관통 당하고, 말하는 행동 자체보다 더욱 크고 참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정신적이고 선험적인 세계가 펼쳐지고 짧은 시간동안 혼돈, 장소적 박탈, 시간적 박탈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원은 우리를 천상의 완벽함과 완전함 가까이 가도록 해준다. 정사각형은 우리를 인간적이고 다듬어진 것, 완성되고 정착된 지상의 체계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렇게 이 두 형태는 형상과 비형상, 천상과 지상,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표현할 수 없는 것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작품과 관객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 작품들의 켜켜이 쌓인 표면들 위로 다시 시선을 옮기자마자 논란의 여지는 사라져 간다.
바로 “이 자리(Cette place-Ⅰ)”라는 매우 야심적이면서도 인간조건의 겸허함을 보여주는 제목을 가진 연작 시리즈는 가장 잘 확정된 창작 메커니즘과는 거리가 먼 방법을 이용하면서 우리를 우리 자신의 존재 너머로 인도한다. 상징은 자기 자신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다른 곳에 존재하는 의미를 지시하면서 자신만의 신비함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박동수는 이리하여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은유와 복잡한 연상기법으로 만들어진 은밀한 조직망을 이용한다. 이러한 은유와 연상기법은 고의적으로 미로와도 같이 복잡하게 표현되었고 관객으로 하여금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하지만, 잘 조합된 재질과 형태로 인해 놀랍게도 친근히 느껴진다. 박동수의 작품들은 단순한 배출구가 아니라 놀라운 독창성과 일체적이고 심오한 세상의 이치에 대한 이상적인 준비과정을 보여준다.




박동수, 그곳에, 160×160cm, 캔버스에 아크릴,수채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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