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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휘곤 조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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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으로 올바른 혐오 ]    -   유하나

1.

곽휘곤의 개인전 《Self - hate》는 살풍경한 모습이 연출된다. 나체, 가면, 증오와 같은 소재들을 적극 이용한 이번 전시는 각 작품들이 모두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데서 통일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작가가 인간의 신체를 매우 사실적으로 축소하고 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품에서 낯설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혐오(Self - hate)라 하면 부끄러움과 절망으로 인해 스스로를 마땅히 웅크리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소극적이고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곽휘곤의 작품에서는 한 걸음 진보하여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웅크리던 사람들은 어느덧 자세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제의라도 치르듯이 비장한 태도로 종이봉투나 구겨진 두루마리 화장지 심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빈 음료수 캔이나 종이컵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작품 <Self - hate(c)2>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혐오한 나머지 얼굴 자체가 사라져가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본인에 대한 학대 내지 정체성 말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들은 방황을 넘어 어떠한 선택 내지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곽휘곤은 지난 2009년부터 인간의 욕망과 방황, 충동, 단절 내지 치유를 집요하게 그려낸 작가이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이상향인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를 욕망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때로 그들은 바다로 곤두박질치기도(충동적으로 뛰어들기도) 하는데, 바다는 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미지이다. 인물들은 죽은 듯이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이때 잠은 현실로의 회귀를 전제로 한 단절이자 치유이다. 결국 이 모든 작업들이 대상 또는 이상향으로 가는 과정이자 정류인 셈이다.

Self - hate》 전시 또한 이러한 테마의 연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작업에서 인물들은 원하는 것을 손에 쥘 수 없고,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에 혐오를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결의와 신념을 가지고 수치스러운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우길 원한다. 그리하여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로 변태하기를 욕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종내에 그들은 탈을 벗어 버리고 날개를 얻지 않는가. 물론 날개를 얻는다 하여도 그들의 고통은 계속 될 것이다. 마치 우로보로스가 자신의 꼬리를 거듭 무는 것처럼. 날아가야 할 좌표와 대상이란 결국 미지의 것이고, 끝없는 정류는 곽휘곤의 주요 테마이기 때문이다.

 

2.

 

한편 곽휘곤의 작품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요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크기의 문제다. 크기는 작가 스스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할 만큼 절실하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축소된 사람들이 나온다. 사실 조각사의 90퍼센트가 인체 조각상으로 이루어진 만큼 인간이란 소재는 흔한 것인데, 다른 작가들이 인체를 직접적으로 변형하고 이질적인 것과 조합함으로써 낯설음을 획득한다면 곽휘곤은 오로지 작은 크기로 승부를 건다. 이때 프로이트는 낯선 이질감을 ‘언캐니(uncanny)’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의 인물들은 왜 이토록 작은 것인가. 이유인즉슨 ‘나’와 ‘너’ 사이에 있는 거리감을 작가가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모든 관계에는 일정한 괴리감이 있다고 본다. 친밀하든 소원하든, 혹은 스쳐지나가느라 관계가 미처 형성되지 못했든 간에 사람들 사이에는 허공과 같은 심연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가는 그 거리감을 형상화 하고자 한다. 먼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작게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이치듯 말이다.

크기를 줄이는 대신에 인물 표현의 밀도를 높이는 건 그들에 대한 작가의 예의다. 작가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섬세하게 대상을 재현해낸다. 덕분에 작품은 작은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지니게 된다. 관객은 이 축소된 인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그들 면전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심리적으로 긴 거리를 유지했던 대상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위치를 달리하는 현상은 매우 흥미로운 일인데, 심지어 이러한 시선의 변화는 관객을 전지적인 입장으로 만든다. 대상을 더욱 관심 어린 태도로 내려다보게 하는 것이다. 시선의 전복을 통해 태도 변화를 이뤄내는 곽휘곤의 의도가 가장 치밀하다고 여겨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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