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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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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육근병은 199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초청되어 전시 한 이후 국내에서는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 2011년 갤러리 이마주에서의 드로잉전시와 2012년 일민미술관에서의 도큐멘타와 영상설치작품 전시, 2013년 사진작업들이 주를 이룬 표갤러리에서의 전시, 2014년 영상설치작품을 출품한 부산비엔날레까지 굵직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흑백의 드로잉과 유화이다. 두 가지 매체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각각 매체적 특성을 구별해 타진해 볼 수도 있지만 한 공간에 공존해 전시된 것에 실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작가 육근병에게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유화 작품들은 그간 그가 고수해오던 관점-사물과 환경을 바라보는-을 새로운 매체를 통해 시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미 흥미롭다. 세상이 모두 주목하는 중심이 아닌 그 주변 것들에 대한 존재 이유와 그것의 독자적 아름다움까지 끄집어내어 조망하는 그의 관점은 기존에 사진작업을 통해 보여진 부분이기도 하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름모를 잡초들을 클로즈업하여 울창하고 거대한 숲처럼 만들어 그 자연과 작가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암호를 넣어 의미를 부여한 기존의 사진 작업들이 이번 유화작업으로 그대로 이어져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 세상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중심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실은 그토록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주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에 적어도 예술가라면 이러한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그의 사명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 육근병의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이번 전시에서의 캔버스에 드로잉 작업에서는 더 구체적인 그의 행보를 읽어낼 수 있다. 안동하회마을의 이미지, 십이지신상, 빗살무늬토기, 고인돌, 달 항아리와 같은 과거의 유물들을 담아낸 드로잉은 그간 보여줬던 다큐멘타식 드로잉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시대 현재 본인의 모습은 과거에 무수한 전설로 남아있는 역사, 간간히 그때 상황을 입증 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들에 의해 입증되고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집요한 응시는 이제 저 멀리 과거로 뻗어가고 있다. 현존하는 유물들이 당대의 모든 사연을 안고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물들이며 이런 유물들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전 드로잉의 작업으로 작가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함께 담겨있다. 유물들이 하나씩 그려지면서 마음에 담기고 자신의 것으로 되면서-된다고 생각하면서- 그 거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절대 소유하기 어려운 것을 작가라면 가질 수도 있는 특권, 예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이를 작가 육근병은 마음껏 누리는 듯 보인다. 당대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들을 실측, 연구하여 그려내고 본인의 코드를 넣어 다시 한 번 기록한다. 이번 전시에서의 유화작품이 작가 육근병의 거시적 관점을 새로운 매체로 제시한 것이라면 드로잉은 좀 더 구체적인 방향과 목적을 암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작가 육근병의 작품은 늘 깜빡이는 눈으로 존재해왔다. 작가가 집요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세계에 담아 본인의 것으로 만들려는 욕망,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본인의 관점으로 혹은 자신의 세계관으로 재해석해 바꾸려한다기보다 온전하게 본연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는 대상에 대한 애정어린 체념과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태도와 관점은 작가 육근병이 갖고 있는 저력일 것이다. 결국 우리를 보고 깜박이는 눈은 지금 눈에 보이는 우리와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하나 작가 육근병이 진정 보고자 하는 것은 우리와 이 시대의 뒤안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과거이며 그것의 증거들을 소환해 마음에 품고 본인의 언어로 기록해 또 다른 삶을 그 흔적들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거대한 힘, 본인의 조형적 코드로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시각예술자들만이 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고 마치 암호를 풀 듯 풀어내는 것은 작품을 마주하는 자들의 몫일 것이다.

잘 다듬어진 결과물로서의 작품이 아닌 그의 머릿속에서 강렬하게 부딪히고 싸우고 있는 신념과 이상향들의 단면을 과감하게 잘라 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 입장에서 본인의 향방을 미리 정확히 암시하는 자신감으로 보여진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드로잉작업은 향후 그의 재건되는 세계로의 첫 관문이며 단지 결과물로서가 아닌 그의 세계로의 이정표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작가 육근병의 작업들은 지속적인 진화와 변화가 있다. 그러나 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과거의 작품들과 작업들을 토대로 그의 현재 작품을 해석해 내는 것도 자연스럽게 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의 그가 거칠게 쏟아내고 있는 작업들 넘어 과거의 작품을 다시 보면, 이미 예전부터 그의 관점을 작품을 통해 깊이 호소해 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가 은밀히 숨겨놓은 코드들을 발견해내어 읽어내고 그것들이 끊임없이 또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작품을 마주하는 입장으로서는 굉장한 신비로운 개운함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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