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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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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다른 길>展 이후, 다시 만나는 박노해

『노동의 새벽』의 시인으로 80년대 권위주의 시절에 민주투사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던 박노해. 그는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수가 되어 7년여를 감옥에 갇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다들 예상했던 권력과 정치의 길을 거부하고, 지난 15년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국경 너머 분쟁 현장과 빈곤 지역에서 조용히 평화활동을 펼쳐왔다. 지금도 그는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 마을’을 일으켜 세우며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현장의 살아있는 진실을 글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절실한 필요” 때문에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는 박노해. 그렇게 오래된 만년필과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걸어왔다. 박노해는 ‘무엇이 좋은 삶인가’, ‘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우리 시대의 근원 물음을 품고, 눈에 띄지도 않고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는 이름 없는 이들의 ‘위대한 일상’을 묵묵히 포착해왔다. 지난 2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박노해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을 열었다. 아시아 6개국의 엄선된 120여 컷의 작품과 작가가 직접 쓴 캡션이 전시된 자리였다. 

“현역 작가 중에 이렇게 많은 유료 관람객을 유치한 사례는 드물다” (세종문화회관 임연숙 팀장), “영화로 치면 천만 관객이다” (영화제작자 이승재). 기업 후원과 상업 광고 없이 <다른 길>展 은 전시기간 27일 동안 총 관람객 3만5천여 명을 돌파했으며, 국내외 개인전 역사상 기간 대비 최고 기록으로 예상된다. '박노해 현상', '박노해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화제와 감동을 불러일으킨 <다른 길>展, 누군가는 ‘혁명’이라 불렀으며 어떤 이들은 ‘희망’이라 말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7월 25일부터 박노해의 새 전시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남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볼리비아’다. 


티티카카 호수의 바람결 따라, 체 게바라 최후의 순간까지

불멸의 시와 노래, 혁명의 역사가 흐르는 대륙 중남미. “신대륙 발견”이라는 정복자의 관점으로 오직 콜럼버스 ‘이전’과 콜럼버스 ‘이후’로만 구분되곤 하는 이 거대한 대륙에서, ‘남미의 심장’ 볼리비아는 8천 년 안데스의 혈통과 전통을 지켜왔으며 남미 최초로 원주민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땅이다. 

박노해 시인은 먼저 하늘과 맞닿아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중의 한 곳인 ‘티티카카’로 우리를 안내한다. 잉카인들에게 ‘세상의 근원’이자 ‘마음의 고향’인 티티카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이 흘러내려 바다 같은 호수를 채우고, 수많은 원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으며 살아간다. 해발 5천 미터 고원에서 일생 동안 농사를 지은 94세 안데스 어머니는 직접 기른 감자를 건네며 “잊지 마라. 넌 안데스 땅의 감자 한 알이다”라고 말한다. 혁명마저 ‘성장과 진보’라는 근대적 패러다임에 갇힌 오늘, 자급자립의 삶과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안디노스는 시인의 사진과 글 속에서 ‘이름 없는 혁명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금도 여전히 좁고 캄캄한 지하 광산에서 세상의 빛과 풍요를 캐 올리는 광부들의 삶에선 세계화라는 보이지 않는 수탈을 보게 되고, 그 가난과 고통의 연유가 우리에게도 이어져있음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박노해 시인이 다다른 곳, ‘체 게바라의 길’에선 두 혁명가의 뜨거운 만남이 울려온다. “그라시아스 니냐–고맙다 소녀야”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서른아홉의 나이로 총살당한 체 게바라, 그 최후의 순간을 함께한 여인의 사진과 이야기를 만난다. “권력과 영예로 가는 환한 오르막 길과 정의와 사랑으로 가는 어두운 내리막 길. 나는 결정의 순간마다 체 게바라의 갈림길에 선다.” (박노해) 혁명이 사라진 시대, 박노해 시인이 볼리비아에서 마지막 종자처럼 담아온 사진과 글은 전혀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우리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만년설산이 빛나는 티티카카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린 바람결에 내 안의 숨은 빛이 깨어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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