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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용 만화 :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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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 아르코미술관은 2014년 대표작가전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를 오는 5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개최합니다.

 

2010년 이준익 감독의 동명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원저자로 재조명 받기 시작한 박흥용은 1980년대 한국 모던 만화의 새로운 흐름 한 가운데서 탄생해 자신만의 독창적 기량을 선보이면서 데뷔 초부터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현재 만화계의 대표적 중견 작가이자 한국적 정서를 심도 있게 살피며 만화에 문학적 깊이를 더했다고 평가 받는 국내 대표적 ‘작가주의 만화가’라 할 수 있습니다.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전은 상업만화에 익숙해 온 독자 및 관객들에게 기존의 장르만화적 틀에서는 시도되지 않거나, 그 양식을 비껴가는 작가의 실험 속에서 만화적 한계를 개척하려는 그의 노력과 만화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 만화의 역사 사회적 지각변동과 함께 다양하게 표현된 그의 펜화 화면 속에 담긴 특유의 만화적 시도를 데뷔작 <돌개바람>(1981)부터 최근작 <영년>(2013, 출간 중)까지 살펴보며, 그 만의 만화 서사와 그림에 담긴 미학적 특성을 집중 조명하고, 관객에게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적인 운율감이 돋보이고,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박흥용 만화의 다양한 ‘칸’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5월30일부터 8월3일까지

만화‘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저자 박흥용의 국내 최초 개인전,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개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 아르코미술관은 2014년 대표작가전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를 오는 5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개최한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원저자로 알려져 있는 만화가 박흥용의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의 데뷔작부터 최근에 출간중인 작품 ‘영년’까지 소개한다. 독자적인 운율감이 돋보이고,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박흥용 만화 전시는 다음과 같다.

 

□ 2014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전시개요

 

∙ 전시명 :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 전시기간 : 2014. 5. 30(금) – 8. 03(일)

∙ 오프닝 : 2014. 5. 29 (목) 오후 6시 

∙ 전시장소 :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장

∙ 참여작가 : 박흥용

∙ 기자간담회 : 2014. 5. 29 (목) 오전 11시, 스페이스 필룩스 

∙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 문의 : 아르코미술관 학예실 02-760-4608 

□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선정 작가

 

∎ 박흥용(1961~)

1961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박흥용은 그림을 그렸던 아버지와 형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만화에 매료되기 시작하였고, 당대 최고의 만화가였던 박기정의 문하생 시기를 거치며 1981년 데뷔작 ‘돌개바람’으로 본격적으로 만화계에 입문한다. 이후 신진작가들에게 등용문이 되었던 만화현상공모 및 발표지면의 다양화에 따른 <만화광장>이나 <주간만화> 등의 잡지를 새로운 소통의 터전으로 삼아, 사회와 그 구성원이 겪는 삶의 모습들을 힘 있게 담아내며, 독자적인 작업세계의 저변을 넓히고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어려운 삶을 힘겹게 영위해가는 이웃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관심,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소외, 당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등은 단편들 저마다 다른 메시지와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적 실험과 어우러져 단편만화 특유의 압축적이고 밀도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1982년 ‘어린 왕자의 노래’로 ‘이서방 문고 현상공모 특별상’을 받고, 1986년 ‘백지’로 ‘만화광장 신인만화 공모’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또한 기존 상업 위주의 만화풍토를 반성하고, 만화의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1988년에 창립된 ‘바른 만화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만화가 당대 만화계를 점령하고 있던 1990년대 중 후반, <투엔티세븐> 같은 본격적인 성인 만화 잡지를 터전으로 삼아, 우리의 역사와 삶을 다루며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고 대중성과 전문성, 소재의 다양화를 꾀하며 국내 ‘작가주의’ 성인 만화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한 동년배의 만화가들이 이름난 작가 밑에 들어가 만화공장 분업체제로 작업을 진행하던 분위기와, 출판사가 요구하는 소재 및 스타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독자적 작업세계를 구축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이는 ‘박흥용표’ 캐릭터를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와 맥을 같이하며, 선보이는 각 만화마다 메시지와 주제전달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캐릭터 설정 및 그림체, 연출법을 매번 달리하는 그의 작화 철학이 뒷받침 되는 것이다. 박흥용의 이름을 만화계 뿐 아니라 세상에 본격적으로 드러낸 작품은 단연 1995년부터 <투엔티세븐>에 연재되었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일 것이다. 이 작품으로 1996년 문화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만화 문화 대상 저작상’을 수상하고 2010년 이준익 감독의 동명영화로 재조명되었다. 한편, 1996년부터 같은 잡지에 ‘경복궁학교’를 연재하던 그는 1997년 여름,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만화탄압에 연재를 중단하였고, 청소년 대상 격주간지였던 <영챔프>에 한 소년이 사이클리스트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내파란 세이버’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내파란 세이버’로 1999년 문화부가 선정한 ‘제 1회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였고, 2001년 재난과 생존, 공동체라는 화두로 ‘그의 나라’를 연재하지만 잡지사의 경영난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2003년부터는 한국일보에 ‘호두나무 왼쪽길로’라는 일종의 옴니버스 여행만화를 연재한다. 이 작품은 신문이라는 매체 특성상 일부 이야기와 연결성이 떨어져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독자의 호흡을 고려한 작품이다. 정보전달 이외에 각 지역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함께 다루며 2004년 ‘SICAF 코믹어워드 장편 연재 만화상’과 ‘만화스토리상’을 수상했다. 

‘경복궁 학교’의 일부 배경을 컴퓨터로 작업해온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전편 디지털을 이용해 공간의 사실성 및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소리와 ‘착청(청각에 나타난 착각)’을 소재로 한 ‘쓰쓰돈돈쓰돈돈돈쓰돈돈쓰’와 빛을 소재로 한 ‘Phos’, 그리고 ‘공동체’라는 화두를 소재로 작업 중인 최근작 ‘영년’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선보였던 공간의 운율감과 여백, 선의 힘 있는 필체에 더하여 디지털을 이용한 채색과 공간적 깊이감으로 만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영년’은 2013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전시소개


∎ 시각예술분야의 지평을 넓히고 장르의 다양화에 천착해 온 아르코미술관은 만화 매체 자체가 전달하는 고유의 시각성과 미학적 성취에 주목하여 만화가 박흥용 전을 마련하였다. 박흥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 한 명으로 ‘만화가들 사이의 만화가’로 높은 인지도를 얻으며 후배 만화가들의 귀감이 되는 중요한 만화가지만, 그간 다수의 일반 대중들보다는 소수의 마니아층에게 주로 회자되곤 했으며, 2010년 이준익 감독의 동명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원저자로 재조명 받기 시작한다. 1980년대 한국 모던 만화의 새로운 흐름 한 가운데서 탄생해 자신만의 독창적 기량을 선보이면서 데뷔 초부터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그는 현재 만화계의 대표적 중견 작가이자 한국적 정서를 심도 있게 살피며 만화에 문학적 깊이를 더했다고 평가 받는 국내 대표적 ‘작가주의 만화가’라 할 수 있다. ‘작가주의 만화’는 대중적인 상업만화들의 정형성 및 시장의 주류문화를 이끌어온 표준화된 형식을 거부하고, 작가만의 독자적인 주제와 형식을 꾸준히 시도해 온 만화로 이해할 수 있다. 


∎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전은 상업만화에 익숙해 온 독자 및 관객들에게 기존의 장르만화적 틀에서는 시도되지 않거나, 그 양식을 비껴가는 작가의 실험 속에서 만화적 한계를 개척하려는 그의 노력과 만화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만화의 역사 사회적 지각변동과 함께 다양하게 표현된 그의 펜화 화면 속에 담긴 특유의 만화적 시도를 데뷔작 ‘돌개바람’(1981)부터 최근작 ‘영년’(2013, 출간 중)까지 살펴보며, 그만의 만화 서사와 그림에 담긴 미학적 특성을 집중 조명하고, 관객에게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 박흥용 만화의 주제가 갖는 특징 

그의 작품이 지닌 주제 및 내용면에서 살펴보면, 상업만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랑이나 성공 등의 정형화된 틀이 아니라, 현대사, 생명, 깨달음, 공동체 등의 화두를 다루며 시대와 삶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철학적 메시지가 주로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도 기존의 장르만화(역사만화)가 갖고 있는 상투적 틀을 답습하지 않고, 거대 서사에 입각한 역사비판이나 새로운 대안을 억지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의 만화 속 인물들은 삶의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만나며, 자신의 신분적 한계 및 상황의 굴레를 벗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성찰의 ‘길’ 위에 놓여있다. 


∎ 박흥용 만화의 형식이 갖는 특징

작품의 예술성과 유의미성은 비단 그가 다룬 심도 있는 서사구조와 메시지에 머물지 않는다. 만화의 형식적 근간이 되는 연출과 표현법은 시점의 다양성과 화면의 완급조절 및 운율감으로 흡사 영화의 미장센, 음악의 리드미컬한 멜로디에서 비롯되는 복합적인 감각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칸 안의 스토리와 그림들을 따라가며 얻는 속도와 긴 호흡을 갑자기 끊어내는 그만의 독자적인 연출력은 초기 단편에서 그 실험성으로 서서히 표현되다가 중장편의 작품에서 극대화된다. 이렇듯 만화가 도달할 수 있는 칸 사용의 활용 가능성은 그의 실험에서 보다 다채로워졌고, 파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롱테이크 및 칸 나눔을 통한 슬로우 모션, 밀도 있는 분할과 동양화의 여백으로 채워진 칸의 혼용 등 박흥용의 만화연출은 서서히 ‘박흥용표’ 만화의 분명한 성격을 구축해왔다. 

  




□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전시구성


∎ 연대기적 작품배치를 지양, 작품의 소재 및 주제에 따른 공간구성 

본 전시에서는 이러한 박흥용의 만화가 지닌 주제 및 형식적 독특함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 약 스물 다섯 편의 다양한 화면과 칸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쉽게 접하기 힘든 1980년대 데뷔 작 ‘돌개바람’을 비롯한 초기 단편들을 아카이브 형태로 선보이고, 박흥용을 대중적 만화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본격적인 장편 만화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호두나무 왼쪽길로’, ‘내파란 세이버’를 각각 역사만화, 여행만화, 스포츠만화이지만 장르만화의 서사를 따르지 않았던 특수성과 더불어 ‘깨달음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틀로 살펴본다. 이들은 1990년대 독자층의 연령을 성인으로 끌어올리며 활기를 띠었던 극화형식의 만화와 대중적 관심, 유통구조 저변의 확대 등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예술의 원저서로 기능했던 주요 작품들이다. 한편 ‘빛’과 ‘소리’라는 특정 소재에 천착하고, 옴니버스 만화형식을 활용했던 ‘Phos’, ‘쓰쓰돈돈쓰돈돈돈쓰돈돈쓰’, 그리고 ‘경복궁 학교’를 소개한다. 이 작품들은 작가에게 실재했던 기억의 시공간들을 소환하는 작품으로, 전시에서는 소리를 소재로 다루었던 작품의 경우 작가가 실제로 작업하며 들었던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Phos’에 등장하는 환등기로 작품 ‘Phos’를 만나본다. 한편 2000년 이후 ‘공동체’라는 화두로 구현했던 작품 ‘그의 나라’와 최근 출간중인 작품 ‘영년’을 한 공간에 선보이면서 초기 작업에서 보여준 모티프가 시대배경을 달리하여 어떻게 새롭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 현재 출간중인 작품 ‘영년’ 속 인물의 한지드로잉, 국내 미발표작 ‘6일 천하’(미완, 가제) 전시

특히 ‘영년’에 등장하는 인물을 미술관 현장에서 드로잉 한 작품과 디지털 작업의 근간이 된 아날로그 스케치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한국만화의 해외진출에 기여한 ‘신데렐라’, ‘Biii’ 외에 국내 미발표 작품으로 프랑스 델쿠르 출판사와 단독 진행했던 ‘6일 천하’(미완, 가제)도 선보인다. 


∎ 섹션별로 만화 전문가들의 인터뷰 병행

이번 전시는 연대기적으로 작품을 배치하기 보다는 만화사적 의의를 둘 수 있는 소재 및 주제에 집중하여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이와 더불어 섹션별로 전시의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한 만화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병행하였다. 또한 만화 이외의 그의 삶 자체를 엿볼 수 있는 펜, 소품과 기타 도큐먼트도 만나볼 수 있다. 출판물로 접할 수 있는 작품의 원화를 기본으로 하여, 장면마다 펼쳐지는 펜선의 쓰임새, 작화법과 더불어 만화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의 깊이감을 위해 고뇌했던 다양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주제를 드러내는 스토리와 형식미가 돋보이는 일부 장면들을 발췌하여 입체적인 방식으로 선보인다. 마치 음악에서 주제에 따라 선율, 리듬, 화성이 변화하는 변주곡처럼, 그의 만화는 그림의 공간적, 서사적 깊이와 그 형식의 범주들을 다양하게 확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렇듯 다양한 인물표현과 연출형식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 온 만화가 박흥용이 보여주는 ‘길 위의 변주곡’을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주요 작품 소개


돌개바람(1981)

1981년 박흥용의 데뷔작으로 기존 만화가 가지고 있던 요소들을 따르되 그때까지 해왔던 작가의 기량을 선보였던 작품이다.


무인도(1984)

1980년대 초반 단행본으로 출간한 박흥용 만화의 대표작으로 1988년 <고려가>에서 재간한 작품이다. 부모님의 무관심으로 소외감을 느끼던 어린 소년과 우연히 알게 된 젊은 여자가 무인도를 찾기 위해 함께 기차 여행을 한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인도는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마다 마음에 품고 있는 무형적 공간인 ‘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통의 단절로 인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을 보여주는 진지한 이야기를 위해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를 다양한 시점과 실험적인 칸 분할 등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박흥용의 독창적인 표현법과 연출력을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인식시켰던 작품이다.

    

인조인간 1986호(1986)

1986년 만화광장 11월호에 실린 작품으로, 생략과 과장법이 두드러진 인물 표현이 흥미로우며,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가 작품 말미에 이야기 속 현실이 오락기 게임 속의 허구적 현실임이 드러나면서 반전의 매력을 선사한다. 허구적 현실과 실재하는 현실 간의 간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펜선의 굵기 및 인물표현의 사실성 등이 보다 극명히 대비된다. 이러한 대비를 화면으로 가득 채우면서도 내용면에서는 게임 속 등장인물들의 성격적 유형이 현실의 인물군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메시지를 끌어내는 힘이 돋보인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1995)

1995년 본격적인 성인만화 잡지 <투엔티세븐> 창간호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1996년부터 순차적으로 4권으로 출간되다가 2002년과 2007년에 <바다출판사>에서 3권 단행본으로 재간되었던 박흥용의 가장 대표적인 장편만화이다. 조선 선조 때를 배경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려는 이몽학과 그의 욕심을 견제하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당대 최고의 맹인 검객 황정학, 그리고 그를 사부로 모시는 견자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사회를 바라보고 대하는 다양한 인물군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특징은 역사만화이지만 역사의 사실성이나 역사를 대하는 만화가의 분명한 관점이 부각되는 만화가 아니다. 오히려 서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견자라는 인물이 스승 황정학으로 인해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성장해가며 자신을 가두던 한계를 벗어나 자유하는 법을 깨닫고 내면의 성장을 해 나간다는 굵직한 이야기의 흐름이 있다. 따라서 사극이라는 이유로 역사 속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지닌 깊이 있는 메시지로 인해 어느 시대에 읽어도 곱씹어 보게 하는 ‘사유의 길’을 열어 보인다. 한편 이 작품은 허구적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먹선과 두꺼운 펜선을 자유자재로 혼용하며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각양의 상징과 은유, 검객의 화려한 칼부림, 여백과 채움의 리드미컬한 칸의 운율로 주제 및 형식적 특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대표적 작가주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1996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저작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100선'에 선정되었고 2010년 이준익 감독이 동명 영화화하면서 박흥용 만화의 독자층을 확장시킨 대표적 작품이다.  


경복궁 학교(1996) 

1996년부터 성인 만화 잡지 <투엔티세븐>에 연재되었던 옴니버스 형 중편 만화로, 검찰의 만화탄압과 단속에 항의해 연재를 중단하여 미완으로 남았다. 붕괴된 건물 안에 매몰된 일곱 명의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로, 1권에서는 남북의 분단상황을 ‘뜬섬’이라는 은유로 그려냈고, 2권에는 퀵서비스 배달원의 이야기를, 3권에서는 만화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내파란 세이버(1998) 

1998년부터 3년간 격주간지인 <영챔프>에 연재되었던 스포츠만화로 2000년 <대원>에서 10권 단행본으로, 2007년 <바다출판사>에서 4권으로 출간되었으며, 1999년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우연한 사고로 한동안 사이클을 타지 못하던 소년 최대한이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로 성장하기까지의 성장만화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클 전문 만화지만 기존의 스포츠만화에서 보여주는 극단적 대립과 경쟁구도가 아니라 오히려 자전거를 통해 ‘생명’, ‘사랑’, ‘죽음’ 등 심오한 철학적 가치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며 기존의 장르만화가 지닌 상투적 서사를 답습하지 않는다. 즉, 주인공의 과장된 성공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한국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중국집 화교주방장, 광인, 거지 등 개성적인 주변인물들이 이야기에 스며들어 있고, 가늘고 날카로운 펜선으로 근육과 힘줄 등 운동선수의 모습이 세부적으로 묘사하며 궁극적 메시지를 끌어내는 힘이 탁월하다. 또한 경기 규칙이나 기술 등 실질적인 정보전달의 기능도 함께 어우러져 만화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호두나무 왼쪽길로(2003) 

2003년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여행만화로 작가의 고향인 충북 영동에서 시작해 김천, 함양, 남원, 목포 등 남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주인공 상복이의 발자취를 따라 각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해 듣는 일종의 옴니버스 만화이다. ‘오토바이를 오랫동안 탔지만 길에 대한 감동은 늘 새로웠으며 그 감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는 박흥용은 단순한 정보전달과 단선적 서사구조를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갑자기 등장시키다가 주인공을 주변인으로 위치시키면서도 전체적인 메시지와 이야기 흐름을 이어가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이 여정에는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좇고 있는 실체를 함께 찾아가면서 얻는 긴장 및 호기심과 더불어 만화에 펼쳐진 지역 곳곳의 타자들의 이야기와 삶을 마주하며 나와 닮은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직간접 경험을 공유한다. 또한 주인공 상복이가 어머니의 재가 사실을 알고 어머니라는 굴레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여행길에 오르는 여정은 자기의 근원과 궁극적 자아를 찾아가는 내면의 성장과 어우러진다. 실제로 이 작품을 보고 상복이의 여정을 따라 여행했다는 독자가 생길 만큼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전개로 2004년 ‘SICAF 코믹어워드 장편부분 연재만화상’과 ‘만화스토리상’을 수상했다.  


Biii(2003)

1980년대 ‘어린 왕자의 노래’ 이후 대사를 생략한 두 번째 작품으로,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의 신발에서 나는 ‘삐이이’ 소리를 임종을 맞는 할아버지의 심장박동 소리와 연결시켰다. 또한 아이가 신은 신발의 붉은 색과 할아버지의 눈물을 푸른색으로 대비시키며, 붉은 색과 배치하기에 가장 편한 청록색으로 배경을 설정하여 내용과 표현 면에서 압축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특히 화면의 내외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출은 이미지만을 통해 감정을 증폭시킨다.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 프랑스어로 출간되어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


신데렐라(2006) 

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한불 작가 12인이 선보인 기념단편집 <아미띠에>에 수록된 작품으로, 1960년대 시골풍광을 배경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한 작품이며, 선으로 칸을 분할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동화 ‘신데렐라’에서 등장하는 신발처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 소재를 우리나라의 고무신과 연결시켰다. 


쓰쓰돈돈쓰돈돈돈쓰돈돈쓰(2008)

2008년 <황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만화로 200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만화창작 지원작’이다. 제목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스부호를 음역한 ‘소리’라는 뜻이며 ‘착청(청각에 나타난 착각)’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1960년대 말 어느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초등학생과 빽구두 할아버지의 둘째 부인이 모스 신호 놀이로 하는 소통을 다룬다. 특히 강원도 구음 메나리와 어우러지는 둘째 부인의 춤사위는 디지털작업의 입체감과 더해 만화의 운율감을 더한다. 


영년(2013) 

2013년부터 <김영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박흥용의 최근 작품으로 현재 단행권 1권만 소개되어 있다. 2001년 격주간지 <영챔프>에 연재되다가 잡지사의 문제로 중단된 미완작품 ‘그의 나라’가 선보였던 ‘공동체’라는 화두를 이어간다. 한국전쟁 직후를 시대배경으로 어느 마을 사람들의 피난과정 속에서 ‘국가’의 의미와 ‘공동체’의 필요성, 그리고 그 조건에 대해 고찰한 작품이다. ‘그의 나라’의 주인공이 사용했던 돌팔매라는 필살기가 이 작품에서도 주된 요소로 등장하며, 유사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두 작품의 서사구조나 형식적 변별점등을 살펴보는 것도 작품감상의 흥미를 더한다. 작가는 ‘영년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고, 만화 속 캐릭터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꿈과 이상을 간직하고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 부대프로그램 소개 

 

[포럼] 한국의 작가주의 만화 

- 5.31(토) 13:30-16:30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

- 패널: 박인하(만화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백정숙(만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대학교/성공회대학교 강사), 이기진(도서출판 길찾기 만화 편집자, 전 격월간 만화잡지 <싱크> 편집장), 이명석(대중문화평론가), 한상정(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작가와의 대화] 박흥용과 함께 하는 전시이야기 

- 6.21(토) 14:00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작가와의 대화] 박흥용과 함께 하는 작화체험 

- 7.5(토) 14:00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워크숍] 만화의 표현기법(초등학생 대상) 

- 7.12(토) 14:00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워크숍] 나만의 만화책 만들기(중‧고등학생 대상) 

- 7.19(토) 14:00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정규 해설 프로그램] 주중 2회, 주말 3회(전문 도슨트)

[특별 해설 프로그램] 6월, 7월 중 각 1회(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 모든 프로그램은 전시진행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 및 예약방법은 홈페이지 www.arkoartcenter.or.kr에서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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