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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고 바움가르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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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갤러리는 2013322()부터 419()까지 독일 작가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한국에서 여는 두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일상적 건축물들, 특히 1970년대에서 90년대 사이 지어진 한국의 주택들에서 작가가 발견한 심미적 구조와 형태를 모티브 삼은 회화작품들을 선보인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일본, 대만 그리고 현재 생활하고 있는 한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교육 및 거주 경험을 통해 다문화적 통찰력 가질 수 있었던 작가는 그의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는 건축물들을 바라볼 때 단순한 심미적 측면 외에 시각 인류학(visual anthropology)의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일상과 문화, 사회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잉고 바움가르텐의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방식인 것이다.

 

각각의 지역과 문화에서 발견되는 고유한 특징들 중에서도 작가의 생활 반경 내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건축물들은 작가의 오래된 관심사이자 작업의 소재이다. 건축물의 구조가 갖는 기하학적 형태(바닥과 기둥 등)와 부분적 디테일, 재료의 마티에르, 색의 배열 등에 천착한 조형적 탐구와 동시에, 건축양식 속에 내포된 사회학적 기능과 관계를 시각적 이미지로 생산하는 오랜 작업을 작가는 수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작업의 출발은 작가가 거주하거나 돌아다니는 주변 환경에 대한 자각에서부터 비롯된다. 홍익대학교 인근 지역이 주요 생활 무대인 작가는 연희동, 아현동, 서교동, 합정동, 상수동 일대의 집과 빌딩, 학교, 지하철역, 교량 등 다양한 건축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것들을 선택해 사진을 찍거나 즉석에서 드로잉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의 자료들을 수집해 나갔다. 그러한 과정 중 특히 작가의 관심을 잡아 끈 것은 근대화 이후 88년 올림픽을 전후로 한 경제부흥기에 지어진 한국의 주택들이었다. 아파트와 구별되어 ‘주택’이라 불리거나, 서양식 가옥이라는 의미의 ‘양옥’으로 불리었던 이 집들은 당시 중산층의 삶을 대변하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 건축의 형태였다. 길쭉한 사각박스의 외관과 천편일률적 구조의 아파트가 한국의 주거양식을 잠식 해버리기 이전, 이러한 주택이 지어지던 당시의 집들은 서구의 건축물을 모방한 특정 스타일 안에서도 건축가나 건축주의 요구를 반영하며 각기 다른 개성을 담을 수 있었다.

       

작가는 시공간을 달리하는 서로 다른 건축양식들의 혼재 속에 나타난 대칭과 비대칭의 구조, 다양한 건축자재와 색감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리듬 등 조형적 요소들에 일차적으로 주목한다. 동시에 그러한 건축 스타일이 나오게 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며 심미적 표피 속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들을 발굴하고 총체화하여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잉고의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실용적 목적과 상관없이 집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였던 테라스와 발코니는 미국의 영향을 받은 건축적 장식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를 획득한 중산층들의 여유로움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상징한다.

 

여러 도시에서의 삶을 경험한 이방인 예술가의 눈에 전통 한옥이 아닌 근대식 주택이 ‘한국적인 것’으로 비추어 졌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사실이다. 당시의 사회가 주택 건축물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들은 실용성과 상업성에 치중된 급격한 도시개발과 함께 점점 더 빛바래져 가고 있다. 과거의 것에도, 현재의 것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낡고 어정쩡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이 주택들은 잉고 바움가르텐의 작품 속에서 다시 한 번 그 원형(原形)을 드러내며 우리 앞에 서있다.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Korean House’의 원형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신촌 일대에 남아 있는 실제 주택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조형의 특징들을 추출하였다. 작가는 때로 더욱 ‘주택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는 없는 구조물을 그려 넣거나 색을 바꾸는 등 작가의 인식 속에서 주택의 모습을 재창조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그의 작품을 대하는 관람객들이 이러한 주택들과 관련한 자신의 기억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거나 막연한 향수에 젖을 것이란 것을 이미 예견한 듯하다. 너무 평범하거나 낡아 버려 우리의 관심 밖에 머물던 모습들이 외부의 눈을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으로 다시금 펼쳐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가벼운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주택 시리즈 외에 지하철역, 빌딩, 학교 등 작가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들을 그린 신작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2000년대 중반 독일에서 제작한 이전 작업들도 부분적으로 소개된다.  

 

 


Ingo Baumgarten, Untitled (jutaek, Seogyodong, Seoul), Oil on Canvas, 140 x 100cm, 2011

 


Ingo Baumgarten, Untitled (Blue tiled roof, Jutaek decoration, Jeongnamdong, Seoul), Oil on Canvas, 80 x 100cm, 2012

 


Ingo Baumgarten, Untitled (shifted brick-wall, Jutaek decoration, Yeongnam dong, Seoul), Oil on Canvas, 80 x 100cm, 2012

 


Ingo Baumgarten, Untitled (Jutaek gable, door, Seogyodong, Seoul), Oil on Canvas, 80 x 100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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