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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규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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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학과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경주 출신으로 현재는 대구에 작업실이 있습니다. 199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작업에 매진하는 차규선 작가는 2001년부터 분청사기 기법을 응용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캔버스에 흙을 바르는 과정을 시작으로 도예 안료를 비롯한 물감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차규선의 작업은 캔버스에 바른 흙이 말라 굳기 전에 거의 모든 작업이 완성되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꾸밈없이 순박하면서도 시원스러운 작가의 성격은 언뜻 그의 작업과도 모습을 같이 합니다. 서양화 전공을 하였고 오래도록 캔버스를 앞에 두고 작업해왔지만, 차규선의 작품은 작품의 재료적인 특성과 소재, 기법을 보면 한국적인 정서와 동양적인 필력이 유난히 묻어나는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여러 작품 중에 제주도에서 작업한 겨울 풍경과 늦은 겨울에 피어나는 매화 작품 두 가지로 전시됩니다.



차규선의 회화

대담: 차규선, 윤준 (신세계갤러리 수석 큐레이터)


윤 준. 작품의 색채와 표현된 형상의 분위기가 분청사기의 표면과 흡사한데 어떤 방법으로 제작을 하십니까? 그리고 분청사기의 어떤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셨습니까


차규선. 2001년부터 분청사기의 기법을 응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방법들을 실험하며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시켜왔습니다.

도자기 제작에 쓰이는 도자기 흙을 기본 재료로 해서 작품의 보존성이나 영구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고착 안료나 기타 혼합물을 섞어서 사용합니다. 이 기본 재료들을 혼합해서 캔버스 표면에 바른 다음 분청사기의 표면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아크릴 물감과 같은 흰색 안료를 뿌리거나 큰 붓으로 화면 전체를 덧칠한 후에 나무주걱이나 나뭇가지, 부러진 붓 등을 이용해 풍경이나 사물의 형상을 그리거나 긁어내서 완성합니다.

분청사기의 질박하고 자연스러운 표면의 문양과 색채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분청사기의 귀얄문, 인화문, 덤벙 기법 등은 회화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도자기에서는 재료의 특성 때문에 표현이 불가능한 요소들을 회화적 형식으로 끌어들여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윤 준. 수많은 자연 풍경 중에서 그림으로 그릴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십니까? 그리고 주요한 재료인 흙의 특성이 주는 표현상의 제약이나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차규선.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캔버스 앞에 앉기 전에 어떤 대상과 느끼는 교감이 중요합니다. 스케치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 준비해둔 소재들 중에서 그때 그때 내 마음과 일치되는, 내 마음을 잡아끄는 것들을 선택합니다. 질문하신대로 제 작업은 재료적인 특성상 시간성도 중요한데, 유화 작품과는 다르게 덧그리거나 수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바탕의 흙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릴 당시의 직관이나 감성에 의해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몰아적인 상태에서 수묵화를 그릴 때와 같은 긴장감 속에서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실제 그리는 과정에 들어가면 미리 눈으로 보고, 가슴 속에 생각했던 그것과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본대로 그리고, 구상했던 대로 그리는 단계를 벗어나 그리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예술적 감흥을 자아내는 즉발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을 그리는 과정에서부터 작품이 완성되는 동안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데, 심지어 작품이 완성된 후 건조 과정에서도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마친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윤 준. 작품의 소재가 주로 산이나 바다 혹은 소나무나 매화 등 자연의 일부분이 대부분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차규선. 소나무를 비롯한 자연의 일부를 작품으로 형상화해 온 이유는 제가 어려서부터 겪었던 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년시절의 기억이 살아있는 고향 경주의 소나무 풍경은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늘 마음으로 다가갔던 특별한 환경과 공간이었으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영원성의 표상이며 정서적 산물입니다. 매화나 산, 바다 또한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데 제 작업에 등장하는 자연물들은 이미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사유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연은 비단 저 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 자연이 갖고 있는 어떤 기운들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자연을 표현함에 있어 회화적 독창성을 염두에 두고 이전 시대의 방법론이나 미적인 차별성을 갖느냐가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윤 준. 이십년 넘는 시간 동안 페인팅을 해오셨는데,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미술계도 특히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한 때는 설치와 미디어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회화의 죽음을 이야기하던 때도 있었고, 그 이후 ‘회화의 복권’ 시대를 거쳐 이제 다시 회화가 예전의 지위를 되찾은 것 같습니다. 회화를 지속적으로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차규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미술계의 조류나 유행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미술계와 담을 쌓고 무관심하게 살아오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제 자신의 회화적 어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고, 지금 유행하는 조형어법이나 내용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미술에서 길을 찾거나 예술의 본질적인 이념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지난 이십여 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저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완성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들에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회화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윤 준. 작가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제작했더라도 그것을 수용하는 관객들의 해석은 다양할 것이고 이것이 그 작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반응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그리고 어떤 작가로 관객들의 마음에 남고 싶습니까?


차규선. 제 작품을 보고 자연에서 느끼는 경외감이나 소나무가 갖고 있는 상서로운 이미지를 떠 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의 차원에 앞서 형상화된 이미지들이 주는 아름다움, 완결성 등도 읽어 주길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제 작품에서 쓸쓸함이나 외로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비록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 매화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외로움의 감정 같은 것이 보인다고 합니다. 비록 제가 그런 감성을 목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제 그림의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가의 길이라는 것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 내야하는 고독한 존재이니까요.

세속적인 부나 명성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삶이나 작품에 있어서 진정성이 있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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