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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미술 전문기자시대는 요원한가

김달진

저널리즘, 미술 전문기자시대는 요원한가


퇴근길에 내일자 조간신문 가운데 미술기사가 나오는 신문을 샀다. 미술기사를 기대하고 펼쳐든 문화면이 광고로 채워져 있다. 내일 출근하면 14종의 조간이 나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궁금해서 한 두종을 사보곤 한다. 신문들이 증면경쟁으로 한 때는 48면씩 발행되기도 했었다. IMF체제 이후 지면이 줄어 평일은 32면 또는 28면으로, 토요일은 24면에서 16면 사이를 발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나오고 있는 중앙일간지는 경향, 국민, 동아, 문화, 대한매일,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등 10종. 경제지로 내외, 매일, 서울, 한국 등 4종. 스포츠지로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등 3종으로 모두 17종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 국민, 문화, 내외경제 3종을 제외하고 14종이 조간이다. 신문 내용의 차별화가 아쉬운데 국민, 일간스포츠의 만화, 한겨레의 ‘ㅇㅇㅇ의 미술읽기’ 일간스포츠의 생활과 디자인, 서울경제의 리빙/ 건축, 세계일보의 ‘명작명품순례’ 매일경제의 ‘미술품지상경매’와 얼마전 연재가 끝난 국민일보 ‘길섶의 미술’ 등이 구별된다.


미술기사의 상황

신문에서 미술기사는 문화면 속에 대개 요일별로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998년 12월 현재 기준으로 월요일은 동아, 대한, 문화, 서울경제, 중앙, 한국경제. 화요일은 한겨레, 수요일은 경향, 내외경제, 스포츠조선. 목요일은 세계, 한국. 금요일은 국민, 매일경제, 일간스포츠, 조선일보 등이 고정적으로 문화면에, 스포츠서울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미술기사가 실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면사정상 변동은 조금씩 있다. 미술기사는 톱기사, 중간기사 몇 건, 미술계 단신 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주말 금요일이나 토요일의 문화마당, 문화게시판, 문화광장, 문화산책 등 안내란에 전시회 일정 소개가 집중적으로 나온다.

일간지에서 미술기사의 분포를 알아보기 위해 월간미술에서 만든 미술연감 <한국미술 1998>을 살펴 보았다. 이 연감은 1997년 일간지 미술기사 색인을 42쪽에 걸쳐 수록하고 있다.(표 참고) 신문매체별 미술기사 건수는 조선, 한국, 중앙, 문화, 경향신문이 많았고 스포츠지와 경제지가 적었다. 미술기사의 내용은 고미술?문화재, 공모전?미술상, 국제전?해외전, 내방인사, 미술일반, 미술시장?화랑가, 미술정책?제도, 사건?기타, 외국미술국내전, 인물, 전시회, 출판?저널리즘, 학술, 해외미술 등 14항으로 나누어 놓았다. 전체 기사 분량 4,447건 중 전시회와 관련기사인 전시회(국내전), 외국미술국내전, 국제전?해외전, 공모전?미술상 주제의 4항 기사가 2,505건으로 56.3% 해당되며 여기에 주말판 전시회 단신을 포함한다면 일간지 미술기사 주종이 전시회 기사인 셈이다. 그 다음이 미술정책?제도, 미술출판?저널리즘, 고미술?문화재, 인물, 미술일반 기사 순이었다.

미술기사 주제별 관심도를 매체별로 보면 미술정책?제도에 관한기사는 조선, 문화, 대한매일, 한국일보 순으로 / 미술출판?저널리즘 기사는 경향, 조선, 중앙, 문화 순으로 / 고미술?문화재 기사는 조선, 동아, 한국, 경향신문 순으로 / 인물기사는 동아, 조선, 경향, 대한매일 순으로 / 미술시장?화랑가 기사는 내외경제, 조선, 일간스포츠, 한국경제신문 순으로 / 해외미술 기사는 중앙, 조선, 문화일보 순서였다.

미술기사의 개선점

미술계에서는 일간지 미술기사의 문제점으로 전문기자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 한다. 전문성도 없이 미술담당을 맡아 한 두달 만에 바뀌고 어느 신문은 미술담당 출신의 문화부장이 기사거리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있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미술전문기자가 1995년에 도입되었는데 지금은 3개월 파견이라는 형식으로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 지난 1년사이 문화일보는 조우석, 오애리, 김영모, 양성희기자로, 한겨레신문은 이제훈, 이성욱, 김보근, 이주현기자로 가장 많은 변동을 보였다. 최근 두 달사이에도 중앙일보, 스포츠서울, 대한매일, 일간스포츠 네 곳이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판을 알고 기사를 쓴다는 게 쉽지않다. 자연히 손쉬운 전시회 홍보기사에 물들게된다. 때로는 확실한 근거도 없이 최고(最高),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왜곡된 수식어와 속 보이는 과찬을 붙이기도 한다.

“내가 알던 기자도 다 떠났고, 이 나이에 기자들 찾아다니며 부탁하기도 어렵고 그냥 발송했더니 신문 한 곳에도 기사가 안났다” “같은 기간 ㅇㅇㅇ와 내가 가르킨 제자는 사진까지 들어가 크게 보도되었는데 자신이 창피스럽다” “기자가 현장에 취재를 다녀야지 책상에 앉아서 가져다주는 것을 무슨 판단으로 쓰느냐” 일간지 미술기사 보도에 대한 작가들의 푸념어린 말이다. 전시를 하면 신문에 나는 것, 특히 크게 보도되는 것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이런 예는 서울의 한 애호가는 기사를 보고 그림을 사겠다며 전시장으로 찾아 왔다는 경우도 있다. 작가들은 지나치게 전시회 보도에 관심을 보이는데 모든 것이 언론의 메카니즘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술기사는 신문의 속성상 어쩔 수 없다는 미명의 전시회 홍보기사를 탈피하고 전문가 또는 전문기자의 리뷰기사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미술계의 정책, 제도, 학술, 문제점 등 시야를 넓혀 심도있게 기획기사로 미술문화를 선도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계를 알고, 공부를 하고, 현장을 발로 뛰어 안목을 높여야 한다. 각 신문사에서도 전문기자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걸핏하면 바꾸는 것보다 긍지와 소신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배려가 아쉽다. 문화의 세기가 오는 21세기 언론의 힘은 더욱 막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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