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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연감의 출판

김달진

월간미술 1996년 6월호


본격 미술연감의 출판 : 월간미술편 <한국미술 1996>


한국미술이 양적, 질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다. 그만큼 정보와 자료의 양이 폭주하고 있다. 날로 다양해지는 이 미술정보를 어떻게 생산하여 수용할 것인가. 또 어떻게 기록하고 저장하여 후세에 남길 것인가. 미술계에서도 정보화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미술계에서도 이미 인터넷을 통해 미술정보를 얻을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세계의 미술관, 화랑, 미술대학, 연구소, 경매, 미술관련 이벤트 등의 정보를 얻을수 있다. 문화체육부에서 운영하는 전자사랑방에서는 현재 인터넷을 통해 문화재정보, 전자박물관, 전자미술관, 전자도서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체부 산하 문화재관리국, 국립중앙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이 데이터 베이스를 개발했다. 미술정보가 첨단 정보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 이러한 현상은 CD롬, 인터넷 등 영상매체로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재의 가장 보편적인 기록 수단인 문자재체(책)에서는 미술정보의 생산과 수용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대답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 미술계는 외형적인 덩치에 비해 연감이나 자료집 혹은 미술사전과 같은 책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연감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국제화다 세계화다 떠들썩한 겉치례 화장에 비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미술계 숙원사업의 실현
월간미술에서 미술연감 (한국미술 1996)을 펴냈다. 필자는 80년대에 (열화당 미술연감) 창간에 가담한 바 있고, 평소 이 방면에 관심이 많아 이번 작업에도 자료를 제공했다.
지난 5월 중순, 6개월 간의 작업 끝에 발간된 (한국미술 1996)을 받아 보았다. 필자는 이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 이런 알찬 내용과 형식의 미술연감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양과 정확성도 독보적이었다. 연감을 누구보다 많이 활용해야 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필자로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에 내 일처럼 기뻤던 것이다. 이런 마음은 필자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술연감을 갈망해온 미술인들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한국미술 1996)의 발간이야말로 미술계의 오랜 숙원사업이 아니던가.

(한국미술 1996)은 본책과 별책 (ARTIST & GALLERY) 2권으로 묶었다. 광복 50주년 95 미술의 해, 광주 비엔날레 출범, 베니스 비엔날레 100주년과 한국관 개관 등 다채롭고 풍성했던 1995년의 한국미술을 종적, 횡적으로 조망한 책이다. 본 책은 6개 분야 - 화보, 해설, 행사?사건, 전시 초점, 하일라이트, 자료 - 로 구성되어 있다.
(화보)는 미술계의 주요 행사, 사건, 이슈를 10개의 주제로 분류하고 생생한 현장 사진을 곁들여 한눈에 1년의 흐름을 볼수 있도록 했다. (해설)은 창작, 이론 분야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행사?사건)은 미술계 궤적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사실 보도에 치중했다. (전시초점)에서는 대형 기획전 주제전을 선별했다. (하일라이트)에서는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개인전 베스트 60을 엄선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료) 편에서는 전시회 일람과 미술 관련기사, 단행본, 학위논문의 주제별 색인을 실었다.
별책에는 (미술인 인명록)과 (전국 미술문화 공간) 가이드를 실었다.
(한국미술 1996)은 지금까지 미술계에서 선보인 연감과는 다른, 본격 미술연감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본격적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이 연감이 한국 미술문화를 총제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어야 할것 같다.

지금까지의 연감은 창작 분야에 국한되어 이를테면 한국화, 조각, 공예 등의 장르별 평과 전시회 일람을 수록하는 것이 상례였다. 창작 분야와 전시가 미술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술문화는 창작 이외에 수효의 측면, 창작과 수용의 교두보 역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움직여 간다. 이를테면 미술관, 화랑 등 문화공간, 미술시장, 비평과 저널리줌, 미술교육 등은 창작 못지않게 중요한 미술문화의 한 부분이다. (한국미술 1996)은 이러한 미술문화 현상을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또 월간미술이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여 전문가들의 공정한 평가 작업을 유도해 냈다는 점도 이 책의 신뢰를 높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미술계의 권위있는 이론가 60여명이 참여했다.

미비한 자료, 단명의 역사 - 연감
미술계의 기록을 찾아볼수 있는 연감 성격의 책은 66년 대한민국예술원에서 창간한 (한국예술지)가 그 효시다. 초기에는 풍부한 내용을 수록했으나 점차 장르별 개관과 전시회 통계를 실었다. 또 76년부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문예연감)을 펴내고 있다. 이 책은 미술분야도 수록, 내용이 근년에 올수록 빈약해졌다. 장르별 창작 활동의 개관과 별도의 1년 전시회 기록, 통계가 수록되어 있다. (문예연간)의 기록들에 대한 오류와 문제점은 지난 90년 필자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을 통해 지적한바 있다.
앞의 두책은 예술 전반의 장르 속에 미술이 포함된 것으로 내용상 미흡한 부분이 많다. 미술만을 다룬 미술연감이 선보인 것은 77년 창간된 (한국미술연가)에서 이다. 이 연감은 연중 약사와 전시회 일람을 실었고, 연감 성격보다는 작가 명감에 치중하였다. 91년 도판은 가장 많은 작가가 수록되어 있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국미술연감)은 92년 도판을 발행한 후 현재까지 중단 상태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연감 발생을 지속해 온 한국미술연감사의 노고는 충분히 평가받을만 하다.

84년에는 미술도서 전문출판사인 열화당에 (열화당 미술연감)을 창간했다. 전시회기록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작품 사진을 곁들였으며, 자세한 전시 내용과 관련 기사 색인을 첨가했다. 부록으로 공모전, 미술계 동정, 일간지 미술기사 색인, 미술잡지 목차, 작가 인명록, 미술관계기관, 미술관?화랑의 연락처를 실었다. 당시로서는 충실한 내용의 미술연감이었으나 6권을 내고 폐간되었다.
우리나라 미술연감의 약사를 되돌아 보면, 부실공사와 단명의 연속이다. 연감이 지니는 성격 때문이다. 연감이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자료 수집과정리 등의 막대한 투자와 노력에 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출판사업이 아니다. 영세한 출판사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아예 엄두를 낼수 없고 미술계를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단단하게 무장했다가도 결국 몇 년만에 손들고 마는 예를 우리는 보았다.
그러다 보니 연감에 대한 미술인의 인식이 비뚤어져 있다. 연감이란 어떤 분야에 한해 동안의 사건?통계?조사?전망 등을 수록하여 한해에 한번씩 내는 정기간행물을 뜻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연감 중에는 당해 연도와 무관하게 작가 소개만을 위주로 하는 명감 성격이 강하다. 객관적 기준이 없어 수록작가들을 둘러싸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도 발생한다. 정작 언급되어야 할 대상은 작가 자신들이 외면해 버리고 반대로 함량 미달의 작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월간미술이 만든 (한국미술 1996)은 삼성문화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다. 정말 좋은 여건에서 출발한 것이다. 재정적인 부담을 벗어서인지 제작비를 대폭 투자한 흔적이 역력하다. 미술의 특성을 살려 모두 컬러로 제작했으며 디자인도 산뜻하고 호화롭다. 이정도면 국제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아쉽다면 주요기획전 출품작가, 공사립 미술관 활동사항 등을 정리하여 추가했으면 한다. 각 대학 미술관련 학과별 전화번호도 있는게 좋지 않을까.
월간미술은 앞으로 매년 미술연감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이 한국미술의 역사를 담는 풍성한 그릇이 되길 기대한다. 필자는 96년의 주요 미술계 사건 중에 (한국미술 1996)의 발간을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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