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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에 임하는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김달진


-광주비엔날레 창설

90년대도 절반이 지났다. 비록 현재 미술계에는 뚜렷한 이슈도 없고 미술시장도 지속적인 불황 상태지만 94년은 정부로부터 ‘95년 미술의 해’ 공식지정을 받은 해였고 오랜 숙원이었던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기공식을 가진 해로 기록할수 있다.
여기에 지난 12월 6일에는 오는 9월,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들여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예향으로 불리는 광주 전남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고 지방자치시대를 대비한 지역문화산업을 창출한다’는 것을 그 취지로 하고 있는 이 비엔날레는 오는 9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두 달동안 광주 중외공원 71만 평 문화벨트에서 열리게 된다. 이에 따라 100억 원이라는 예산 중 42억원은 시립박물관과 민속박물관 외에 2천 여평 규모의 미술관을 새로 건립하는데 사용하게 되며 나머지 58억원은 행사 운영비로 책정되었다. 이는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미술 행사에 투자된 예산 가운데 최고액이다.

그러나 사상 최고의 자금으로 준비되고 있는 이 비엔날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속예술인총연합 광주지부는 ‘비엔날레라는 형식이 퇴조하고 있고, 내용면에서 개최 목적이 뚜렷하지 않고 조직위원 인선에 기준이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고, 광주비엔날레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1년 미만의 짧은 준비기간은 물론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강행하는 것은 졸속행정의 본보기’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미술평론가 유홍준 씨는 ‘광주비엔날레를 조직하겠다는 사람들의 발상을 보면 자못 국제적이건만 진행하고 있는 형태는 다분히 식민지적이어서 외국의 이름 높다는 사람들을 모셔다 한말씀 듣기에만 바쁘다’라고 뼈아픈 지적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국제전’-국내에서 열리는 것이든 해외에서 열리는 것이든- 이라는 이름과 관련하여 열린 행사는 갖가지 운영 잡음올 얼룩져 있는데 광주비엔날레 역시 지금까지와 같은 우를 범하게 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잡음이 들끓는 국제전

먼저 국내에서 국제전이란 명칭은 66년 동아국제사진살롱과 자금까지 정기전으로 지속되어 오고 있는 서울 국제판화비엔날레 등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 서울 국제판화비엔날레는 동아일보사가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70년 창설하여 72년까지 두차례 개최했다가 이후 9년 간 중단되었던 것을 83년 다시 부활시킨 것으로 94년에 9회전을 가졌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국제전이라 내세울 만한 최초의 것은 88 서울 올림픽에 즈음하여 열리도록 추진된 세계현대미술제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세계현대 미술제는 90억원 규모로 국제야외조각 심포지엄, 야외조각초대전, 국제현대회화전, 한국현대미술전의 세가지 프로젝트가 기획되었다.
그 가운데 조각심포지엄 프로젝트가 87년 ‘1차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는 ‘비민주적 무원칙 기획’ ‘몽촌 토성 훼손’ 등을 문제 삼아 범미술인 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고 성명서 발표, 공개 토론회 등으로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이어 88년 2월에 있었던 국제현대회화전과 한국현대미술전 초대작가 발표를 두고 미술계 여론은 역시 ‘한국화 푸대접’ ‘비구상 치중’ ‘출신대학 편중’ 등을 이유로 백지화를 요구하고 행사 불참결의를 하는 등으로 들끓었다.

이러한 논란은 90년 서울국제미술제에서도 일어났다. 이 국제전에서는 국내 5개 대기업에서 운영자금올 4억5천만원을 후원하였는데 미술계의 의견 수렴없이 일부 인사들에 의해 졸속 추진되어 ‘국내작가 참여는 배제한, 주인은 없고 손님만 있는 어이없는 종이 잔치’라는 비난을 샀다.
또한 93년 대전 엑스포와 연계해 마련되었던 미래 테마파크전도 37억원 이라는 예산으로 진행되었지만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하였을 뿐더러 일부 작품은 성의없이 제작되었다는 빈축을 샀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서울 국제현대미술제(12.16~1.14)가 열리고 있다. 서울정도 6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되었고 95년 미술의 해를 여는 서막으로서의 의미와 함께 미협에서는 아시아태평양 비엔날레 준비행사로도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전시다.
그러나 이 전시 역시 처음 발표되었을 때 외국인사에게 전시방향 결정권 및 작가 선정권 일임. 충분한 기획없이 단기간에 개최 결정, 국내작가 선정을 맡은 커미셔너 역할이 요식행위에 그칠 소지가 많다는 것 등이 문제가 되어 한국미술평론가 협회는 반대 성명서를 냈었다. 총 예산 3억2천만 원으로 40개국 84명의 작가와 국내 작가 407명 작가가 ‘휴머니즘과 테크놀러지’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했는데 주제의 명확한 전달 여부와 함께 연말연시를 낀 한달간의 전시기간 동안 어느 정도 관람객이 찾아줄지 의문으로 남아 있는 형편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전으로는 1985년 창설하여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베니스 비엔날레, 상파울로비엔날레(51년 창설), 루브리아나국제판화비엔날레(53년 창설), 카뉴국제회화제(69년 창설) 및 카셀 도큐멘타 등이 있다. 이들 국제전에의 우리나라의 참가는 60년대 들어 본격화 되었는데 61년 파리비엔날레 참가를 시작으로 63년 상파울로비엔날레, 69년 카뉴국제회화제, 71년 인도트리엔날레, 81년 방글라데시비엔날레, 86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30여년을 이어오고 있는 국제전에의 참가 역시도 ‘돌려먹기’ ‘나눠먹기’라는 부작용과 시비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에 거는 기대

살펴본바와 같이 우리가 개최한 국제전이 비난을 받게 되는 원인은 ‘충분한 사전 절차없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점’과 ‘소수 전시조직자들과 외국인 참여작가의 나들이 잔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으로 일축할수 있겠다.
광주비엔날레 개최 발표를 보고 우려되는 것도 기존의 국제전들이 그래왔듯이 넉넉치 못한 시간으로 추진되고 있어서 졸속으로 그치지 않을까가, 더구나 100억 원의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치뤄지게 되어 더욱 염려스럽다.

이번 행사는 개인의 명예나 이익보다는 민주적인 운영절차에 의해 중지를 모으고 적어도 2~3년의 충분한 기간을 거쳐 준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더구나 지속적이고 권위있는 비엔날레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일본의 동경비엔날레와 동경판화비엔날레, 프랑스의 파리비엔날레도 사전의 철저한 준비 미비로 인해 중단되고마는 전례를 남겼으며 91년 사단법인 서울국제미술제를 인수한 삼성미술문화재단의 뒷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문화분야, 미술분야에도 바야흐로 ‘의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문화가 곧 상품인 시대, 자본과 시장의 논리가 문화의 영역까지 침투한 시대다. 경제뿐 아니라 문화 부문에서의 국제 경쟁력도 갖춰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우리문화의 세계화는 다른데 있지 않다.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가 곧 우리가 목청 높여 외치는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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