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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조각 영역에서 본 한국의 문화산업/예술산업 현황

김성호

조각 영역에서 본 한국의 문화산업/예술산업 현황


김성호(미술평론가)

I. 국내 문화산업/예술산업의 전개 방향 
II. 순수 미술과 국내 문화산업/예술산업
III. 조각의 국내 문화산업/예술산업 현황 1 - 공공조각의 산업 클러스터링 
IV. 조각의 국내 문화산업/예술산업 현황 2 - 융복합 시대 조각의 원소스 멀티유즈
V. 결론 


I. 국내 문화산업/예술산업의 전개 방향
주지하듯이,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이라는 용어는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와 아도르노(Theodor Adorno)에 의해서 1944년 처음 사용1)되었다. 이 용어는 1930~1940년대 당시 ‘대량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업적인 문화’를 지칭했듯이 다분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된 것이었다. 이들은 매스미디어, 영화, 음반, 오락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배경으로 한 채, ‘문화가 자본주의의 지배를 영속화시키는 이데올로기 수단으로 조작되거나 통제되는 것’을 문화산업으로 바라보았다. 
오늘날 문화산업은 넒은 의미에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창작되거나 상품화되어 유통되는 모든 단계의 산업’ 2)을 의미한다. 즉, 오늘날 문화산업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학에 근간한 비판적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문화의 고부가가치성에 주목하는 경제학에 근간한 희망의 영역으로 이동해 온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문화산업이란 문화를 산업화할 수 있다는 문화경제학의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자, 이것을 혁신을 통해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문화경영학에 관한 과도한 신뢰로부터 구체화된 것이라 하겠다. 특히 문화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간주되는 문화산업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론으로 고려되어 왔다.3) 
그런데 조각에서의 문화산업을 논하는 이 글에서, 왜 문화산업만이 아니고 문화산업/예술산업을 함께 거론하고 있는가? 양자의 차이는 무엇이고 그것이 조각과 무슨 관계를 맺는가? 문화산업은 국가별로 그 개념과 정의, 유형이 다양하다. 영국의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캐나다의 예술산업(Art Industry), 중국의 창의산업(Creative Industry), 일본의 콘텐츠 산업(Content Industry)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콘텐츠산업 혹은 문화산업으로 주로 불리고 있다. 유념할 것은 문화산업 혹은 문화콘텐츠산업의 다양한 유형 중에서 순수 예술이 차지하는 범주는 그리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의 범주에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음악, 공연, 방송 및 에듀테인먼트, 게임, 인터넷콘텐츠와 모바일콘텐츠 등 문화콘텐츠’를 포함하면서도 순수예술은 특별히 정의하고 있지 않다. 특히 조각의 입장에서 문화산업적 차원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문화산업을 연구하는 논문에서 조각 장르를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순수예술인 조각은 문화산업의 사례적 연구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조각을 아래처럼 예술산업의 범주와 함께 다양한 유형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경제학의 입장에서 문화산업론 대신 에술산업론으로 경영학의 입장에서 문화경영학 대신 예술경영학으로 살펴볼 대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예술이 기본적으로 문화라는 큰 범주 안에서 작동하는 존재인 만큼, 문화산업론과 문화경영학 속에서 조각을 살피는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검토하는 차원에서 이 글에서는 조각을 ‘문화산업/예술산업’이라는 장에서 함께 살펴본다. 

문화 연구 분야의 영역 분류4)  


문화산업 또는 예술산업은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는데, 대체적으로 2가지의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어 왔다.5) 하나는 문화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이고 또 하나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 왔다. 전자는 경제학, 경영학 등의 영역으로 대개 산업유발 효과, 고용창출 효과 등의 장밋빛 수치를 제시하며 문화 산업이 경제적 효과와 국가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후자는 미디어학, 사회학 등 인문학의 영역에서 고찰되고 있는 것으로, 대개 문화가 지니고 있는 비경제학적 특성에 주목하면서 상품화, 산업화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문화의 특성에 주목한다. 즉 상품 개념으로서의 문화를 규정하는 경제학이나 경영학의 관점을 비평하는 것이다. 비경제학적 영역의 입장에서 ‘문화산업이란 문화를 통한 삶 자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지 문화산업 자체를 키우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6) 까닭이다. 문화산업에서 경제학적 관점이 설명할 수 없는 문제점들은 많다. 문화 고유의 복합적 속성, 문화산업 성과의 판단 기준, 문화상품 소비와 외부 변수 개입의 문제, 문화제국주의, 문화자본주의, 문화상징 등. 예를 들어 예술 수요와 공급의 특징은,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려 이익을 증대시키려고 하거나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을 철수하는 일반 재화의 가격 변화의 상황과는 다르기7)  때문이다.   

(중략)




V. 결론
우리는 지금까지 국내 문화산업/예술산업의 개념과 전개 방향을 거쳐 조각 영역의 국내 문화산업/예술산업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특히 조각공원과 지역 미술관들 속에서 공공미술의 이름으로 활성화되었던 문화산업/예술산업의 클러스터 조성으로부터 관 주도의 프로젝트형 공공조각에 이르기까지 클러스터링의 면면들은 통시적인 현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어서 우리는 융복합 예술 시대에 이른 오늘날, 레드 오션 → 블루 오션 → 퍼플 오션으로 이동하는 문화산업의 전략들이 조각의 영역 속에서 어떻게 가능한지를 함께 살펴보았다. 오늘날 탈장르의 조각이 미술시장의 다차원적 전략을 도모하는데 있어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전략은 문화산업/예술산업의 차원에서 검토할 만한 방향성들이었다. 전자나 후자 모두 새로운 네트워크의 기대치들을 새롭게 풀어가는 방식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조각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오늘날 문화산업/예술산업이 글로벌 네트워크형으로 진척되어 가는 입장에서 조각의 영역 역시 창작, 생산, 유통, 소비의 다각적 입장에서 아웃소싱을 통한 네트워크 시스템은 필히 탐구될 만한 입장이다. 여타 문화상품과 달리 선호도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표준화된 수요 예측이 불가능하여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 예술작품, 특히 조각의 입장에서 가지는 예술산업에의 전략은 그래서 유의미하다. 다각적인 크로스 마케팅, 라이선싱, 머천다이징, 브랜드 확장 등 여러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구조 속에서의 기획, 제작, 판매, 배급, 배포 등의 가치 사슬에 따른 그물망 같은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요청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각 영역에서 문화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하여 본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주지하듯이, 문화산업의 대표적 특성에는 윈도우 효과(window effect)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상품들은 한번 제작, 유통, 소비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수명을 다하지만, 문화상품은 다른 문화산업의 영역에서 재창조되어 또 다른 가치창출을 지속한다는 특성을 지칭한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주요한 것이 ‘경쟁력 있는 원천 콘텐츠의 확보와 개발’이듯이, 이러한 특성이 활성화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목표 지점은 콘텐츠 외부의 비즈니스 세부 전략이 아니라 콘텐츠 내부의 위상임에 틀림이 없다. 즉 한 조각가의 작품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그 어떠한 외부적 요소나 전략보다도 주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선결되거나 필히 병행되면서 문화산업적 차원에서 국내의 조각의 생명이 활력을 띠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

출전/ 

김성호,「조각 영역에서 본 한국의 문화산업/예술산업 현황」, 『2015 제25회 한국구상조각대전 기념 세미나』, (2015. 10. 31. 아트스페이스 H), 한국구상조각회, 세미나 자료집, pp.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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