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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 │짬자면, 비빔밥, 폭탄주 - 융복합의 네트워크

김성호

짬자면, 비빔밥, 폭탄주-융복합의 네트워크 

김성호(미술평론가)



필자는 글쓰기나 강연 등에서 오늘날 미술에서의 융복합을 설명하는 말들로 짬자면, 비빔밥, 폭탄주를 예로 들어 사용하기를 즐겨하는 편이다. 3가지의 유형은 서로의 정체성이 각기 다른 상태로 오늘날의 미술 융복합의 특성을 매우 잘 드러낸다. 그런 까닭에 필자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유념해야 할 미술의 융복합과 그것의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잇 아이템으로 짬짜면, 비빔밥, 폭탄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짬자면이란 짬뽕과 자장면이 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이다. 이것은, 짬뽕도 자장면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복합(complex)의 대표적 유형이다. 입안에 들어가는 음식이야 위장에서 뒤섞이면 별 차이가 없어지는 잡탕의 것으로 귀결될 따름이지만, 적어도 미각에 양자의 존재를 각인시키면서 입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양자의 복합적 양상은 의미심장하다. 그래, “짬짜면 하나요”라는 주문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그것은 두 개의 결과물이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뭉쳐진 결과물이자 복합의 존재인 것이다.    
비빔밥은 또 어떠한가? 백남준 선생이 미디어아트의 본질을 비빔밥으로 천명했듯이, 이것은 각기 다른 정체성들이 한데 모여 만드는 생성적 복합의 세계이다. 달걀 프라이와 각종 야채들이 예쁘게 밥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복합(complex)의 덩어리이자, 이내 고추장과 참기름에 뒤섞이어 서로의 정체성을 나누어 주고받는 융합(fusion)의 덩어리이기도 하다. 
반면 폭탄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과 도수가 낮은 술이 만나 서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서로의 몸을 뒤섞어 새로운 도수를 표방하는 융합의 세계를 선보인다. 
이 세 유형은 오늘날 미술에서 발견되는 융복합의 기치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병렬과 병치로 서로의 정체성을 지닌 채 혼합을 체계를 이루는 짬자면이나 일련의 사건(event)을 계기로 복합으로부터 융합의 세계로 넘어서는 비빔밥 그리고 상대방에게 서로의 정체성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개체로 탈바꿈하는 폭탄주는 우리에게 융복합의 다양한 층위를 잘 설명해 준다.  
이러한 융복합의 모델은 각기 다른 유형의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 아래 전시로 만들어 내는 기획자에게 있어 공간의 유형학을 연구하는데 있어 참조할 만한 자료가 된다. 이 모델들을 자유자재로 응용할 때, 수평과 수직을 아우르면서도 서로를 나누는 사선( / )의 공간학을 전시를 통해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멋진 전시 공간학을 이상으로 그리면서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구현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후배들이여 그대들이 해보심이 어떠할지.  

출전/
김성호, 「짬자면, 비빔밥, 폭탄주 - 융복합의 네트워크」, ‘잇 아트 아이템_큐레이터 63’, 『퍼블릭아트』, 10월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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