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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미술계 이슈 / 11

김성호

11월호, 미술계 이슈

김성호(미술평론가)

단색화 열풍과 해외 경매시장 
서울옥션은 10월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작품을 47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시켜 한국작가의 작품 거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정상화의 작품도 10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 K옥션도 10월 홍콩에서 진행한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률 93%를 기록했는데, 김환기와 정상화의 작품이 7억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었다. 특히 정상화의 작품은 추정가를 훨씬 넘는 가격에 판매되었는데, 그의 한해 낙찰 총액이 10년 만에 무려 2900배가 뛰었다니 가히 단색화의 열풍을 실감할 만하다. 박서보의 경우에도 한 경매에서 7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등 최근 9년 사이에 작품 값이 이전보다 20배 정도 올랐다. 그간 해외 시장에서 선두를 달렸던 이우환의 낙찰가가 반등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보일 정도이다. 
2008년부터 바닥을 치던 미술품 경매시장이, 최근 단색화의 열기에 힘입어서 성장세로 서서히 돌아서고 있다. 2013년에 721억원이던 거래액이 2014년에 이르러 971억원을 기록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한 까닭일까? 2015년 연내 1000억원 규모의 시장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무성하다.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정창섭 등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경매 총액이 상반기에만 248억원으로 전체 거래 총액 중 39.3%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단색화 작품들의 약진이 경매시장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해외에서 불어온 단색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후끈하지만, 그것이 국내 경매시장 전체의 장기적 호황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진단하기에는 이르다. 그것이 ‘이상 열풍’이거나 2000년대 경험했던 ‘거품’일 뿐이라는 평가는 물론이거니와 ‘상업 논리가 만든 허상’이라는 혹독한 진단 또한 없지 않다. 실제로 단색화에 몸을 실은 일부 원로 화가와 그것을 기술적으로 다루는 경매업체들과 몇몇 메이저 갤러리들이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지만, ‘꿈만 많은’ 신진 작가들과 ‘전략이 있어도 실행 자체가 마뜩치 않은’ 중소 갤러리는 여전히 손가락만 빨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단색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모두의 잔치’는 요원한 것일까?   




2015키아프와 국내 미술시장 
한국화랑협회 신임 회장 체제 이후 처음 개최된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의 결과는 국내 미술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임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11개국, 182갤러리(국내 130, 해외 52)가 참여한 올해 행사를 지켜본 관람객은 5만 2000여 명으로 지난해 8만 8000여 명보다 감소했다. 작품 거래액도 지난해 230억원보다 감소한 180억원을 기록했다. 관람객은 40%, 거래액은 20% 감소한 셈이다. 아트페어의 특성상 발표된 총 거래액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올해 행사는 작년 대비 ‘실패’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미국 휴스턴의 ‘아트오브더월드갤러리’가 기록한 보테로의 작품 17억원을 포함한 총 판매액 20억원을 제외하면, 최고가를 기록한 갤러리의 총 판매액이 3억원 정도였다고 하니, 다른 화랑들의 성적이 어떠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홍콩 바젤아트페어를 벤치마킹한 VIP 우대 프로그램은 의욕적인 시도였음에도, 국내 미술시장의 콜렉터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치였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고 말았다. 루돌프 로렌조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컬렉터들이 방문했다고는 하지만, 해외의 유수 아트페어만큼의 주요 컬렉터를 다수 초청하지는 못했음에도, 관람시간대를 골드VIP, VIP, 일반 관객으로 차별화한 전략은 오히려 VIP 관람 시간대를 ‘지나치게 한산한 진풍경’으로 퇴락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이러한 VIP 우대 방침은 컬렉터와 관객 사이의 위화감만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 컬렉터의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러한 아트페어의 전시 공간을 개선하려는 ‘스페셜 홀웨이’(Special Hallway)전‘을 마련하는 등,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트페어의 결과는 참담했다. 단색화의 열기에 힘입어 몇몇 갤러리가 선전했지만,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기에 올해의 키아프는 역부족이었다. 미술시장 자체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한국의 실정에 맞는 컬렉터 대상의 프로그램 개발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

출전 / 
김성호,「10월호, 미술계 이슈」, 『아트프라이스』, 10월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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