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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융복합예술 연구의 남겨진 과제들

김성호

융복합예술 연구의 남겨진 과제들

김성호(미술평론가)

본인이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의 계간 『예술문화비평』에서 발표했던 융복합 연구는 「융합예술의 개념」 김성호, 「융합예술의 개념」, 『계간 예술문화비평』, 특집 융복합예술의 현황과 전망,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제7호, 겨울호, 2012, pp. 14-41. 
이었다. 본인은 여기서 데리다의 차연이 야기하는 해체와 들뢰즈의 차이에서 유발되는 해체/융합의 단초,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에서 나타나는 일상과 예술의 융합, 보드리야르의 예술의 무가치론으로터 추출되는 일상과 예술의 융합,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의 컨실리언스가 한국에 통섭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야기된 '과학 환원주의적 융복합'의 개념을 검토하면서 융복합 논의에서 간과되기 쉬운 예술 고유의 위상과 창발성에 대해서 논의한 바 있다. 
여기서는 그 뒤를 잇는 융복합 연구에 있어서의 여러 문제의식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토론과제 몇 개를 제시하고자 한다.   



I. 예술/과학의 융복합에 있어서의 딜레마_예술과 과학의 상이한 목적 지향성
엄밀히 말해, 오늘날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필요성은 과학의 입장에서 요청된 측면이 크다. 과학은 테크놀로지를 담을 미적 장치를 늘 필요로 했던 만큼. 예술과의 융복합의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근대까지 디자인이라는 실용예술이 이러한 과학의 요구를 수렴해온 측면이 있지만, 실용예술이 지향하는 기능적 상상력은 과학이 기대하는 예술적 상상력에는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결여의 차원을 메우고 필요성의 차원을 수렴하기 위해 작동하는 기능적 상상력을 과학이나 디자인 양자 모두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문제제기와 가설이란 정해진 질문에 답하는 차원의 기능적 상상력을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같은 심미적 기능성을 추구하는 소극적 상상력보다는 순수예술에서 추구하는 완전한 창조적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과학이 그간 지향해왔던 부분도 아닐뿐더러, 특별히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기 때문에, 순수 예술이 태생적으로 지니는 근본 지향점인 창조적 상상력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진보적 세계로 발진해나가는 지향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과학기술의 입장에서는 그것 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독특한 예술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은 과학이 여전히 예술의 창조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것을 위한 예술가의 협업의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만든다. 순수예술이 지향하는 창조적 상상력이란 사회의 공진화(共進化)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산이기 때문이다. 목적지향성이 다른 과학과 예술이 만나 융복합을 꾀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협업하는 과정은 목적과 이상이 서로 다른 주체가 만나서 벌이는 동상이몽이기 십상이다. 


II. 예술/과학의 융복합 연구의 방향성
그렇다면 이러한 딜레마와 과학과 예술의 양자 간 괴리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수 있는가? 
과학과 예술의 각 주체가 한쪽에서 융복합의 주도권을 장악할 경우, 온전한 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양자 간의 합치할 수 없는 괴리만을 확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형편이다. 이 경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광의의 연구주제에 합의했다고 할지라도 세부적인 협업이 진행될 때, 과학이 예술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거나 반대로 예술이 그러한 상황에 처할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수히 논의되어 오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할 뿐 해결책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은 양자가 합의한 광의의 연구주제 자체가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못한 경우에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양측이 비교적 명확한 입장으로 합의한 연구주제일 경우라 할지라도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연구과제를 풀어가며 상대를 설득하다 보니, 첨예한 대립에 이르기까지 하면서 융복합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 혹은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융복합의 각 주체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매개자가 부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따라서 융복합의 연구주제를 설정할 때부터 양자의 입장을 매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융복합 전문기획자의 존재가 필요해진다. 


III. 예술/과학의 융복합 전문매개자의 필요성과 역할 
예술/과학의 융복합에 있어서 전문매개자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양자가 동등하게 융복합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양자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주체, 즉  융복합과 관련한 매개자가 융복합의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과 과학 사이의 매개자는 과연 어떠한 자격을 갖추고 본연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다음처럼 정리해볼 수 있겠다. 
1) 과학/예술의 융복합 전문매개자는 양 장르의 전문가이다. 적어도 양 차원을 공히 이해할 수 있는 식견과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2) 과학/예술의 융복합 전문매개자는 기획자이다. 융복합의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문기획자여야 한다. 
3) 과학/예술의 융복합 전문매개자는 협상자이다. 특정 융복합 과제를 실행하면서 양측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양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4) 과학/예술의 융복합 전문매개자는 마케터이다. 융복합 콘텐츠의 생산자, 기획자의 입장을 넘어서 생산된 결과물을 시장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문가이어야 한다.     
5) 과학/예술의 융복합 전문매개자는 교육자이다. 대중과 예비 전문가들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6) 과학/예술의 융복합 전문매개자는 개인 전문가 혹은 그룹일 수 있다. 


IV. 예술/과학의 융복합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 
융복합 전문매개자의 육성을 포함한 예술/과학 융복합을 위해서 정부 및 민간의 정책 방향 역시 구체적으로 실천될 필요가 있겠다.  
1)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 정책 실현에 있어, 정부의 어느 부서보다 특수한 정체성을 지닌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체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2) 예술/과학의 융복합을 주도하는 센터 및 부서를 문체부 안에 위치시켜 전문화한다. 
3)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에 대한 문체부 공무 담당자에 대한 연수와 교육을 상례화해서 준융복합전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문체부 공무 담당자로 하여금 외부 전문가들과의 의견을 열린 태도로 수용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4) 융복합 정책에 있어서 예술의 특수한 세부 장르의 범주들에 부합하는 융복합 정책을 세부적으로 마련한다. 즉 순수예술, 실용예술의 범주. 창조적 상상력, 기능적 상상력의 범주 그리고 각 세부 장르별 해당하는 정책을 따로 마련한다. 
5) 반대로 과학에 대한 접근 자체도 세부적 범주의 분류 체계를 마련하고 예술의 다양한 범주와의 협업 네트워크의 가능성 있는 융복합 과제를 목록화한다. 
6) 예술/과학 융복합의 연구과제 목록과 더불어 그 동안의 연구성과들을 아카이빙하고 연구자들에게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구축을 통해서 상시 개방한다. 이러한 개방은 향후 연구자들과의 자유로운 피드백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장치가 되도록 한다. 
7) 문체부 내 센터 혹은 담당 부서에서 콜라보레이션 연구를 통해 마련한 대표적 연구과제를 일반인 및 전문인들 대상으로 공지하고 구체적 프로젝트 기획안을 공모한다. 
8) 지정 주제에 관한 프로젝트 기획안 공모에 있어서 전문가를 위한 심층과제와 더불어 일반인의 참여를 위한 일반과제를 따로 마련해서 다수의 참여를 도모한다.
9) 융복합 프로젝트가 아닌 필요성 및 문제의식을 공모의 방식으로 목록화해서 융복합 정책 마련의 기틀로 삼는다. 예를 들어 예술의 연구에 있어서 과학적 필요성에 대한 신청과 반대로 과학의 연구에 있어서 예술적 필요성에 대한 신청을 접수해서 연구자 간 매개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10)융복합 전문매개자가 주체가 되는 거대 융복합프로젝트 기획안 공모를 연별 혹은 분기별로 정착한다. 
11) 융복합 전문매개자 육성 방안을 대학교육과 연계해서 지원한다. 
12) 대학 및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융복합 교육을 장려육성하는 정책을 마련한다. 
13) 예술과 과학의 첨예한 대립이 반복되는 창조적/기능적 상상력을 공유하는 예술장르를 대상으로 하는 융복합에 있어서 전문 연구용역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서 관련한 발전적 정책방향을 수립한다. 
14) 융복합연구의 결과물을 시장화하는 마케팅과 산업화하는 융복합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한다. 
15) 융복합연구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체제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마련해서 정책의 개선방향을 지속적으로 도모한다. 

이와 같은 제언들이 충분히 검토됨으로써, 향후 과학/예술의 융복합에 관한 발전적 정책방안 뿐 아니라 발전적인 후속 연구들이 전개되길 기대한다. ●

출전/
김성호,「융복합예술 연구의 남겨진 과제들」, 『계간 예술문화비평』, 특집1 융복합예술의 현황과 전망IV -융복합예술의 이론적 준거를 위한 대토론회,  제12호 봄, 2014, pp. 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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