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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 Mix

하계훈

라는 전시는 제목만으로는 쉽게 그 성격을 알 수 없는 전시였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에서 수학한 한국 작가들과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독일작가 및 외국인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시를 하는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들 출품 작가들은 독일이라는 문화 환경과 그 속에서의 경험을 일정량만큼 공유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심사를 한곳에 집합시키는 계기로서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전시 타이틀은 Cultural Mix 또는 Organ Transplatation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장기 이식과 같은 인체 기관의 단순한 물리적인 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독일 양국간의 접촉과 반응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접변(接變)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굳이 제목을 좀 더 전시내용과 의미상통하게 할 수 있다면 한 번 쯤 고려해봤을 수도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일관된 주제나 한 줄기로 꿰뚫는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전시는 아니었으며 일종의 국제적인 동인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공통적인 무언가를 끄집어낸다면 이번에 출품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전통적인 평면이나 오브제에서 벗어나 개념적인 작품이나 설치 작품을 위주로 하며 영상과 설치, 그리고 사진 등의 매체가 주를 이루는 작품들의 전시였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우선 형식상으로 오늘의 시점에서 독일인과 이방인들의 눈을 통해 포착되는 독일의 현대미술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과 우리 현대 미술의 장에서 영미 편중의 현상을 균형 잡게 해주는 균형추의 역할을 해준다는 면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일의 현대 미술의 한 단면이 한국의 대표적이 미술에서 우리 현대미술의 맥락 속에 어떻게 좌표를 잡게 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게다가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하는 독일 미술을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출신으로서 독일을 거점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활동하였고 한 때는 뒤셀도르프에서 교수직을 맡기도 하였던 백남준에 대한 오마주의 성격도 가질 수 있는 것이어서 다른 나라들보다는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사일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전체 11명의 작가 가운데 5명은 한국 작가로서 그 가운데에는 이배경과 원성원 같이 우리 미술계에 많이 소개된 작가들이 포함되어있다. 원성원은 사진 꼴라쥬 작업을 통해 현실 공간과 상상이 그려낸 공간을 대조시키는 작업을 보여주며 이배경은 우리들이 착각 속에 자신들의 활동이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반복적인 패턴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한 인터랙티브한 설치 작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문호와 같은 작가는 이미 독일에서 중요한 전시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실재와 허구, 현실과 이미지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위하여 모형으로 제작한 실내 공간을 정밀하게 구성하고 그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였다.

함께 참여한 외국 작가들 가운데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출신 작가와 미국작가 그리고 4명의 독일 출신 작가들이 있다. 이 가운데 구동독 출신의 클라우스 멧티히는 동서독일의 차이에 대한 인식에서 세계 여러 지역의 차이와 차별에 대한 인식으로 자신의 시야를 확장하여 작품 주제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한 편 비욘 멜후스는 영상을 중심으로 정보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며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전파되는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작가들은 현대 사회에서의 개체간의 관계의 문제,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충돌과 융합의 문제, 우리 생활 주변 공간의 해석과 역사성의 문제 등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진지한 해석과 탐구를 자신들의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주제가 독일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서 관람객들은 두 나라 사이에 인간의 보편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주제가 천착되고 전달되는 방식의 닮음과 다름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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