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웹디자인, 그래픽디자인, 회화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으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다작의 작가다. 처음에는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 어느 새 본격적인 작업이 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좀 더 진지해졌다. 그리하여 문형태의 작품들이 작가를 사로잡는 문제는 삶과 죽음이라든가 창작의 시작과 완성과 같은 생명과 미학의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일상의 사소한 단상이나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소통의 문제까지 폭넓게 드러나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외로운 투쟁>, <드라이브>, <형사 가제트> 등의 제목을 가지고 전시마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주제를 설정하여 전시회를 개최해 온 작가가 이번에 <무지개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여는 전시는 그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 되는 셈이다. 이제까지 숨 가쁘게 작업을 하며 달려온 작가는 자신의 활동과 삶을 중간 정산하는 기회로 이번 전시를 선택한 듯하다. 사람들은 허공의 무지개를 향하여 희망을 노래하지만 정작 그 무지개의 뿌리가 내 집 정원의 내 발 아래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작가의 언급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관람자들에게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세와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줄 것이다.

회화 이외에도 웹디자인, 그래픽디자인과 오브제 제작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을 해오고 있는 문형태의 작업에 관해서 소위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을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작가가 작품 이외의 여러 가지 작업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팝아트의 대가로 알려진 앤디워홀도 무명 작가시절에는 작품 활동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잡지의 삽화를 그린다든지 광고 디자인을 하기도 했으며 당시 급속하게 팽창하던 LP 레코드 제작과 발맞추어 음반 재킷의 디자인을 했던 적이 있는 것처럼 문형태가 생활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음반 재킷을 디자인하거나 카페의 실내장식 일을 하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금기라고 볼 수는 없다.
문형태의 평면작업은 대담하면서도 함축적이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포착하는 자신의 개인적 사유와 경험을 작품 속에 투영하여 조형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데,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남들보다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아온 까닭이라서인지 작품 속에 함축하는 메시지가 강렬한 편이다. 어린 시절의 부모님의 사업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된 주거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기억과 친척 어른의 죽음, 이러한 환경 속에서 겪는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애증의 관계는 작가가 인생, 예술, 죽음과 같은 커다란 삶의 명제에 대하여 일찍이 폭넓은 사유를 하게 만들었다.

문형태의 이러한 사유와 정신작용의 결과는 복잡한 사유체계를 구축하는 형이상학적 표현이나 지극히 추상적인 작품으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단순화된 인물과 그들이 처한 공간의 상징성에서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작품에서는 어린아이들의 천진함처럼 보이는 도상의 이면에 감춰진 개인사의 안쓰러움을 읽어내는 공감의 정서가 요구된다.

학창시절 문형태가 북유럽의 표현주의적 경향을 보여주는 코브라(COBrA) 그룹과 장 뒤뷔페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만큼 그의 작품에서는 표현주의적 경향이나 코브라 그룹, 그리고 비슷한 시기의 피카소의 작품을 연상시켜주는 도상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러한 표현에 대해서는 찬반의 양쪽 의견과 평가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어느 의견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초월적인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한다. 형태와 색채의 완전한 자유를 선언하고 초현실주의적 경향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며 표현의 자발성과 실험성을 옹호하면서 자유롭게 활동했던 코브라 그룹은 어린 아이들의 그림이나 폴 클레, 호앙 미로 등의 작품에서 영감과 창작의 동력을 얻었는데 문형태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표현 요소들이 이러한 작품들의 속성과 많은 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문형태는 색채를 잘 다룰 줄 아는 작가다. 이 점 역시 그가 좋아했던 코브라 작가들의 특징과 일맥상통 하며 색채의 반추상적인 사용과 형태의 의도적인 왜곡, 격렬한 붓놀림을 읽어낼 수 있는 화면 등도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화면 안에서 형태를 대담하게 왜곡시키고 화면의 곳곳에 은유적인 도상을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것도 문형태의 작품의 특징이다.

문형태는 다른 작가들에 비하여 작품 이외에 자신의 작품이나 신변의 문제와 관련된 글을 통해서 자신의 작업배경과 예술에 대한 관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가 피력하는 예술관은 자신의 작품과 예술관을 규정하기보다는 수사적인 모호함과 판단유보를 통해 결론을 회피하는 방어기제의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문형태는 창작행위와 관련하여 “목적이 없는 자는 슬럼프를 겪지 않으며 기대가 없는 자는 고통을 이겨낸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그저 자신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적지라고 말함으로써 작가로서 관람객으로부터 칭찬받으며 그로 인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창작의 단초와 독서나 음악 감상을 통해 촉발되는 창작에 대한 충동을 평면과 오브제 등으로 왕성하게 표현해가는 문형태에게 예술은 끊임없는 도전이며 때로는 소외감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못된 질병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병을 앓고 나서 면역성이 생기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옳은 길을 찾듯이 감성적 반응의 촉수가 살아있고, 그것이 부지런하게 작동하여 왕성한 창작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한 문형태는 건강하고 진솔하며, 그럼으로써 독창적인 작품을 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