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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하계훈

40개국에서 190여 명의 작가가 참가한 가운데 부산비엔날레가 지난 9월 6일 막을 올렸다. 이 행사가 지금처럼 부산비엔날레라는 이름을 걸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이고 그 이듬해인 2002년에 첫 비엔날레를 시작했으니 굳이 이번 행사의 회수를 꼽아보자면 제 4회 부산비엔날레인 셈인 것이다.

원래 부산에서는 1981년부터 부산청년비엔날레라는 행사가 2년마다 개최되어 왔었고 4회째인 1987년에는 다시 바다미술제라는 행사가 해마다 부산청년비엔날레와 별도로 개최되기 시작하였다. 이 두 행사는 청년비엔날레가 다섯 번째 행사 개최를 한 해 늦춘 1990년에 제 4회 바다미술제와 함께 열리게 되었으며 이듬해인 1991년에는 다시 부산야외조각대전이라는 제 3의 행사가 조직되게 되었다. 따라서 이때부터 부산에서는 청년비엔날레, 바다미술제, 야외조각대전이라는 세 개의 미술행사가 개최 주기에 따라 함께 또는 별도로 개최되면서 부산의 문화예술 지형을 형성해 나아갔다.

부산비엔날레가 이러한 세 가지 행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형식으로 이행하게 되는 계기는 1998년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는 시점으로부터 이루어진다. 1998년에 앞에서 언급한 세 개의 행사는 <98부산국제아트페스티발(PICAF)>이라는 행사로 융합되어 새천년의 빛 - 동방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부산시립미술관을 중심 행사장으로 삼아 해운대해수욕장과 아시아드조각광장 등에서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이듬해에 (사)부산국제아트페스티발조직위원회를 설립하고, 2000년에 두 번째 부산국제아트페스티발을 개최한 뒤 2001년에 이 조직이 정기총회에서 행사의 이름을 지금처럼 부산비엔날레로 바꾸게 된다. 이러한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2002년에 드디어 오늘날과 같은 부산비엔날레가 첫 번째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렇게 진행되어 오는 동안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시립미술관을 중심 행사장으로 삼아 해운대 해수욕장과 아시아드 조각광장, 을숙도 조각공원 등에서 행사의 외형을 키우며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뿐 아니라 부산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비엔날레 주최측의 자체 보고서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처럼 단순한 시각예술 행사에서 벗어나 축제적 요소까지 가미된 국제적 행사로서의 진화에 이르는 데에는 성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재정의 시기적절한 확보문제, 비엔날레 전시감독과 사무국이나 부산시의 긴밀한 협조부족, 외부에서 유입된 비엔날레 관련 전문 인력과 부산지역의 예술가 단체와의 불협화음 등으로 지금까지 크고 작은 마찰음을 빚어온 것도 사실이다.

문화기반시설이나 전문인력 등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지방 문화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행사 초기에는 전문인력이 외부에서 유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에 따라 지역의 예술인들의 소외감과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한 지역에서 개최하는 국제적 행사는 지역의 행사이면서 동시에 국제적 성격을 띠므로 전적으로 지역성만을 강조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지역의 인력이 장기적으로 육성되어 비엔날레와 같은 행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며 당장의 행사 진행보다는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부산시나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2002년부터 행사 진행 후 격년으로 발행된 결과보고서에서는 앵무새처럼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 관람객 유치와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부진 등에 대하여 똑같은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으나 이렇게 지적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2004년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우리나라 큐레이터들로만 행사를 치르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해외의 유명 비엔날레들이 이름 높은 전시감독이나 큐레이터를 영입하여 홍보효과를 보긴 하였지만 이에 따르는 비용과 지역의 반발 등을 감수해야 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된 국내 인력 중심의 기획은 장기적으로는 중앙과 지방정부 및 각 예술단체 등의 지원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06년에 개최된 제 3회 부산비엔날레의 경우 본 전시인 현대미술제와 바다미술제가 개막하기 직전에 특별전 성격으로 개최된 부산조각 프로젝트가 막을 내림으로써 행사의 상승효과가 떨어진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이제까지 별도로 개최하던 부산조각프로젝트를 현대미술전 및 바다미술제와 동시에 개최하여 행사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으로 진행되었다. 같은 시기에 광주에서 개최된 광주비엔날레와 어쩔 수 없이 비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의 주요 4대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부산비엔날레는 해운대라는 관광자원과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자매 문화행사를 문화마케팅의 전략적 도구로 삼고 있는데 비록 비엔날레로서의 출발은 늦었지만 광주비엔날레와 비교할 때 부산비엔날레가 가지고 있는 문화관광 측면에서의 기반은 광주나 다른 지방 도시들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실시한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르면 유료 입장객이 12만여 명으로 전체 입장객 124만 명의 10%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외국 유수의 비엔날레에서 무료입장객의 숫자가 절반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입장객 수의 집계는 아마도 산술적 평가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무료입장객 수를 과다하게 계산한 듯하고,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통계는 유료입장객 수를 기준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같은 평가서 가운데 다른 부분에서는 전체 입장객 수를 140만여 명으로 기록하고 있어서 보고서 자체에서도 계수상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같은 행사에서 외국인 관람객은 4만 여명으로 집계되었다. 관람객 가운데 외국인 관람객의 수를 별도로 계산한 점도 특이하지만 과연 어떤 방법으로 외국인을 구분해냈는지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입장객 가운데 외국인을 외모상으로 구분하였다면 중국이나 일본인 등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었는가라는 의문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근본적으로 외국인 관람객 수를 별도로 계산하는 발상 자체가 국제행사 주최자로서 행사의 국제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점인 것 같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같은 보고서에서 관람객의 만족도가 2000년의 첫 비엔날레부터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며 독일 뮌스터의 조각프로젝트처럼 행사가 종료되고 나서 부산 시내에 일부 작품들이 영구적으로 설치되어 점진적으로 도시 환경을 문화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은 우리나라에서 부산비엔날레와 함께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나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서 참고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엔날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베니스비엔날레의 경우에는 전체 예산의 40% 정도를 자체 수입으로 달성하고 있다. 물론 나머지 60%가 국가지원과 기업협찬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비엔날레 행사 자체 수입이 전체 비용의 40%를 차지한다면 베니스 비엔날레를 관람하러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람객들이 숙박비와 음식료 및 문화비로 지출하는 비용을 추산해 볼 때 베니스 비엔날레는 주최측이나 베니스 시 입장에서 별로 손해나는 장사가 아닐 것이다.

이에 비하여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형 비엔날레들은 어떨까? 무엇보다도 예산에 대한 사업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추측에 의한 계산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베니스비엔날레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비엔날레들의 재정자립도는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베니스처럼 개최도시가 풍부한 관광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므로 결국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비엔날레들은 고비용과 비효율을 무릅쓰고 행사개최를 거듭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물론 비엔날레 행사가 재정적인 측면에서의 수지에 따라 평가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면 심각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행사를 개최하여야 한다는 명분이 뚜렷하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흔히 문화적 행사에서 제시하는 명분으로는 추상적인 ‘예술성’이나 관람객들의 문화적 감수성의 향상, 그리고 부수적으로 개최도시의 홍보효과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게 이루어지기도 힘들고 이제까지 이러한 관점에서 제대로 된 신뢰할 만한 평가지표를 개발하거나 평가를 실시한 적도 거의 없었다. 2004년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측이 부산비엔날레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자체 조사한 적이 있는데 생산유발계수니 생산유발효과니 하는 전문적인 용어를 동원하여 내놓은 숫자가 340여 억 원이라니 누가 그 조사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2008 부산비엔날레의 개최 당위성은 예술성과 문화예술적 담론 형성 기여도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행사를 표방하는 만큼 국제적 이슈가 될 미술에서의 담론을 생산하고 이를 지역과 세계의 예술가와 큐레이터, 이론가들과 공유하여야 한다. 또한 국제적 행사의 지역적 호응이 배제된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기간 동안 본전시 이외에 부산시청과 부산문화회관에서 각각 미술은 살아있다 전시회와 `미술은 지금이다 전시회를 개최하여 비엔날레 행사에 소외감을 느낄지도 모르는 작가들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본전시에 해당하는 현대미술전의 낭비-이미 항상 지나치기 때문에라는 주제나 비(非) 시간성의 항해를 테마로 개최되는 바다미술제와 전위적 정원을 주제로 조각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전인 부산조각프로젝트는 각각의 감독의 구상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되었으므로 주제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찾기는 어렵다. 지역과 국제무대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의 발굴은 비엔날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출품작의 경우 관람객이 납득할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 출품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일부 작품에서는 주제와의 관련성이나 심지어 작품의 수준까지 재고해보고싶은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관람객의 관점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도 있으며 작가 선정은 전시 감독과 큐레이터의 고유의 권한이므로 그들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부산비엔날레는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나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상하이 비엔날레와 싱가포르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등과 동일한 선상에서 국내외의 관람객들로부터 선택과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주최측에서 지향하는 아시아의 주요 4대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반복해서 지적되어 온 전문인력, 재정의 안정,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등의 과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고 부산비엔날레만이 특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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