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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에서의 드로잉의 재인식

하계훈

이번에 개최된 <한국 드로잉 100년전>은 소마미술관이 그동안 <잘긋기>, <막긋기> 등의 제하에서 꾸준하게 신진과 중진 작가들의 드로잉전을 기획해온 연장선상에서 한국미술사에서의 드로잉 분야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본다는 의미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드로잉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술관으로서의 소마미술관의 성격을 굳히는 데에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미술관이 미술 장르 가운데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작품을 수집, 보존하고 연구와 전시를 실시하는 것은 적지 않은 수의 미술관들이 중복된 작품으로 차별성이 별로 없는 그만그만한 전시를 복제 증식시키는 미술관 문화에서 차별된 주목을 받을 수 있으며 전시기획의 가치 평가 이전에 그 지향점 자체로서 가치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소마미술관은 지금의 건물이 개관한 지는 4년여, 미술관 등록 시점으로 보면 10년, 그리고 이번 전시가 표방하는 것처럼 올림픽 개최를 기념한다면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야외조각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일종의 미술관으로 출발한 지 20년이 된다. 그동안 미술관으로서의 활동이 얼마나 활발하였는지, 미술관의 고유 활동을 위한 조직과 업무절차가 잘 갖추어졌는지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얼마 전부터 MI(미술관통합이미지)를 개선하고 드로잉 전용 미술관으로 그 정체성을 확립한 것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개 층 6개의 전시장에 5개의 테마로 1870년에서 1970년까지 100년 동안 한국미술사에서 크고 작은 족적을 남긴 작고 및 생존 작가 50인의 작품 250점이 전시된 이번 전시는 일단 규모에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제 1 전시장 입구 진열장 속에 전시된 구본웅의 작품 제작 모습을 보여주는 작자미상의 드로잉이나 그가 사용하던 가방은 전시의 진입부에서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좋은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제 1 전시실의 <개혁과 변용>이라는 주제로 보여주는 구본웅과 이인성의 드로잉 등은 작품으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우리 미술사의 자료로서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 밖에도 제 3 전시실에서 보여주는 전쟁관련 주제의 작품들, 제 5, 6 전시실의 전후 실험 드로잉 등도 주목할 만하다.
드로잉은 흔히 유화나 수채와를 제작하기 위한 밑그림으로서 본격적인 작품 제작을 준비하면서 예비적으로 그려본 그림이거나 조각 작품 제작을 위한 아이디어를 전개해보는 사전계획의 메모라고 인식되고 있다. 드로잉의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 수용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유영국과 곽인식 등의 실험적인 작품들로까지 드로잉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풍부한 작품을 관람객에게 제공해 줄 수 있었던 점도 이번 전시의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다.

그 자체로서 완성된 작품이가보다는 예술적 개념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의 산물정도로 인식되었고 밑그림, 데생, 또는 스케치 등의 이름으로도 불려왔지만 현대에 와서 드로잉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빈센트 반 고흐의 경우에는 전시나 카탈로그 제작에 있어서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미술의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중요한 작품이자 증거로서 드로잉이 동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드로잉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기계적 추상이나 복합매체를 통한 영상과 사진 작업 등에 비하여 손의 노동을 통한 그린다는 행위가 다시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에 소마미술관이 기획한 <한국 드로잉 100년>전은 제 4 전시실에서 보여주는 전통적인 불교화의 드로잉에서부터 조선시대 후기의 초상화와 유럽의 아카데미 형식의 데생까지 다양한 한국 드로잉의 역사적 맥락을 정비해보고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서사의 설정을 목표로 한 도전이라는 거창한 포부의 기획의도를 담고 있다. 1870년에서 1970년까지 100년간의 한국 드로잉의 전개 양상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새삼 드로잉의 미술사적 의미와 작품으로서의 가치 등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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