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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전문적인 큐레이터를 양성하기 위하여

하계훈



작년에 호주의 한 국립미술관에 날벼락이 떨어졌었다. 실제 벼락이 아니라 그와 같은 충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야기인즉슨 미술관에서 오랫동안 진품으로 여기며 소장해왔던 반 고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위작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립미술관 측은 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에 대한 체면 손상은 물론이고 이 결과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수 백 억 또는 수 천 억원의 가치를 상실한 셈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작의 문제는 종종 일어난다. 몇 해 전에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 진위 논쟁에 휩싸였었고 얼마 전 이중섭 작품의 위작 파문이 일어났었으며 최근에는 경매에서 45억원이라는 고가로 낙찰된 박수근의 작품이 진작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스런 점은 이러한 논란의 중심부에서 천경자의 작품을 대량으로 소장하고 상설전시를 하는 미술관이나 박수근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의 전문 학예인력의 역할을 별로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호주 국립미술관의 경우 반 고흐 작품의 위작 판정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국립 반 고흐 미술관의 학예실 인력들이 중심이 되어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고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호주 미술계나 국립미술관 측은 커다란 반론 없이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한 반 고흐 미술관 학예연구 인력들의 연구업적과 전문성에 대한 권위가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학예인력이 자신이 근무하는 미술관에 소장된 미술품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작품의 학문적 가치 문제나 진위 문제가 발생하면 그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존중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위작 시비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국공립미술관은 물론이고 사립미술관에서도 해당 미술관의 소장품에 관한 가치 평가 문제나 진위 문제가 발생하면 그 미술관의 학예인력들은 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일수 있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우리나라의 사립미술관들은 물론이고 국공립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며 미술관에서 일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를 뽑을 때 대부분의 경우 그 자격을 두루뭉술하게 미술관련 학과 전공자로 규정한다. 그나마 소규모 사립미술관의 경우에는 설립자 본인이나 주변의 인물들이 중요 직책을 맡고 있으므로 큐레이터는 말뿐이고 그저 관장의 말을 잘 듣고 심부름이나 하는 정도의 사람을 뽑는 경우도 있다. 공공미술관의 경우에도 해당 인물의 전공에 관한 연구업적이나 성과, 해당 미술관의 소장품과 관련된 연관성이나 미래의 기여 가능성 등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하고 미술사나 미학 전공자 가운데서 적당히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되니까 자기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심층적인 분석이나 진위문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정작 내부의 큐레이터가 할 역할이 별로 없고 논의의 중심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 반 고흐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역할 사례에서 본 것처럼 국제적인 권위를 가질 정도로 자기 미술관의 소장품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큐레이터가 채용되고 양성되는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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