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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명 전

하계훈

2005년 이후 홍순명의 작업들 가운데 평면 회화작업을 보여주는 전은 작가가 지난 20년간 한국과 프랑스 유학생활을 통해 탐색해 온 인간과 자연, 우주 등에 존재하는 시각적 표현 대상을 두루 섭렵한 결과를 중간 결산하는 의미를 지닌다. 회화라는 장르는 긴 역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고민하고 탐닉해 온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스스로가 말하고 있듯이 여전히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크게 풍경화와 인물화, 그리고 관광엽서 형태의 소품을 집합적으로 배열한 작품군으로 나뉜다. 작가는 신문이나 잡지 등에 등장한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에 바탕을 두고 기호화된 사진 이미지들을 다시 차용하여 그 이미지의 일부를 회화로 재현하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중심보다 주변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선택한다. 광활한 자연의 한 부분을 담아 놓고 그 안에서 구도와 완성을 이야기하는 것의 한계를 말하고 있는 작가의 풍경화에 대한 태도도 솔직하고 겸손하다. 작가가 크고 작은 화면에서 부분과 맥락을 염두에 두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인(Celebrity)>이라는 제목의 인물연작에서는 보도사진 속에서 채집된 익명의 인물들이 작가의 손을 통해 재편집되고 묘사됨으로써 관람객의 주목을 받는 <유명인>으로 다시 탄생하며, 각각의 인물들은 보도된 사건의 맥락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 안에서 인간의 공포와 저항, 적대감과 두려움, 슬픔과 기쁨 등을 종합 세트처럼 구성해낸다.
작가가 대상의 르네상스적 재현이나 서사적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는 회화의 전통적 기능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미학적 표현과 다른 차원의 상징과 은유를 진부한 것으로 보는 태도는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고 청색과 적색 계열의 흑백에 가까운 단색 톤을 중심으로 표현된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중심보다 주변에서 의미를 찾고 여백에서 실재를 구하는 작가의 태도는 포스트모던 미술의 전형적인 태도일 수도 있고 어느 평론가의 지적처럼 원초적 욕망과 불안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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