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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주전

하계훈

전범주전 | 2005.11.2- 11.8 인사아트센터

예술작품에 담을 수 있는 메시지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문제는 그 무엇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정치나 종교, 혹은 인종의 문제 등이 결합하면 그 메시지의 선명성과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증폭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가 미술이라는 장르에서 시각적으로 유효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기교적으로나 소통의 보편성에 있어서 타인과 구별되는 강점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범주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석주문화재단의 장학사업 수혜자로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계속하는 동안 뉴욕이라는 국제도시를 해부하여 그 사회에서 정치적, 문화적 차별과 소외를 당하며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의 눈에 비친 뉴욕사회는 9.11로 통칭되는 이슬람사회와 유태인과 앵글로색슨을 중심으로 하는 백인사회간의 충격적인 충돌 이후 자국민의 권익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촉각을 곤두세우는 거대 권력이 이방인과 처음으로 조우하는 관문으로서의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다.




그러한 도시에서는 지금 외국인에게 지문날인을 강요하고 사적 정보의 월권적 사용이 국가안보라는 거역하기 어려운 미명아래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을 전범주는 30장의 커다란 투명 비닐에 사람의 지문을 확대인쇄하고 그것들을 허공에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반복된 조형의 효과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숨기고 싶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쩔 수 없이 노출해야 하는 투명 비닐과 같은 상황과 마치 나다니엘 호돈의 주홍글씨에서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프로테스탄트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고발당하여 가슴에 간통(Adultery)이라는 글씨를 달고 있는 것처럼 커다란 지문을 달고 미국사회를 방문하는 심정이어야 하는 이방인들은 미국인들의 눈에 잠재적인 테레리스트이며 요주의 인물들인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하여 국제조각센터의 우수학생 선발전 수상자로 선발되었다.

이밖에도 전범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 미국사회에서 소수자로서의 흑인 여성이 최초로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등교하는 날 주위의 백인들로부터 노골적인 야유를 받는 장면을 재연하는 비디오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인간의 손과 발, 그리고 가슴 등의 피부를 연결하여 세계지도를 만들어서 일관되게 거대하고 독선적인 권력의 부조리한 만행을 인간의 보편적 상식과 도덕성, 그리고 예술적 감성으로 고발하고 있다.

- 월간미술 20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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