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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문전

하계훈

보통의 작가들과는 조금 다르게 은둔과 격리의 상태에서 생활하며 창작활동을 하는 남궁문의 이번 전시는 한마디로 흥미롭고, 그 흥미는 작가가 보여주는(혹은 말해주는) 사생활의 꾸밈없는 자연스러움과 (‘제멋대로’라고도 표현되는) 사고의 자유로움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거창한 미학적 명제의 선언도 없이 생활 주변의 일상에 대한 관찰과 거기서 떠오르는 생각을 솔직하게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작가의 나이나 경력에 비해 창작발표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탓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가의 이름은 비교적 낯설다. 그러나 전시장을 들어서서 작품을 만나기 시작하면 작가의 사생활과 그의 환경, 생각 등에 대한 정보가 솔직하게 관람자들에게 제공되면서 쉽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주로 평면작업을 해 온 작가의 작품화면 안에서 우리는 눕거나 앉아거나 서있는 인물과 그의 실루엣을 자주 보게 되며 눈치가 에지간이 느리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인물이 곧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물들은 구체적인 표정의 표현이 생략되고 주로 방안이나 부자연스럽게 한적한 곳에 자리함으로써 ‘외출금지’라는 이번 전시회의 부제처럼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포기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주변의 친구나 친지들과의 나눔도 극소화한 채 꼬박꼬박 일기를 쓰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유지하는 작가의 생활태도가 그의 작품에 어떠한 영감을 제공할지는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작가의 독백을 엿듣는 듯한 묘한 쾌감을 주기도 하며 작가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게 만들기도 한다.
작품들을 자세히 보면 작가는 이러한 운둔과 단절 속에서도 외부에 대한 관조적인 관심과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안 및 짜증을 드러내는 형식으로 소통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은연중에 표현하고 있다. 작품 이외에 글을 통해서도 작가는 괴테의 말을 응용하여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세계와의 소통의 희망도 감추지 않고 있다.
<작가가 미술대학 재학중이었던 1976년의 작품에서부터 최근작까지 무려 30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작품들이 선보인 이번 전시회는 마치 작가의 회고전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작가는 양식적으로는 야수파,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등의 속성을 드러내는 작품 변천괴정을 보여주면서 최근의 작품들에까지 도달하고 있지만 주제 면에 있어서는 언제나 자신의 생활 주변을 멀리 떠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월간미술 200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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