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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3인 3색의 표본실

하계훈

현대미술 3인 3색의 표본실


박미나, 정수진, 스티븐 곤타스키 2004. 6.30- 7.21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는 국내외의 유망 작가를 세 명씩 묶어 전시하는 형식을 몇 차례 진행하고 있다. 세 명의 작가를 선정한 것은 아직 각 작가들이 독자적으로 국제 갤러리의 1, 2층 공간 전체를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세 명의 작가가 한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작품들 간에 상호 촉진작용을 일으킨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에 전시된 세 명의 작가인 정수진, 박미나, 스티븐 곤타스키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작가의 환경적인 면에서는 세 사람 모두 작가로서 활동하기 위한 학습과정에서 미국, 영국 등에서 국외의 문화환경을 경험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고, 30대 초반 무렵의 나이라는 표피적인 유사성을 들 수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요소만으로는 작품들 간의 보다 긴밀한 공통점을 설명하기 힘들다. 결국 각자의 작업 태도에 있어서 회화와 조각이라는 조형예술의 기본적인 형식을 바탕으로 사회현상과 개인의 의식세계 및 상상력을 표현한다든지, 아니면 예술의 역사에서 제시되어 온 미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 등이 각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진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그들의 공통점일 수 있다.
정수진의 경우 유화기법을 이용한 인물묘사를 기본으로 한 작품화면 안에 많은 사물들이 등장한다. 화면속의 편지 봉투나 두루마리 화장지, 우유팩 등에서는 작가의 사생활의 단편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줄지어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돌고래들이나 허공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열된 호두 등은 상징적 함의와 작가의 상상력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러한 인물과 사물의 묘사가 비교적 사실적인 것에 비하여 그녀의 화면에 드러나는 배경은 장소성이나 공간감이 배제된 단색의 색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결과적으로 화면 안에 구체적 형상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화면 전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다수의 인물과 사물이 등장하는 화면 속에서도 이들은 제 무게를 가지고 바닥에 굳게 자리잡고 있기보다는 공중에 부양하는 듯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각 개체간의 연관성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를 발견해내기도 쉽지 않다. 각각의 인물과 사물들은 다시 전체 화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화면 안의 개별적 이미지들은 작가의 의식이 만들어내는 기호가 되어 우리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여 해석하기 어려운 초현실주의적이며 환상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정수진의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박미나의 작품은 지극히 절제되어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사생활이나 자신의 의식을 엿보거나 양측이 경험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이러한 것을 의도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대상을 분석하고 개념화를 통해 재구성하여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마치 색채학자들의 연구처럼 사물을 일정한 색의 가치로 치환하여 그로부터 일정한 크기와 굵기를 가진 색띠로 다시 탄생시키며 수직과 수평의 색띠로 변환된 사물들은 물성을 거세당한 기호 이미지 혹은 바코드처럼 제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미나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페인팅이라는 회화의 기본적인 기법을 고수하고 있으며 색채의 표현성에 대하여 충실하게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도입되는 공간에 대하여, 캔버스 화면의 크기에 대하여, 그리고 단일한 색채의 두께와 값에 대하여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를 재구성하여 새롭게 시각적 규칙을 세우려는 태도는 회화창작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구성한다.





스티븐 곤타스키의 경우는 이번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로서 그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작품을 통하여 볼 때 앞의 두 작가가 평면 작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곤타스키는 드로잉, 사진, 입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인체를 연구해오고 있다. 어떠한 표현 매체를 사용하는 경우에라도 작가는 한편으로 고전적인 규범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동시에 이러한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드로잉에서는 아카데미적인 드로잉에 은색 마커로 배경을 메움으로써 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인체조각에서는 받침대를 이용하는 고전적인 전시방법과 고전시대나 르네상스 시대를 연상시키는 흉상과 전신상을 표현하면서도 인체의 일부를 관통시키며 고광택이 나는 공업용 도료를 표면에 적용함으로써 키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상업화랑의 전시답게 그 기획의도를 현실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기획자는 이를 애써 미화하려 하지 않고 있다. 기획자의 말을 따르자면 이번 전시는 30대 작가들 가운데 시각적, 개념적 탐구를 깊이있게 보여줌으로써 화랑의 입장에서 유망한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기회가 되면서 동시에 판매 전략상의 확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말하자면 이번에 작품들을 선정하는 데에는 관람객들에게 미학적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성과 함께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상품성이 동시에 고려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월간미술 2004년 8월호
사진제공 / 월간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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