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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신전, 미술관 · 박물관

하계훈


유럽 대륙은 여름 휴가철을 맞으면 인구의 대이동이 전개된다. 우선 유럽 사람들 사이에서 북쪽 사람은 남쪽으로, 반대로 남쪽 사람들은 북쪽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런던이나 암스테르담에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로마나 바로셀로나에서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 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북미 대륙이나 아시아 그리고 동유럽이나 남미 등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한데 어울리면서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들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국적과 인종이 뒤섞인 비빔밥이 된다.

이렇게 서로 상대방의 나라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 지역의 풍속이나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갖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박물관과 미술관은 호기심에 찬 방문객들로 붐비게 되고 이 거대한 인구 이동현상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대표적인 문화산업의 현장으로 만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루브르?대영?바티칸 박물관 등은 연간 500만 명이 넘게 관람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니 이 숫자를 날짜로, 다시 시간으로 나누어 보면 거의 2초당 한명 꼴로 관람객들이 박물관 문턱을 넘는 셈이 된다.


그곳에 가면 그림이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이 기관들은 관광산업의 목적으로 설립된 것은 아니었다. 뮤지엄(Museum)이라는 말은 그리스 신화 속의 문예의 여신인 뮤즈(Muse)신을 섬기는 신전인 뮤제이언(Museion)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박물관과 미술관은 원래 종교적 성격을 가진 기관으로 시작되었다. 신에게 바치는 신기한 물건과 아름다운 예술품들이 한 곳에 모아지면서 이 물건들을 펼쳐 진열하고 경배자들이 신비와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던 것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박물관?미술관의 역사는 지중해 중심의 서양 고대문화가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그 중심을 유럽 내륙으로, 그리고 대서양 연안으로 옮겨가는 동안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네덜란드?영국?독일, 그리고 러시아까지 퍼져나가 오늘날 유럽의 대부분의 도시에는 그럴듯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보란 듯이 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고서 내국인들의 역사와 문화교육은 물론 관광객을 상대로 한 국위선양과 문화관광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박물관 개념의 시작

서양에서 근대적 의미에서 처음 탄생된 박물관은 영국 옥스퍼드의 애쉬몰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박물관은 소장품 기증자 애쉬몰이 옥스퍼드 대학 측에 자신이 평생 모아 온 소장품을 기증함으로써 개관되었다. 하지만 이 박물관은 대학의 교수나 학생들의 연구와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불완전한 개방형식으로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최초의 근대적이고 민주적인 박물관의 출발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야기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루브르는 루이 14세가 왕위에 오른 뒤 거처를 파리 근교의 베르사이유로 옮기기 전까지 수백 년 동안 궁전으로 이용되어 왔다. 왕의 거처로서의 기능이 사라지자 루브르는 점차 왕실 소장의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다가 루이 16세 때 시민 혁명이 일어나 시민군이 집권하면서 왕실의 귀중품과 예술품을 압수하고 여기에다 몰수한 귀족과 승려 계급의 소장품들을 더하여 시민들에게 자유롭게 공개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박물관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유럽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이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게된 것은 산업혁명과 만국박람회와 같은 경제?사회적 현상과도 관련되어 있다. 산업혁명에 의해 사회적 부가 축적되고 노동자 계급의 여가 시간이 증대된 점이나 산업 기술의 국제적 경쟁의 장이었던 만국박람회 개최에 뒤따르는 전시시설 설립 등이 오늘날 명성을 누리는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설립?운영과 연관이 있다. 현재 박물관과 미술관에 기증되거나 매입된 많은 소장품들은 산업혁명의 혜택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자본 계층이나 귀족 계층의 예술품 수집 취미와 지적 호기심의 산물이다.


각국 중요 미술관 · 박물관

유럽의 대표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을 짧은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한 번에 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이 기간 동안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제대로 관람하기 어렵거나,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짧은 체류기간 동안에 입장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제한된 여건 아래에서도 보다 효과적으로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정보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 할 필요가 없다.
우선 영국을 살펴보면, 중요한 박물관과 미술관은 런던을 비롯한 몇몇 도시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에딘버러와 글라스고우, 웨일즈의 경우 카디프에서 몇몇 시립 또는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밖의 대부분의 중요한 박물관·미술관은 런던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런던에서는 대영박물관, 테이트모던, 테이트브리튼과 내셔널갤러리 등을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공예나 조각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을 찾아 가보길 권한다. 그리고 이 근처에는 과학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도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대영박물관에는 엘긴 마블과 이집트 미이라 등으로 유명하다. 테이트 브리튼 안에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클로아 갤러리가 있다.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테이트는 런던에 두 개의 미술관을 가지고 있으며, 잉글랜드 중부의 리버풀과 남서부의 세인트 아이비스에 각각 하나씩 모두 4개의 미술관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영국은 전국적으로 고성이나 귀족의 저택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 가운데 일부분은 훌륭한 소장품을 갖추고 있다. 현재 영국 여왕이 거처와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버킹검 궁전의 일부분도 여름철에는 왕실 소장품을 보여주는 전시장으로 공개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 시립 미술관, 국립 반 고흐 미술관 등이 유명하다. 헤이그·델프트 등의 도시에도 몇몇 중요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국립미술관에서는 렘브란트의 〈야경〉〈유태인 신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반 고흐 미술관에는 반 고흐와 그의 주변 화가들의 작품이 풍부하게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반 고흐 연구자에게는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벨기에 브뤼셀에는 왕립 미술관이 있으며 이곳뿐 아니라 앤트워프 등에서도 벨기에 출신의 화가 루벤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통일 국가의 탄생이 비교적 늦은 관계로 다른 나라보다 문화시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 통일 독일의 수도로 자리 잡고 있는 베를린의 박물관 섬에 모여 있는 다섯 개의 박물관들이나 프랑크푸르트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다. 뮌헨의 알테피나코텍과 노이네 피나코텍도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 서독의 수도였던 본에도 훌륭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이 있지만, 본이 수도의 기능을 상실한 후에도 예전처럼 관광객을 맞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파리에 국제적인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많기도 하지만 지방마다 비중 있는 미술관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잘 알려진 대로 파리에는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이미술관, 그리고 퐁피두센터 안에 있는 국립 현대미술관 등이 있으며, 이밖에도 국립 로댕박물관, 피카소 박물관, 그랑 팔레와 프티 팔레, 그리고 얼마 전 개관한 팔레 드 도쿄와 쥬드 폼므 미술관 등의 국립 기관이 있다. 카르티에 재단에서 운영하는 몽파르나스 근처의 전시장 등 또한 위의 전시장들과 함께 프랑스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파리의 동양미술 전시장으로는 주불 한국문화원 근처에 있는 기메박물관을 들 수 있으며, 미술관이 아닌 전시장으로는 라빌레트에 있는 과학관을 들 수 있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리옹·마르세이유·니스 등에서도 좋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발견할 수 있다. 니스에는 20세기 서양 미술사에 등장하는 거물급 작가들인 샤갈과 마티스의 미술관이 있다. 따라서 이 근처에 위치한 반 고흐가 머물던 아를르, 세잔의 고향 엑상 프로방스 등에서 이들 거장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는 프라도 미술관과 스페인 왕비 레니아 소피아의 이름을 딴 미술관등이 있는데 이 곳에는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가 소장되어 있다. 프라도 미술관 정문 입구에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즈의 동상이 서있으며, 전시장 안에는 벨라스케즈 이외에 엘 그레코·고야 등 스페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의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북서부 해안 도시 빌바오는 1997년에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로 유명한 알타미라 동굴이 있는데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약 1년 전에 미리 예약을 하여 방문 날짜를 받아야만 한다. 바로셀로나에는 현대미술관과 호앙 미로 미술관 등이 있으며 거리 곳곳에서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아직까지 미완성으로 진행 중인 그의 성당 건축물도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넘어간다면 건축가 르코르뷔제가 지은 롱샹 교회나 바젤의 장 팅켈리 미술관, 그리고 루체른 교통박물관과 빈사의 사자상을 방문할 수 있다. 밀라노에서는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는 산타 마리아 델 그라치에 수도원이나 밀라노 성당도 잊지 말자. 베니스의 구겐하임 미술관, 피렌체의 우피치와 피티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우피치의 경우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바로 입장하기 어렵다. 르네상스의 거장 가운데 하나인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감상할 수 있는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지만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든다.
이제까지 서유럽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열거한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은 각 기관마다 소장품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하루 이상 체류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그 소장품의 질과 규모가 엄청나다. 게다가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들도 수없이 많고 각 박물관마다 특색을 갖추고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따라서 한번에 모든 곳을 방문하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짜기보다는 일정한 주제를 설정하고 지역을 분할하여 몇 차례에 걸쳐 유럽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답사한다면 미술사와 역사의 살아있는 체험이 될 것이다.

- 출처 / <코리아 아트> 2002.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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