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퍼포먼스(行爲藝術)의 확장과 소통

윤진섭

아시아의 퍼포먼스는 이제 재도약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각국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지속해 온 아시아의 퍼포머들은 이제 ‘확장과 소통’이란 화두를 안고 상호간의 긴밀한 인적 교류와 정보의 교환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시대의 소명이다. 인터넷이 중요한 통신매체로 등장한 이래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facebook’이나 ‘twitter와 같은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ing service)은 개인은 물론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나누는 집단들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흔히 '아날로그 패러다임에서 디지털 패러다임으로의 변천(paradigm shift from the analogue to the digital)'이라고 부른다. 퍼포먼스도 이제 이처럼 중대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여 기존의 개념을 벗어나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이동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글쓰기 행위를 페이스북 퍼포먼스로 부르고자 한다(I would like to call writing activities of mine on facebook Facebook Performance(FP)”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는 확장된 퍼포먼스의 미래지향적 개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예술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이 인간적 소통에 있는 것처럼 퍼포먼스 또한 소통을 전제로 한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진정한 퍼포먼스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나의 퍼포먼스가 언어나 신체와 같은 매체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세계에 대한 이해라든가 예술을 통한 인류애의 구현과 같은 숭고한 이상의 성취에 기여하길 바란다. 예술이 지닌 가치는 예술가가 예술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 됐든 간에 이러한 예술의 궁극적 목적에 이바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예술이 상업주의로부터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는 퍼포먼스의 근본 태도인 아방가르드(前衛) 정신으로 새롭게 무장하여 인간성(humanity)의 보루를 굳건히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왜 이 자리에 모여 있는가. 아시아의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퍼포머들인 우리들은 과연 오늘 이 자리에 모여 무엇을 논의하려고 하는가. Pan Asia(Performance Art Network ASIA)가 주최한 이 자리는 아시아 각국의 대표적인 활동가들이 모여 그간의 활동을 소개함과 동시에 언어와 신체를 통해 의식의 소통을 꾀하는 가운데 예술을 통한 ‘세계의 이해와 공동선의 추구’라는 지고한 이상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 연유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궁극적 이유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스 리히터(Hans Richter)가 다다(Dada) 운동을 회고하며 던졌던 질문, 즉 “우리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란 물음은 아직도 유효하다. 또한 그는 같은 글 속에서 “천하태평의 매미들로 둘러싸인 가운데서도 선견지명의 개미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썼다. 과연 우리는 천하태평의 매미가 되길 원하는가, 선견지명의 개미가 되길 원하는가.

회고해 보면 지금처럼 아시아의 많은 퍼포머들이 모여 서로 간에 의견을 나누고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이제 각자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지닌 아시아의 멤버들이 모여 아시아 퍼포먼스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나는 이 자리가 아시아 퍼포먼스의 확장과 소통을 위한 진지한 논의의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마음을 열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뜨거운 토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진지한 논의가 가칭 ‘Journal of Asian Performance Art(JAPA)’와 같은 뉴스레터의 발행과 블로그 혹은 웹 사이트와 같은 소통 매체의 구축을 통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희망하며 이를 안건으로 제안한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