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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섭 / 단순과 의인화의 조형세계

윤진섭

단순과 의인화의 조형세계


윤진섭(미술평론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한진섭의 이번 개인전은 돌조각가로서 그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전시였다. 사실 한진섭이라면 지난 30여 년 동안 오로지 돌조각에만 매진해 온 작가로 알려져 왔고, 그런 그의 기량이 이번 기회를 통해 유감없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한진섭의 이번 개인전 테마는 <동물조각>이다. 돼지를 비롯하여 강아지, 소, 고양이, 하마, 망아지 등등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우화적인 구석이 많으며, 때로 의인화되기도 한다. 동물 가족을 인간 가족에 치환시켜 이를 바라보는 인간들에게 우의적으로 말을 건다. 그것은 교훈적일 수도 있으며, 유머러스한 경우도 있다(뒷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고 있는 강아지를 보라<행복한 나들이, 대리석 96x53x100cm, 2006>). 

 인간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고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한진섭의 의도는 과연 어디에있는가. 고분을 장식한 12지신 부조상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전통적으로 동양은 인간의 나이를 열 두 간지로 구분해 왔고, 각각 거기에 해당하는 동물들을 배치했다. 소, 양, 말, 뱀, 쥐, 용, 닭 등등이 그것인데, 그 만큼 동물은 인간에게 친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동물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애정이 인간적인 관심의 후속타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짐작된다. 




 한진섭은 이번 개인전을 특별히 동물에 초점을 맞춰 그 특징을 조형적으로 표현했다. 두드러진 특징은 단순화와 의인화다. 각종 설화에 등장하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의인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작가에게 영감을 부여하는데 한 몫을 했을 것 같다. 단순화된 동물의 모습을 통하여 피폐해진 인간사회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가 이번 전시회를 동물로 국한한 연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진섭은 오랜 시간을 인간에 대한 사랑을 테마로 작업을 해 왔으며, 비록 소재는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 그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동일한 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 작가로서 그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복잡한 형상을 단순화하여 몇 개의 덩어리로 환원시키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숙련과 조형적 경험이 없으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진섭은 오랜 기간동안 갈고 닦은 숙련된 기량을 통해 이 단순화의 문제를 해결했고, 그것은 이제 그 특유의 조형언어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계간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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