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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헌 / 색채와 구성의 화음-이국적 풍경과 정물

김종근

「내가 화면에 그리는 모든 색조에서 마치 음악의 화성과도 같은 살아있는 색의 화음이 연주되어야 한다.」라고 일찍이 야수파의 화가 마티스는 희망 했다. 적어도 그림이란 평면 속에서 모든 음악처럼 색채와 구성 그것들을 바탕으로 한 모든 요소가 전체적인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인헌의 초기 회화에서 지금까지의 작업을 보면 그는 마티스가 추구한 그림속의 질서와 규율을 가장 이상적으로 추구한 작가로 보인다. 특히 그의 풍경 속에 나타난 구도와 형태, 그리고 색채를 보면 그가 얼마나 하모니에 열중 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의 회화에 테마는 대부분 풍경과 정물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테마 속에서 우리는 공통적인 하나의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절제된 색채의 아낌과 생략 된 단순성이다. 어떤 풍경이든 혹은 어떤 정물이든 그의 화면에는 흐트러짐과 산만함의 공간이 없다. 물론 초기 그의 그림에는 거칠고 일부러 화면의 단순함을 피하기 위해 스크래치와 바탕의 밑색을 표면에 노출시키려 애썼다. 그리하여 물감의 포개진 층으로 발라진 물감의 작은 터치들이 많아지고 바탕의 색들은 무채색 톤으로 일어나면서 화면은 까칠한 뉘앙스를 주고 있다.

<추억이 있는 정물> 이나 <추억이 있는 풍경>에서 그는 단순성이 가져다주는 미적 요소에 매혹 당했다. 아마도 그 가운데 프랑스의 화가인 베르나 캬틀랭이나 미쉘 앙리의 감성적이고 정적인 작품의 매력을 흥미 있게 본 것 같다. 이후 그가 택한 화면의 콤포지션과 방법은 파랑, 빨강 등의 보색 혹은 동일한 색상의 계열을 배치하면서 화면을 분할하고 ,생략하면서 나름의 공간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화면 속에는 그가 추구하는 단순성과 색채의 과정에서 그는 캬틀랭의 구성법을 영향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그는 추상적 공간으로 풀어내면서 자신의 형식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풍경은 그러한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각체험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실제 그에게는 꽃도 정물도, 풍경도 모두가 색채의 하모니를 연주하기 위해 쓰인 화음의 요소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그의 풍경화나 정물화가 우리의 구상화단에서 보다 신선 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송인헌의 이 지중해적인 풍경들도 이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집트의 쪽빛바다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색채의 하얀색과 블루의 만남은 송인헌의 풍경 작업이 거침없이 화폭에 울려 퍼지는 색과 형태의 교감의 절정을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이 비록 온전하게 추상적 색채와 형태로 꾸민 위대한 드라마적 회화의 감탄은 아니지만 대담하게 송인헌식 풍경을 탄생 시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두말 할 것 없이 그의 작품속 이미지들은 사실 마음속에 풍경이자 마음속에 정물이다. 우리가 여행에서 만나지는 창밖의 풍경 같지만 그것은 노란색과 블루의 절묘한 하모니 ,블루와 오렌지 빛, 이 따뜻한 색상들이 펼쳐내는 조형의 노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때로는 이지적인 추상화처럼, 때로는 정적이고 시적이고 지적이다. 꽃병과 풍경을 그렸어도 르누아르의 그림이 인상파 특유의 붓질로 반짝이고 눈부시다면, 동시대의 정물화가 오딜롱 르동의 유화는 환상적 느낌을 주듯이, 송인헌의 그림은 단순미가주는 오르가즘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그리하여 추상적으로 흐릿하게 처리한 배경과 공간에 놓인 화병에서 우리는 공간에 놓인 송인헌 꽃의 존재감을 체험 하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푸른 배경에 사라져 버릴 듯 한 윤곽과 정경에서 우리는 분명 작가의 어떤 이성적인 격정과 내면을 감지한다. 그것이 바로 추상적인 조형성을 바탕으로 형상을 단순화 한 송인헌의 풍경의 지향점이다. 분명 그의 찬란한 색깔의 화폭에 반영된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의 표현은 지중해의 풍광처럼 침해 받지 않고 자연처럼 정갈하다.

이제 그의 정물 주제도 구성적인 면에서 새로워졌고, 그의 풍경화법은 이미지의 수평적인 구도와 원근법을 축약하는 그림의 습관적인 균형에서 온전하게 벗어나 있다. 그러면서 장방형 화폭의 풍경은 바다처럼 넓게 힘찬 물감의 채색에 이끌려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형식들이 모여 그의 공간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추상공간의 꿈속에 잠긴 것 같은 추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프랑스의 화가 캬틀랭이 보여주지 못한 동양적인 여백과 관조가 어우러져 만든 빛깔들의 정신적인 신비이기도 하다. 앵그르의 스승 다비드는 “미술이란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며 미술 작품의 목적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송인헌의 지적이고 서정적인 추상적 풍경화는 우리들에게 이국적이고 단순함의 극치를 지속적으로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가 고백한 것처럼 꽃과 풍경에서 주체 할 수 없는 에너지를 얻고 소재중심에서가 아니라 색면구성의 표현적인 이미지를 주고자 한다는 것은 그에게나 우리들에게나 한없이 지적인 사치의 축복이자 즐거움이다.

이미 정물은 인물화와 풍경과 함께 미술의 역사에 있어 가장 오랫동안 화가들이 즐겨 그린 테마이면서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정물화는 “예술의 위계질서 속에서 낮은 위치를 점하고 있었으며, 여러 장르 중 가장 연구가 안 된 통념적으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어온 장르”로 구박받아 왔다. 나는 그의 회화가 이러한 길목에 놓여 있는 정물과 풍경화에 나침반 같은 작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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