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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예사롭지 않은 풍경

김종근

상징주의 화가들은 인간의 내면을 강조하고 비합리성을 추구하면서 비사실적 주제를 선택하여 일상적 이미지로 미술을 전개 시켰다.

조성준 그림을 보면서 상징주의 화가들과 조금은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세계를 떠올리는 것은 그의 그림이 주는 단정하기 어려운 어떤 시각적이고 신비로운 힘 때문이다.

조성준의 그림은 분명하게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명료성을 노출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의 사실적이며 비현실적인 풍경들은 모던한 형식과 요소들을 비켜서고 있다. 그의 비현실적으로 쌓여있는 책그림에서 또는 나체들로 쌓여져 있는 <님프>의 나무그림에서 우리는 감당 할 수 없는 그 자신의 내면적 풍경으로 완성된 미스터리를 볼 수 있다.

그 풍경들은 정적이면서 주장하지 않는다. 또한 정적이면서 충분히 마술적일 만큼 그의 풍경들은 그에게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풍경들은 그가 살던 뉴욕의 풍경이나 그가 산책한 혹은 머물렀던 유럽의 풍경들이다. 그의 장면들은 이국적이지만 구체적인 역사성의 이미지는 발견 할 수 없다.

그 풍경들은 아마도 그가 새로 찾았거나 잃어버린 풍경들이다. 그의 그림은 이렇게 발견과 잃어버림의 경계에서 늘 반복된다. 그의 그림들이 몇 년씩의 제작년도 기간을 가지면서 반복적으로 덧붙여 그려지는 것은 그래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로서는 아주 빈번한 일이며 상습적인 행동에 속한다.

그럼에도 그의 잠자는 궁전의 소녀의 표정과 이미지는 분명 어떤 암시적인 인상이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함은 남아있다.

그 모호함의 기법들은 상징주의 미술들에서 곧 잘 나타나는 요체이며 불가결한 요소이다.

물론 그의 그림에는 마술적이며 상상력의 분위기가 선명하다. 마술적인 분위기의 주제는 풍경속의 기억이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는 직접적으로 해독하기 불가능한 요소들이 애매한 표정으로 충만해있다. 이 애매함의 표정이야말로 조성준회화의 중심적인 매력이 되고 있다. 조성준은 무엇보다 미술이 있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다 보여줄 필요도 없고 다 보여줄 수는 없는 의미를 포함한 이미지가 미술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쿠르베가 회화는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예술이다 그것은 실재하는 사물의 재현에 의해서만 구성된다고 한 것처럼 조성준은 소녀의 표정에서 혹은 잠자는 소녀의 표정에서 어떤 구체성의 감정을 해독하고 읽어내길 기대한다. 이러한 화법은 분명 우리들에게 낯선 방식이다. 하지만 그는 이국적이고 낯설고 신비스러운 기억의 세계를 자유스러운 풍경으로 결합시킨다. 그의 테마가 일관적이지 않고 다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풍경의 묘사에서 사물의 깊이를 다른 오브제들과 결합시키는 그의 내면의 조성준이 단순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작가가 아니라 인상과 기억속의 감정을 직조해내는 작가임을 보여준다.

르네상스 회화의 풍경이나 비너스, 블루의 모나리자가 그의 회화에는 고전적인 형식으로 들어와 조성준 그림으로 되살아난다.

그가 선택한 거리. 풍경의 멜랑콜리 또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풍부한 형상들. 그의 회화는 이렇게 상징성과 미적 감각을 엮어내는 감추어진 인간 본연의 감정을 건드린다. 그의 회화가 개별적인 충동과 잃어버린 기억을 탐미적으로 드러낸다면 분명 그는 우리나라 회화의 지평을 독자적인 언어와 색채로 인간 내면세계를 추구한 작가로 자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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