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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 하모니즘, 김수의 예술과 인생의 정점

김종근


김흥수 화백의 예술세계는 단연 하모니즘으로 대변된다.

그에게 하모니즘이란 그의 예술세계의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개념으로 동양의 음양 철학은 물론 동양사상을 모태로 한 철학적 세계이다.

음양은 문자 그대로 어두움과, 밝음 즉 명암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 우주 만물의 현상이 그로부터 생성하는 만물에 대한 이원적 개념인 것이다.

6.25를 전후하여 그는 처음 하모니즘에 대한 착상을 얻었다. 6.25사변을 겪으면서 형제와 가족이 남북으로 나눠져 총칼을 앞세워 싸워야 하는 충격적인 현실과 체험을 리얼리즘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깨달은 것이다.

그의 인간을 향한 강렬한 휴매니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이러한 하모니즘적인 생각을 한곳이 부산이라고 했다. 그래서 부산에서 열리게 되는 이번 첫 작품전은 마치 연어가 자기를 낳아준 고향으로 돌아가듯이 하모니즘을 낳게 한 회귀의 의미를 가진다.

물론 그는 미국의 무어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마침 구라파에 유행하던 추상회화의 미술사조와 기법과 형식에 주목하면서 그의 작품세계는 변모의 징후를 보였다. 또한 타임지를 통해 구라파에서 추상회화가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도 얻게 되었다.

추상과 구상 두 그림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고 그동안 꿈 꿔왔던 한 화면에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는 방법이 결정적으로 힌트를 얻은것이다 .

그것이 바로 김흥수 화백의 조형주의 즉 하모니즘이 탄생하게 된 근원이자 뿌리였고 그 해가 1977년이었다.

추상과 구상의 만남으로 불리며 동양사상에 뿌리를 둔 그의 하모니즘은 원론적으로는 음양의 이상적인 조화에 극치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 가장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은 추상과 구상이 하나의 화면 속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고,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인간적이며 중용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화면 속에 조화로운 만남은 화면의 구조는 물론 미적 형식과 감각에서 혁신적인 차원을 열어 갔다. 또한 내용과 형식에서 그는 사실주의적 표현보다 묵시적이고 상징적인 방법으로 당시의 비극적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결국 동양사상과 음양의 조형주의가 미술작품 속에 나타나기 시작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흥수 화백의 음양과 철학적 하모니즘은 우리 동양인의 정서인 동시에 그의 인간적 사유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에 나타난 이 하모니즘의 원형에는 단순히 형식적인 하모니즘의 추구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관과 철학을 반영하는 깊고 오묘한 세계인 것이다.

예를 들면 그가 해방직후 좌우파의 화단구성에서 중립성을 유지 하려 했다든가, 오해를 받으면서 베니스비엔날레의 출품 작가를 조정하려는 그의 노력도 그러한 일환의 하나였다. 김흥수 화백은 기본적으로 평면회화가 가지고 있는 형식 실험에 주목하면서 외형뿐만 아니라 정신세계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세계를 한 화면에 공존하게 하는 화면구조의 형태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인지 해왔던 회화의 차원과 그림에 새로운 철학을 가미한 주목 할 만 한 형식이다.

특히 진부한 구상미술에 출구를 일어버린 현대미술의 지평에서 이러한 김흥수의 회화적 발견은 높은 가치를 지니는데 구상과 추상이 안고 있는 한계 속에서 결합으로 미적 형식을 확장 시키는 가능성이 그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김흥수 화백의 작품은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등 인간이 갖는 모든 정서와 감정을 아우르는 삶의 언어로 평가 받고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독자적인 표현형식은 다른 어는 작가에게서 볼 수 없는 그만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화면에서 보이는 색채와 조형성이 추상과 구상의 절묘한 대비를 통하여 하나의 완성미로 승화 되고 있다. 이 조화미나 완성미는 서로 다른 두개의 이미지가 만나면서 회화적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일어난다. 이러한 대비 속에는 추상부분의 기하학적 형태를 지니면서 일정한 규칙성을 따르고 있는 그의 구성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 하듯이 <일정한 간격의 색과 면 , 병마개의 규칙적인 배열, 오브제의 시메트리, 단순한 기하학적인 이미지의 반복 구성> 등에서 우리는 김흥수 화백의 화면속의 질서와 규칙성의 가치를 재발견 한다.

또 하나 주목 할 것은 대부분 그의 대상이 여체 , 즉 누드라는 점이다. 누드는 인체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고 인체 표현 완성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다.

그러고 보면 그가 다루는 소재는 누드를 제외하면 모두 불상이나 불두, 전통 춤 , 탈,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 등 한국의 전통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소재가 주류이다.

이런 대표적인 작품을 몇 개 들어본다면 <염> 과 <전쟁과 평화> <잉태> <모린의 나상> 등이다.

<염> 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부다의 모습이 비구상적인 대상과 병치 되어 있는데 불상의 성스럽고 숭고 한 모습을 한쪽에 두고 다른 한 면의 추상화에는 불교 만다라의 이상향격인 황홀경이 암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런 조화는 <전쟁과 평화>라는 작품에서 더욱 극적으로 보여 지는데 이 작품은 작가가 미국에서 6.25동란을 회상하면서 제작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이 여인상은 평화의 여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조형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가장 인상적인 그림이 <모린의 나상> (1977)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음양조형주의 미술을 선언 할 당시의 작품으로 여성이 지닌 미묘한 감정의 내면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왼쪽 화면은 여성의 마음속이 얼마나 깊고 다양하며 화려한 꿈에 가득 차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잉태>(1989) 또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음양사상에 입각한 작품으로 자연 섭리인 음(女)과 양(男)의 조화를 완벽하게 형상화한 새 생명을 고지하는 작품으로 생명의 진리를 극명하게 표현한 것이다.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남녀의 숭고한 사랑의 모습이 균형과 절제된 선과 색면을 통하여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위에 언급한 작품을 제외하고 최근의 드로잉도 흥미롭다. 병상에서 일어나 최근 몇 년 동안 작업했던 에로틱한 배우 딸기를 모델로 한 신작 누드작품인데 다양한 포즈와 에로틱한 이미지를 가지면서 여성의 인체를 미의 최고의 이상향으로 형상화 하고 있다.

이 딸기 시리즈에서도 김흥수 화백의 작품은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진정한 삶”이라는 가치관을 엿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가 언제나 그의 예술의 모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인간>이라고 말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그는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휴매니스트인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성을 들인 대상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아닌가? 인간으로서의 누드, 즉 희로애락을 가진 여인의 절실한 감성이 그의 그림 속에 묻어난다. 그래서 그는 “내 그림은 인생철학을 담고 있다고 감히 말한다. 한 여성을 통해 들여다본 환희와 절망, 허무와 끝없는 욕망. 그것이 나의 예술에 들어있는 세계이다.”

편견 없는 순수한 예술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의 하모니즘은 구상과 추상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표현형식의 제기만으로도 이미 독자적인 형식에 도달한 작가로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미술뿐만 아니라 세계미술에 중요한 좌표를 그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재평가 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 아트프라이스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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