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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의 산, 그 블루 마운틴의 내면을 그리다

김종근

산을 주요한 테마로 한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가 유영국은 '내가 대상으로 한 것은 자연이었고, 그것을 탐구해온 형태는 비구상을 바탕으로 한, 즉 추상이었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인 대상물로서의 자연이 아니고 선이나 면이나 색채 그리고 그런 선과 면과 색채들로 구성된 비구상적인 형태로서의 자연“이라고 그의 산 그림을 말했다.
그는 모름지기 화가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자연 그대로가 아닌 자연의 형태를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탐구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김인숙의 작품을 보면서 유영국의 생각이나 작품을 떠올리는 것은 단순히 그가 단지 산을 공통적으로 그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 초기의 추상작가들이 그랬듯이 김인숙도 자연을 모티브로 한 순수한 풍경을 오랫동안 그렸다. 그러던 그가 순수한 구상의 세계를 벗어나 반 구상 작업으로 바꾸면서 더욱 가까워진 테마가 산이다. 그가 표현형식을 바꾼 이유는 그림이란 마음의 세계를 표현하는 행위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의 변신을 위해 화폭에 다양한 실험을 시도 했다. 구도를 달리하고, 과감한 형태변형을 시도 했다. 또한 화면에 마티에르의 구현을 위해 지우기와 긁기 등의 스크래치를 이용하여 화면에 새로운 감성을 부여하려 한 것이다.

즉 일반적인 산 풍경에서 벗어나 그 만의 형태와 감성을 주는 작가로 남고자 하는 열정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어떤 산의 표현에는 거친 붓 터치로 산의 이미지만 남겨 놓는가 하면, 어떤 작품에서는 자유로운 붓 터치와 대담한 생략으로 그만의 특징적인 산 모습에 도달했다. 그런 그의 산은 어떤 부분이 강조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연히 일어나는 효과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 자신이 말하듯이 “ 때로는 의도하는 데로 작업을 하고 때로는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연히 나타나는 효과를 놓치지 않고 이용하기도 하면서 드러냄과 은폐 ,덮고 ,벗겨냄의 공간형성에 감수성을 도원하고 있다 ” 고 고백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두터운 색 면의 분방한 질감으로 산이 만들어지면서 다소는 덜 정제 된 인상마저 주기도 한다. 하지만 김인숙의 화면은 가장 기본적인 산의 이미지와 형태로 더없이 단순하며 간결한 산 이미지를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단일한 블루의 색채로 일관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제한된 블루라는 원색을 중심으로 산의 표정을 나타내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당분간 화면에서 블루 마운틴의 이미지를 추구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푸른색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푸른색이 주는 상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피카소에게 있어 블루는 우울을 상징하는 색채였지 김인숙에 이 블루는 희망과 젊음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행복한 그의 마음을 담아내는 색채 이다.

그가 푸른 산을 그린다고 꼭 푸른 산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선묘법 화가들에게서 보이는 변종된 색채들도 있다. 또한 이 블루 마운틴은 실제 산을 닮은 산의 풍경도 있지만 생략되어 나무만 보이는 산도 있다.

이렇게 그가 보여주는 산은 평범함을 벗어나고자 한다. 평범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그의 산이 단순히 산 묘사가 아니라 생명을 느끼는 산, 리듬이 있는 산 , 그 안에 강약도 있는 살아있는 생명채로서의 산이길 희망 하는 것이다. 명백하게 그는 산을 산으로 보지 않고 사의(寫意)의 대상으로 이해한다. 마치 그는 산을 그리지 않고 산을 만들어낸다. 김인숙의 이런 산 표현은 산 그 자체의 묘사보다는 산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비정형적인 의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산은 거칠게 보이지만 작가의 고민스런 감정이 담겨있고 전적으로 자연의 대상이라는 산 풍경에 묶이지 않는 원인이 된다.

김인숙 산의 특징은 무엇보다 엄격함 보다는 대담하고 거친 붓질의 자유로움에서 찾아진다. 그래서 그의 산은 대단히 밝으면서도 단순하고 산의 직접적인 이미지의 형태가 중심이 된다.

이 같은 현상은 김인숙이 구체적인 대상에서 출발하면서 그것을 점차 단순화 과정으로 진행시켜 가는 과정에서 잘 확연하게 드러난다. 바로 평면적인 산의 형상에서 잠재된 이미지로서의 산 이미지가 등장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김인숙은 우리에게 산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덜어내고 산에 대한 새로운 존재를 보여주고자 한다. 내면의 공간에서 끌어낸 하나의 마음속의 산을 향해 그는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이점에 김인숙 산의 조형성과 예술적 가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자유롭고 분방한 공간에서 산의 변용과 그것이 진정한 가치를 가질 수 있기 위해 유영국이 좋아했던 <군더더기 없는 구성, 수직•수평의 절제된 균형 감각의 몬드리안 작품>의 매력을 새겨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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