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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연: 수줍은 한국美의 ‘원시적 체취’

김종근





권옥연, 그는 우리시대의 인기 작가이자 멋쟁이 화가다. 함흥의 명문가인 권진사댁의 5대 독자로 태어나 5세 되던 해 조부로부터 붓 쓰는 법을 배웠다. 양악에 깊은 조예를 가진 부친의 바이올린을 통해 악음을 익혔던 그는 추사 김정희가 함흥에 들르면 꼭 찾는 명문가의 아들이었다. 이것으로 그의 예술적 환경과 분위기를 알 수 있으나 미술을 허락하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미술학교에 진학하면 학교에 불을 지르겠다고 교장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반대했다. 그는 이미 경복고 시절 권위 있는 선전 등의 공모전에 입선해 화가로서의 재능과 이름을 날렸다. 그는 단 한번도 그림이 좋아서 붓을 든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타의에 의해 그리기를 시작했다. 1940년대 그는 일본 유학과 1950년대 파리 유학으로 유럽 미술의 최신 경향들을 직접 체험했다. 살롱 도톤과 레알리테 누벨을 통해 토기나 청동기가 지니는 질박한 한국적이며 토속적인 느낌의 작품을 제작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 여인을 그린 ‘포즈’는 전형적인 그의 회색풍의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로 절제된 회색조와 유혹적인 가슴이 드러난 형태의 젊은 여인의 옆모습이다. 그는 주로 젊은 여인의 모습을 그리는 데 있어 안정된 구도 앞의 공간을 채워주는 변형적인 구성을 좋아한다.

그는 직접적으로 드러내놓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주지는 않지만 매혹적인 표정과 자세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탁월함을 보여준다.

면의 분할로 보면 다소 불안해 보이는 구성으로 머리를 쓸고 있는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다. 이 작품처럼 그의 회화의 특징은 전반적으로 회색이 중심을 이루는데 이것은 70년대 이후 권옥연의 화면의 중심적인 색으로 여인상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생략된 공간에 배경이 그림으로 채워지고 단순한 구성과 회색만으로 표현된 그의 여인은 한결같이 원시적인 체취가 풍기는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여인상이다. 다소 후기인상파의 고갱적인 원시성이 돋보이면서 한국적인 미감을 보여주는 서정성을 곁들인 그는 그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권옥연 화풍의 색조와 형태를 오래전부터 창출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색면분할이나 구성방법에 있어 고갱에 영향을 보여준다. 타히티란 원시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여인의 모습들을 옮겨온 듯한 여인들은 그러면서도 한국적인 색채의 이미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평면적인 공간구성과 배경의 인물처리는 고갱과 세잔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의 주제는 보통 향토적인 풍경과 이미지로 대중에게 깊은 사랑을 받았다. 목가적 서정주의라 불릴 만한 우리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가 무의자 권옥연이다.

출처-스포츠칸 [미술속의 에로티시즘] 200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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