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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강렬한 색채, 격정의 섹스

김종근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미술의 여명기에 ‘에로틱과 신성함’이 뒤엉켜 있다고 미술사학자 루이스 스미스는 말했지만, 이왈종의 에로티시즘은 학교 교수직을 접고 제주도에서 홀로 15년 이상의 고독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그는 서귀포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맑은 햇살과 바람, 파도소리를 애인처럼 옆에다 끼고 자신의 철학과 예술·정신을 아우르는 ‘제주 생활의 중도’를 탄생시켰다.

그는 제주에 칩거하면서 세속적인 미술의 기법과 형식을 거침없이 사용하면서 자유로움을 얻어냈다. 미술의 모든 재료와 표현을 섭렵하면서 한지와 나무, 도자기와 도판, 목조 위에 그의 예술혼을 새겼다. ‘중도’는 이렇게 꽃피워진 작품이다. 전통적인 민화와 오방색이 녹아 있는 특유의 찬연하고 화려한 색채, 하늘과 바다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공간, ‘그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세계 속에 그는 춘정(春情)을 펼쳤다. 그것은 가히 고갱이 감행한 타이티의 영향에 필적하는 것이었고 이왈종 예술의 열정시대였다.

때문에 일간지에 연재된 ‘노래하는 역사’라는 글 속에 이왈종의 그림이 올라올 때 사람들이 빛을 발하는 그의 숨겨진 역량을 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춘정은 중도처럼 거리낌이 없다. 넘실거리는 뱃전에서 남녀가 부둥켜 있는가 하면 들판에서, 물고기와 자동차가 붕붕 날아다니는 하늘과 땅에서 그의 변화무쌍한 섹스의 체위 검열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생활 속의 중도에서 보여지는 춘화들은 매력적인 꽃과 섹스가 동시에 형상화된 그림으로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그림처럼 이왈종의 성표현은 은유와 해학을 가미한 작업으로 기발한 상상력 속에 한국적인 정서와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서양의 에로틱한 회화가 노골적인데 반하여 그의 성 표현은 우리의 전통적인 성표현과 함께 은근하고 유혹적이다. 나무로 빗댄 그림에는 큼직한 귀두가 돌출되어 있고 화폭은 빨강과 파랑, 녹색의 꽃 가운데 뒤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의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이렇게 그려진 이왈종의 춘화첩은 춘화가 1,000여점을 웃돈다는 피카소의 그것에 필적할 만하다.

이왈종의 에로틱한 모습 뒤에는 그가 한없이 쓸쓸하고 아프게 보냈던 서귀포에서의 불면의 밤들이 기록돼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외로워야 한다. 외로움이야말로 작업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어찌 외롭지 않고 가능한가? 그는 이렇게 물었다. “하물며 봄이 방안에까지 이렇게 쳐들어 와 있는데, 특히 춘정의 세계는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한국화단은 물론 일본 화단에서도 그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이다.

출처-스포츠칸 [미술속의 에로티시즘] 200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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