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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추상+나체’ 매혹적 하모니

김종근

한국의 피카소 김흥수. 그만큼 한국화단에 숱한 화제와 염문을 뿌린 작가도 없다.

그가 첫돌 때 잡은 것은 붓. 집에서는 붓을 잡으면 공부 잘하고 벼슬길에 오르는 것으로 믿고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붓은 그림 그리는 붓이 돼 부모를 실망시켰다.

환쟁이는 일생 동안 거지처럼 빌어먹는다고 펄펄 뛰며 반대를 했고, 그는 미술학교를 보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들이대며 강가로 갔다.

동경미술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뛰어났던 그는 여자에 대해서도 조숙했다. 열아홉 살 때 누드화를 그리기 위해 처녀 옷을 벗기는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그는 소원대로 평생 누드만 그리는 작가가 됐고 여인들은 그에게 피카소처럼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

그의 예술은 여인의 ‘육체의 향기’ 속에서 태어났다. 여성을 통해 들여다본 환희와 절망, 허무와 끝없는 욕망. 그것이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라고 고백했다.

예술과 도덕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런 특별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 글을 읽거나 내 그림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선포했다.

그와 누드의 운명적 만남은 1949년 제1회 국전에서 6명의 나부(裸婦)가 목욕하는 장면을 그린 ‘나부 군상’이 입선하면서부터. 그러나 당시 문교부 장관이 다른 누드들은 한명만 그렸는데 여섯명이나 되는 여자를 한꺼번에 벗겨놓고 그린 것 아니냐는 이유로 철거당했다. ‘풍기물란’ 죄목까지 뒤집어썼으나, 그에 대한 반발로 급기야 총리가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피란 후 그 작품은 나부 하나하나를 찢어 오려가 실종하는 종말을 맞이했다.

여기 ‘지희의 초상’은 작가가 올해에 제주시 북제주군에 건축되는 저지 현대미술관에 기증할 작품 중 하나로 그가 소중하게 보관해 온 그림.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지희의 나상’을 보라. 손으로 추상목을 덮어보고 다시 나상과 추상을 함께 보라! 그 벗은 여인의 나부는 추상화의 빛의 도움을 받아 더욱 빛난다고 밝힐 정도로 추상과 구상, 음과 양이 잘 어우러진 하모니즘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이다.

균형 잡힌 여체가 빚어내는 매혹적인 선과 비례, 누드를 그리면 최고의 행복과 감동을 느낀다는 여인의 욕망이 에로틱한 포즈와 현란한 색채로 그려져 있다.

지금까지 1,000여점 이상의 누드를 그린 그는 1955년 파리로 유학 가서 본격적인 누드를 제작, 50점 중 40점을 팔 정도로 크게 인기를 얻었다.

여인의 누드와 기하학적 형태의 추상화를 대비시킨 이 작품은 후에 1,000호짜리 100명 이상의 모델을 써서 완성된 ‘미의 심판’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그는 국내작가로는 처음으로 러시아의 에르미타주와 파리 뤽상부르 미술관에 전시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출처-스포츠칸 3.13 [ 김종근이 본 미술속의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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